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선판에 뛰어든 사람들

흙수저 환영…장군님도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는 예상보다 속도가 느려졌지만 대선 시계는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본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예선에서 몇몇 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수’들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상 대선출마가 결정된 후보들은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선후보들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 거부,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 탄핵 반대 집회 확산 등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탄핵 인용을 낙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 8일 회동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기로 했다.

스타 1순위
스토리 위주

탄핵 심판 일정이 삐걱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대선후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상황이 언제 가시화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세론’을 타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출마 선언조차 못하고 낙마하면서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진 모양새다.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이 5% 이하 지지율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 전 대표는 각 분야의 인재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치른 20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전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또 경찰대 교수였던 표창원 의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이력의 김병기 의원,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국회에 입성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의원 배지를 달진 못했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문 전 대표의 성공적인 영입 인사로 꼽힌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위한 폭넓은 인재 영입으로 또 한 번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군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공식블로그에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인재 영입 1호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열린 문 전 대표의 북 콘서트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재를 잡아라!” 바빠지는 대선후보들

각 캠프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 영입전

고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KBS 공채 30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국악한마당> <책 읽는 밤> <생방송 오늘> <무한지대 큐>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행사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됐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며 “하지만 가슴 뛰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싶었기에 문 전 대표의 손을 잡았다”고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KBS 새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고 전 아나운서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 몸부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뿐”이라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민주당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마지막쯤 패널로 참여했던 전 전 사령관을 소개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줄 새로운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전 전 사령관은 1981년 4월 임관해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 유명세를 탔고, 특전사에서 35년간 근무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특수전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중장으로 전역했다. 참전군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장성 가운데 가장 많은 훈장(11개)을 받아 ‘영원한 특전사령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로 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안보 강화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지켜 나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의 캠프 합류는 민주당이 안보 현안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바꿀 ‘묘수’로 꼽혔으나 그의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학교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은 지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 총장은 2013∼2015년 20여차례에 걸쳐 공금 7억8000만원을 자신의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서 “전 전 사령관의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 전 사령관의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의 캠프 측은 “전 전 사령관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검증이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전 사령관도 자신의 SNS에 “문재인 캠프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문 전 대표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앞으로도 묵묵히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나운서에
특전사령관

캠프와 문 전 대표, 전 전 사령관이 전방위로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전 전 사령관이 성신여대 교직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전 부총장 조모 교수는 지난 2009년 전 전 사령관이 강원도 화천서 연 사단장 취임 축하파티에 교직원 20여명을 파티용 음식 준비, 서빙 등 행사요원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전 전 사령관은 조 교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1심서 성신여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판단, 전 전 사령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직원과 학생을 동원했다는 제보 내용은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지난 9일 대법원 상고심에선 “조 교수의 의혹 제기가 일부 사실”이라고 본 2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전 사령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까지 불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문 전 대표를 향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거취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 10일 “의도치 않게 저의 부족과 불찰로 문 전 대표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 미국 연수과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멀리서나마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며 캠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송영길 의원도 문 전 대표의 요청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가세했지만 바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인 송 의원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문 전 대표의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두고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며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자가 후보의 공약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후보는 저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선대위나 캠프에 함께 할 수 있다”고 수습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 공약 중 핵심이다.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반만 맞는 말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한 바 있다.

여야 영입 전쟁
눈치싸움 치열

보통 인재영입 경쟁은 여야 후보 간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번 대선구도는 야당 후보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노무현의 입’이라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문 전 대표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최근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서 퇴장하면서 붕 떠버린 충남권 지지율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이자 '원조친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영입은 친노 경쟁이 붙은 두 사람의 1라운드였다.

결과는 안 지사의 승리였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2년 대선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전 대표의 카피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도울 예정이었지만 안 지사가 직접 도움을 청했고,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참여정부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속속 안 지사의 캠프로 모이고 있다. 황이수 전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각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정재호 의원 등도 일찌감치 안 지사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장으로 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감사를 맡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안 지사 캠프의 좌장을 맡아 친노그룹 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원조 친노 경쟁이 두드러지면 두 후보 간 친노그룹 인재 영입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헌재발 조기대선 가시권
후보별 각양각색 전략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로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세돌 9단도 안 지사의 국민 후원회장이 됐다. 안 지사는 지난 6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알파고 이세돌 사범 여섯 점 바둑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1호 안희정 후원회 회장. 함께해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로 이 9단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지사의 요청에 이 9단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충남지사 공관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뒀다.

이 9단은 “원래 민주당을 좋아했다. 안 지사뿐 아니라 문 전 대표도 많이 좋아하고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와 대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다는 느낌, 새로운 감각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부분이 내 성향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지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고수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재영입 전략은 ‘스타’보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이른바 흙수저, 무(無)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구성했다. 이 시장은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을 상징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 시장은 캠프 사무실인 여의도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서 열린 출범식에서 1차 공동후원회장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정책 공약도 밝혔다. 이 시장 측이 공개한 후원회장들은 작가 목수정, 해고노동자 김승하, 시장 상인 서정래, 직장맘 김유미, 단역배우 이중열 등으로, 보통 유명 인사들로 구성되는 기존 후원회와는 궤를 달리했다.

화려한 스펙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시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독립운동가 목치숙 선생의 자손이자 진보 성향의 재불작가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목 작가는 <자발적 복종>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을 저술했고 현재 프랑스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를 이끌고 있다.

목씨는 “단죄되지 않는 범죄는 반드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처단하지 않는다면 후손들 역시 불의가 승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며 “유럽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KTX 해고노동자이자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인 김승하씨는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 40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예배 때 이 시장이 참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2006년 처음 투쟁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됐지만 이 시장이 성남시정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보고 다른 분들에 비해 신뢰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후원회의 상임회장을 맡게 된 박수인씨는 “청년배당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청년배당을 통해 대한민국이 청년을 버리지 않고 이 나라가 청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워킹맘 김유미씨는 “성남에 살면서 이 시장이 아이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줘 아이와 함께 행복을 느꼈다”며 “성남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답이다
책사들도 합류

보수진영에선 지난달 25일,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 지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멘토로 삼고 진영을 꾸리는 중이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손꼽히는 ‘책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를 도왔고,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 작업을 거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여권의 잠룡 남 지사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남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모병제와 수도이전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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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