위험수위 이른 ‘신종 괴담’ 7

흉흉한 민심 더 흉흉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나라가 뒤숭숭한 시기. 갖가지 괴담과 루머들이 판을 친다. 그럴싸한 소문부터 허무맹랑한 괴담까지 그 종류도 여러 가지. <일요시사>에서는 들려오는 괴소문들에 대해 정리해 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소식이 중국 언론사 인터넷판 메인 화면서 모두 사라졌다. 지난 16일 관영매체인 런민망과 신화망을 비롯해 홍콩 봉황망 등 각종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선 김정남 피살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간혹 메인화면에 볼 수 있는 김정남 피살 관련 뉴스는 전날 있었던 중국 외교부 브리핑 내용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의 브리핑 녹취본을 그대로 링크한 수준이다.

[탄핵 국면전환?]
박근혜 괴담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기사 검색을 통해서도 전날 피살 용의자인 20대 여성이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는 속보성 기사를 제외한 분석성 기사나 칼럼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중국 CCTV 역시 이날 오전 뉴스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만 간략히 다뤘을 뿐이다.


김정남 기사 통제는 비단 언론사 사이트 뿐만 아니라 검색 사이트도 마찬가지여서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서 검색해봐도 김정남과 관련된 유의미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틀어쥐면서 김정남 관련 뉴스는 사라졌지만 중국 SNS 상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음모론’이 확산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서도 김정남 피살 배후에 탄핵 국면을 전환하려한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측이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김정남 피살은 정치여론적 측면서 어느 정도 박근혜 대통령의 추문이 상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박 대통령에게 동기가 있음을 암시했다.

다른 네티즌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오직 북한과 전쟁을 일으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김(정남)을 건드리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한국이 연관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아도 박근혜정부가 김정남 피살에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 탄핵 직후 발생한 수많은 국내 모순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익이 있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친형을 죽였다는 죄명을 씌울 수 있으며 북한 지도부 내부를 흔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정남이 박근혜의 대북 비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김정남은 죽음 역시?”라며 음모론을 강하게 암시했다.

[군사적 충돌설]
4월 전쟁 괴담

박 대통령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른바 4월 전쟁설이 대두됨에 따라 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월 전쟁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의 최경환 의원(국민의당·광주북구을)이 지난해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서 예비역 장성의 말을 인용해 처음 제기했다.

당시에만 해도 큰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연쇄적으로 폭로되면서 4월 전쟁설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숱한 정치 지도자들이 내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전쟁 등 외부적 요인을 끌어온 사례에 주목한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한 것에 대해 “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문제”라며 “위기상황 앞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자극을 반복하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교 안보 분야에 종사했다는 한 예비역 장성의 정세분석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예비역 장성은 “나는 10·1 기념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단정한다”며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해오도록 계속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성은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이 성공했고 제재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을 통해 전쟁으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핵 도발 야욕을 끝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 되고 장병 여러분들이 단합된 각오를 보여줄 때, 북한 정권의 헛된 망상을 무너뜨릴 수 있고 국제사회도 우리에게 더욱 강력한 힘을 모아줄 것”이라며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탄핵 관련 박 대통령 루머 급증
김정남 피살 개입설에 전쟁설도

헌법 재판관 2명이 탄핵심판 기각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탄핵 기각설’, 재판관 3명이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파면 주도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루머에는 재판관의 실명과 사진까지 실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루머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관들은 최후변론 등 심리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평의가 열려야 비로소 각자 최종 판단을 밝힐 수 있다.
 


평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재판관들이 서로의 의견을 알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정치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전인수식 정치 공세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각설, 파면설 ]
헌법재판소 괴담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헌재가 심리 진행에 신중해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새누리당은 탄핵 기각을 위한 TF를 만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대표들도 헌재를 향해 3월13일 이전에 탄핵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에 나섰다. 이들은 “탄핵이 상황을 알 수 없게 됐다”며 촛불 집회 참석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조계도 갈라졌다. 원로 법조인들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탄핵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며 광고까지 냈다.

헌재는 탄핵심판을 둘러싼 억측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헌법소장 권한대행은 최근 변론서 “양측은 심판정 안팎에서 재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흔들리기만 하면]
전국 지진 괴담


지난 13일 새벽, 대전서 비교적 크지 않은 규모(1.9)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두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가 온종일 달아올랐다. ‘대전 지진’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서 한동안 상위권을 차지하며 규모에 비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기상청은 규모 2.0 이상 지진의 경우 발생 사실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언론기관 등 유관기관과 시민에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지진은 기준에 미치지 않아 별도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진앙 깊이가 8∼9㎞로 비교적 얕아 예민한 사람은 흔들림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진 직후 새벽 시간인데도 40여명의 지역 주민이 소방본부에 관련 문의 전화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날이 밝자 온라인에선 검색 행렬이 이어지면서 오후 한때까지 대전 지진과 관련한 단어가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서 다시 회자됐다.
 

