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선판에 뛰어든 사람들

흙수저 환영…장군님도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는 예상보다 속도가 느려졌지만 대선 시계는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본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예선에서 몇몇 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수’들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상 대선출마가 결정된 후보들은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선후보들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 거부,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 탄핵 반대 집회 확산 등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탄핵 인용을 낙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 8일 회동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기로 했다.

스타 1순위
스토리 위주

탄핵 심판 일정이 삐걱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대선후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상황이 언제 가시화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세론’을 타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출마 선언조차 못하고 낙마하면서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진 모양새다.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이 5% 이하 지지율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 전 대표는 각 분야의 인재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치른 20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전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또 경찰대 교수였던 표창원 의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이력의 김병기 의원,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국회에 입성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의원 배지를 달진 못했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문 전 대표의 성공적인 영입 인사로 꼽힌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위한 폭넓은 인재 영입으로 또 한 번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군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공식블로그에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인재 영입 1호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열린 문 전 대표의 북 콘서트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재를 잡아라!” 바빠지는 대선후보들

각 캠프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 영입전

고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KBS 공채 30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국악한마당> <책 읽는 밤> <생방송 오늘> <무한지대 큐>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행사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됐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며 “하지만 가슴 뛰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싶었기에 문 전 대표의 손을 잡았다”고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KBS 새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고 전 아나운서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 몸부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뿐”이라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민주당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마지막쯤 패널로 참여했던 전 전 사령관을 소개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줄 새로운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전 전 사령관은 1981년 4월 임관해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 유명세를 탔고, 특전사에서 35년간 근무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특수전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중장으로 전역했다. 참전군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장성 가운데 가장 많은 훈장(11개)을 받아 ‘영원한 특전사령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로 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안보 강화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지켜 나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의 캠프 합류는 민주당이 안보 현안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바꿀 ‘묘수’로 꼽혔으나 그의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학교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은 지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 총장은 2013∼2015년 20여차례에 걸쳐 공금 7억8000만원을 자신의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서 “전 전 사령관의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 전 사령관의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의 캠프 측은 “전 전 사령관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검증이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전 사령관도 자신의 SNS에 “문재인 캠프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문 전 대표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앞으로도 묵묵히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나운서에
특전사령관

캠프와 문 전 대표, 전 전 사령관이 전방위로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전 전 사령관이 성신여대 교직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전 부총장 조모 교수는 지난 2009년 전 전 사령관이 강원도 화천서 연 사단장 취임 축하파티에 교직원 20여명을 파티용 음식 준비, 서빙 등 행사요원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전 전 사령관은 조 교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1심서 성신여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판단, 전 전 사령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직원과 학생을 동원했다는 제보 내용은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지난 9일 대법원 상고심에선 “조 교수의 의혹 제기가 일부 사실”이라고 본 2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전 사령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까지 불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문 전 대표를 향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거취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 10일 “의도치 않게 저의 부족과 불찰로 문 전 대표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 미국 연수과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멀리서나마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며 캠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송영길 의원도 문 전 대표의 요청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가세했지만 바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인 송 의원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문 전 대표의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두고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며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자가 후보의 공약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후보는 저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선대위나 캠프에 함께 할 수 있다”고 수습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 공약 중 핵심이다.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반만 맞는 말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한 바 있다.

여야 영입 전쟁
눈치싸움 치열

보통 인재영입 경쟁은 여야 후보 간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번 대선구도는 야당 후보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노무현의 입’이라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문 전 대표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최근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서 퇴장하면서 붕 떠버린 충남권 지지율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이자 '원조친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영입은 친노 경쟁이 붙은 두 사람의 1라운드였다.

결과는 안 지사의 승리였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2년 대선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전 대표의 카피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도울 예정이었지만 안 지사가 직접 도움을 청했고,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참여정부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속속 안 지사의 캠프로 모이고 있다. 황이수 전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각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정재호 의원 등도 일찌감치 안 지사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장으로 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감사를 맡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안 지사 캠프의 좌장을 맡아 친노그룹 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원조 친노 경쟁이 두드러지면 두 후보 간 친노그룹 인재 영입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헌재발 조기대선 가시권
후보별 각양각색 전략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로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세돌 9단도 안 지사의 국민 후원회장이 됐다. 안 지사는 지난 6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알파고 이세돌 사범 여섯 점 바둑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1호 안희정 후원회 회장. 함께해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로 이 9단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지사의 요청에 이 9단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충남지사 공관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뒀다.

이 9단은 “원래 민주당을 좋아했다. 안 지사뿐 아니라 문 전 대표도 많이 좋아하고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와 대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다는 느낌, 새로운 감각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부분이 내 성향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지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고수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재영입 전략은 ‘스타’보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이른바 흙수저, 무(無)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구성했다. 이 시장은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을 상징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 시장은 캠프 사무실인 여의도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서 열린 출범식에서 1차 공동후원회장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정책 공약도 밝혔다. 이 시장 측이 공개한 후원회장들은 작가 목수정, 해고노동자 김승하, 시장 상인 서정래, 직장맘 김유미, 단역배우 이중열 등으로, 보통 유명 인사들로 구성되는 기존 후원회와는 궤를 달리했다.

화려한 스펙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시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독립운동가 목치숙 선생의 자손이자 진보 성향의 재불작가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목 작가는 <자발적 복종>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을 저술했고 현재 프랑스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를 이끌고 있다.

목씨는 “단죄되지 않는 범죄는 반드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처단하지 않는다면 후손들 역시 불의가 승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며 “유럽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KTX 해고노동자이자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인 김승하씨는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 40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예배 때 이 시장이 참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2006년 처음 투쟁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됐지만 이 시장이 성남시정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보고 다른 분들에 비해 신뢰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후원회의 상임회장을 맡게 된 박수인씨는 “청년배당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청년배당을 통해 대한민국이 청년을 버리지 않고 이 나라가 청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워킹맘 김유미씨는 “성남에 살면서 이 시장이 아이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줘 아이와 함께 행복을 느꼈다”며 “성남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답이다
책사들도 합류

보수진영에선 지난달 25일,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 지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멘토로 삼고 진영을 꾸리는 중이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손꼽히는 ‘책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를 도왔고,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 작업을 거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여권의 잠룡 남 지사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남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모병제와 수도이전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