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고공 지지율의 비밀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1:50:04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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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갔나…30%대가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섭다. 국정농단 초기 박스권에 머물던 지지율은 어느덧 30%를 넘어 단독 질주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식 밖의 결과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 지지율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주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무소속 반기문 23.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17.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10.4%, 오세훈 전 서울시장 5.4% 등을 기록했다. 당시 여론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두 달여 남기고 복귀를 암시한 반 전 총장을 향했다. 야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반전 기회를 찾지 못했다.

갑자기 급등
그 배경은?

그로부터 약 3주가 흐른 지난해 10월 마지막주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3%를 기록해 20.8%를 기록한 반 전 총장과 격차를 0.6% 차이로 좁혔다. 지지율 변화는 정치권에 루머로 치부된 최순실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시기와 일치했다.

지난해 10월 말 최씨의 테블릿 PC가 공개되면서 국정 전반에 최씨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점쳐진 반 전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야권에선 맹주로 통했지만 반 전 총장에게는 줄곧 약세를 보인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됐다. 당시 문 전 대표가 20%를 돌파하면서 당내에 머물던 ‘문재인 대세론’이 정치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지지율 1위를 꿰찼지만 시간이 지나도 20%대에 머문 지지율은 문 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당시 일각에선 국정 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정체를 겪은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말에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리얼미터 따른 12월 4주 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반 전 총장 23.5%, 문 전 대표 23%를 기록했다.

20%서 갑자기 30%로…진짜 이유는?
국정농단·반기문 불출마 덕 봤다

이후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발생했다. 반 전 총장의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의혹’이 매스컴을 달군 것. 반 전 총장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뚜렷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리며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악재 속에 지난 1월 1주차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26.8%, 반 전 총장은 21.5%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진 사이 문 전 대표는 20% 초반에 머물던 지지율을 20% 중반대로 끌어올리면서 박스권을 탈출했다.

이후 ‘1일1기행’을 선보인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1주일 전인 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8.4%, 반 전 대표는 16.5%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사이 10%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지지율 30% 고지를 밟았다. 지난 2월 1주 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2%를 기록했고 그 뒤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로 뒤쫓았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는 반 전 총장의 낙마가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을 대변하듯 지난달 31일 국회 출입기자 간담회서 문 전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 많이 하는데 실제 확인해보니 제가 대세가 맞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대세이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저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의 40%’
이미 갇혔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상승세에 무임승차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 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해 10월 말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0.5%를 기록했다. 2등은 26.5%로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촛불민심이 번진 지난해 11월1주 차에 민주당은 지지율 33.5%를 기록했고 자유한국당은 20.7%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이 번지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 탄핵이 가결(12월9일)된 직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7.7%를 기록하면서 40%에 육박했다. 자유한국당은 17.2%를 기록해 줄곧 지켜왔던 20% 박스권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당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은 반 전 총장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1위인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당 관계자는 “어느 한 명이 당 대선후보로 정해졌는데 당 지지율보다 낮다면 문제지만 지금은 경선도 시작하지 않았다”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야당 대선후보들에게 와있는 배경에 민주당 지지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탄핵 정국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안 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좌희정 우광재)이라는 문 전 대표와 공통점을 가진 안 지사는 설 연휴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공약 및 정치적 발언이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불통·영입 논란…한동안 정체
제2의 이회창 되나? 확장성 부족

지난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7%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0.2% 떨어진 수치다. 안 지사는 지난주보다 2.6% 오른 19.3%로 2등을 차지했다. 안 지사는 지난해 문 전 대표가 장기간 동안 머문 20%의 지지율에 도달한 모습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10% 이상의 격차를 보이지만 문 전 대표는 ‘정체’, 안 지사는 ‘상승’ 국면이라는 점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국정 농단, 반기문 불출마로 이이진 여권의 악재 속에 지지율 상승을 보인 문 전 대표가 더 이상 반사이익만으로 대선 레이스를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뒤를 쫓는 대선주자들의 공세도 감당해내야 하는 처지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 및 측근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문 전 대표를 괴롭혔다. 지난 8일 문 전 대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 발언을 두고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공약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문 전 대표에게도 적잖은 내상을 입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캠프나 선대위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 후보는 저”라며 겨우 논란을 잠재웠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행보를 최전선에서 기획하고 보좌하는 송 의원과 정책적 이견을 보였다는 점에서 ‘불통’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문 전 대표가 ‘특별영입’이라고 소개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 전 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전 전 사령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총장의 결백을 주장하며 “비리가 있었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다.