이런 현상은 통보문이 따로 없어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도에 더해 지진에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개월 사이 경북 경주와 울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르면서 피해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안감을 반영하듯 일각에선 ‘지진이 아닌 다른 진동 같다’는 의혹 제기 글이나 ‘군부대서 탄내(타는 냄새)가 난다는 댓글이 자꾸 없어진다’는 등 괴담도 목격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불거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안전 여부까지 연결 지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누리꾼도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는 데다 인명·재산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규모 1.9 지진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충격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낭설이 정설로 ]
자궁경부암 괴담

자궁경부암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종이지만 국내에선 접종률이 높지 않다. 부모들 사이서 떠도는 ‘백신 괴담’ 탓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제약사의 로비로 맞지 않아도 될 백신을 맞는 것’ ‘의사는 자신의 자녀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는다’ 등 낭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낭설이 ‘정설’로 굳어지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칫 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앗아가는 꼴이 될 수 있다.

백신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2013년 일본서 나타난 ‘백신 접종 후 후유증’ 사건 이후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과 이상반응은 상관관계가 없고,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를 내렸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다. HPV 아형은 약 100여종 이상으로, 암과 연관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암과 연관성은 낮지만 양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궁경부암서 발견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약 70%가 고위험형 아형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16번과 18번이다. HPV에 감염됐다고 바로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엔 감염돼도 특별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감염 후 약 80% 가량은 1∼2년 내에 자연 소멸된다. 반대로 소멸되지 않고 감염이 반복되면 자궁경부 세포변화가 유발될 우려가 높아진다. 이를 방치하면 일부가 결국 자궁경부암으로 악화된다.

장하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보니 바이러스를 미리 차단하는 게 최선”이라며 “더욱이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사망 주요 원인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유일한 예방책이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름 돋는 루머 SNS 확산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암학회는 관련 임상연구 분석 결과 적정 연령에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자의 90% 이상이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5년 우리나라 12세 여아 25만30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2회 접종의 비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서바릭스는 가다실과 비교해 추가적으로 CIN1(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증례 2776건, CIN2·3(중등도 및 중증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증례 718건, 자궁경부암 증례 244건 및 사망 99건을 예방했을 것으로 평가됐다.

300만원을 주웠으니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내용의 글이 신종 인신매매 수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안산 말해드립니다’와 ‘산본 말해드립니다’에는 “반월역 쪽에서 300만원을 주웠으니 주인을 찾아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금액이 크다보니 주인에게 돌려주자고 결심이 서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다. 보상금을 20%까지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까지 공개하며 “주인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게 부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역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고 해 주인이 혹시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까운 지역의 페이지라 메시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이 글과 동일한 내용의 글과 사진이 페이스북 페이지 ‘경남대학교 대신 말해드립니다’에 올라오자 신종 인신매매 글이 아니냐는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다. ‘산본 말해드립니다’ 측 역시 “여기저기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돈에 혹해서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법도 가지가지]
인신매매 괴담

돈의 주인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처음으로 제보하고 나섰던 익명의 제보자는 “처음 올린 곳 외에 다른 곳은 사칭 제보”라며 “주인을 찾았다”고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변경해놓은 상태다.

마른 해산물에 발라 놓은 마취제를 이용, 사람들을 납치한 뒤 장기매매를 한다는 이른바 ‘에틸에테르 괴담’이 최근 휴대전화 문자와 카톡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지인으로부터 “최근 에틸에테르 마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 메시지에는 “길거리서 상인이 마른 해산물을 권하는데, 절대로 냄새를 맡으면 안 된다. 해산물에는 일종의 마취제인 에틸에테르가 발라져 있어 냄새를 맡는 순간 정신을 잃게 되고, 결국엔 납치돼 장기매매를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괴담은 ‘중국서 넘어온 신종 범죄’로 알려진 것으로, 이미 수년 전 많은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지금도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곤 하는 이야기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도 ‘에틸에테르’라고 검색만 해도 과거 이 괴담이 유행했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문자로 유포된 괴담처럼 마취제로 정신을 잃게 한 뒤 장기매매를 하는 사건은 전국 어디서도 발생한 적이 없다”며 “말 그대로 괴담 수준인 만큼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
구제역 괴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의 축산농가 모두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물백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농가서 반발하고 나서는 등 진실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정읍 농가 한우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한 마리만 항체가 형성돼있어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전날에도 “구제역이 발병한 보은 농가 젖소 21마리를 혈액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그동안 백신 접종을 한 소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97.8%라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의심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다른 소 농가도 구제역 접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을 하지 않은 ‘모럴해저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장주들은 백신 접종을 제대로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구제역 판정을 받은 정읍의 한우 농가 농장주는 “정부가 구제역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 돌리는 것 같아 억울하다”며 “소의 생애주기를 잊지 않고 4∼5개월마다 접종했고 냉장 백신을 실온에 놔뒀다가 접종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지켰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선 구제역 백신이 효과가 거의 없는 ‘물백신’이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축산당국의 허술한 점검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돼지에 대해선 전 농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혈청 검사를 했으나 소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0% 정도만 표본검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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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