또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서 전 전 사령관은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위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잘못”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결국 전 전 사령관은 문 전 대표의 안보자문역을 포기하고 연수를 받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떠났지만 피해는 문 전 대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 결과 지지율은 마의 40%를 밟아보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해 탄핵 정국 이전처럼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남 상승세
믿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율이 전체 지지율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서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90%의 지지를 받았다. 

즉, 진보 진영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에 영향을 미쳐 전국 민심의 향배를 가르기도 했다. 지난 대선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문 전 대표지만 이후 문 전 대표발 ‘호남홀대론’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위기감을 느낀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기대와 달리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택했다. 호남서 민주당은 단 1석도 챙기지 못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호남의 맹주는 국민의당으로 재편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호남서 고전을 면치 못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가 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호남에서 18% 지지를 얻었다. 12월 둘째 주에는 지지율이 22%로 상승했지만, 21%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격차를 벌리지는 못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지지율 깃발을 꽂은 시점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직후인 1월 둘째 주부터로 그 당시 문 전 대표는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위기감을 느낀 호남민들이 문 전 대표 지지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는 호남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2월 2주차 호남지역 내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문 전 대표는 37%,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18.4%, 안 지사는 16.4%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최근 3주간 호남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37.4%→36.7%→37.0%를 기록했다. 대선 주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답보상태임에는 분명하다. 같은 기간 안 지사는 3배(5.8%→9.5%→16.4%) 가까이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여론분석센터장은 “호남은 대선 주자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 전 대표가)호남 수성에 실패하면 그 파장이 전국 지지율에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일 안철수 전 대표를 띄우고 문 전 대표 비판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호남 어디를 가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데 여론조사가 높이 나오느냐는 의아스러운 얘기를 저에게 많이 한다”며 “작년 총선 민의가 호남에서는 그대로 국민의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 전 대표가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대세론’을 구축하는 가운데 과거 각각 대선 과정서 대세론을 형성한 바 있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구의 길을 걸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는 40%대 지지율을 이어가며 대세론의 정점을 찍었다. 이 수치는 현재의 문 전 대표도 도달하지 못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면제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동시에 보수 측에서 이인제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됐다. 또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DJP연합을 구축하며 충청 표심까지 접수했다. 결국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는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2002년 대선에도 이회창 대세론은 무너졌다. 당시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와 민주당 경선 과정의 ‘노풍(노무현 바람)’,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 등으로 낙선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세론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은 경우에 속한다.

2007년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한 시기였다. 또한 한나라당은 본선을 방불케 할 정도의 강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를 560만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헌재 판결 후
대세론 끝까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대선 행보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보수정권 10년과 국정 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문재인 대세론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러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호남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남민심을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권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부산에 가면 (문재인) 따라다니며 셀카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 싹 돌리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리더십이 상쾌하거나 사이다나 활명수 같지 않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모르는’ 여론조사의 함정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가운데 여론조사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각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세계적으로도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결정 등도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의 주요 문제는 표본의 대표성과 낮은 응답률로 꼽힌다. 최근 보도되는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정도로 특히 20∼30대 응답자 수가 50∼60대 응답자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에 인구 비례에 따른 연령대별 가중치를 적용하지만 전체적인 통계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 질문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나 단순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엇갈리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여론 조사 기관에 따라 문 전 대표 및 안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조사됐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꿰뚫거나 숨어 있는 표를 발견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정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등 이유를 묻는 질문을 포함시키고,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등 설문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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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