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학에 어둠이 드리웠다. 이화여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 사학비리의 끝을 보여줬다.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이인성 교수 등 이대 수뇌부 인사 모두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대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돈과 권력에 취한 대학·법인이 전국에 만연한 상태다.
대학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정 노력이 한 줄기 빛이 됐다. 이대 사태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이후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들고일어나 거악을 뿌리째 뽑아냈다. 이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망각한 채 각종 이권에만 관심 있던 법인과 대학 수뇌부를 향한 경종이었다.
결국 대학의 핵심 주체는 학생과 교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과연 무너져 가는 상아탑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 <일요시사>는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이사장을 직접 만나 현 대학의 근원적인 문제를 진단해봤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사교련을 소개해 달라.
▲지난 1987년에 창립한 사교련은 전국 97개 대학교수(협의)회가 가입돼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사립대학 교수단체다. 5만여 사립대학 교수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교육계의 현안 해결과 새로운 정책 개발, 그리고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사학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사립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대학 내 부정비리부터 제거돼야 한다. 사교련은 단위 대학들이 홀로 맞서기 어려운 불법과 부정비리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학 내 교수자치단체인 교수회가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 이대가 최순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다. 대학이 권력의 입맛에 길들여지는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자기 앞가림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교수들이 권력에 스스로 아부하고 기생함으로써 이 나라 고등교육을 병들게 했다. 교수들의 빗나간 모습은 시대적 상황과도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기업화, 자본화 되면서 돈을 끌어들여야 능력 있는 교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돈을 위해 권력과 손을 맞잡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교련에서 예방 대책을 세우려 하고 있다.
- 사학비리는 재단법인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단법인을 감시·견제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교육부는 현행법에 따라 부정비리·부실경영을 저지른 사학법인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더불어 법인평가지표를 만들어 법인이 얼마나 대학에 기여하는지, 인사권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대학 구성원과 법인이 서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서 대학 정상화를 심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분위는 대학 정상화라는 명목 하에 부정비리로 퇴출된 사학법인 세력을 회생시키고 옹호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사학분쟁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사분위 폐지를 포함한 타당한 조치를 강구해야할 시점이다.
-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대선주자별로 ‘대학 아젠다 공약’ 준비에 한창이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을 법률로 승격시켜야 한다. 현행 규정은 대통령령이라서 교육부가 사학법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임의 개정을 단행해왔다. 또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대학의 부실을 방지하고 교육 여건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이 규정을 법률로 승격시켜야 한다.
이대 사태로 수면 위 오른 ‘사학비리’
교육부·사분위 퇴출된 비리세력 비호
- 최근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교육부는 ‘갑’의 지위서 ‘대한민국의 교육’에 폐가 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유발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초정권적인 기구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교육부를 폐지하거나 행정보조기관으로 강등시키고 백년대계를 기획하는 국가고등교육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정치권서 마련되길 바란다.
- 재정이 어려운 사립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립대와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인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재검토해 국립대와 사립대가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지배구조를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시켜 여건이 어려운 대학들은 국립대에 편입시키든지 국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나 재정적 위기에 처한 대학들에 국가가 일반경비 중심의 재정지원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재정지원법에 따라 정부의 도움을 받는 사립대는 법률에 제시된 여러 가지 조건들(개방이사 인원수 확대, 총장후보자 선출제도, 자정 작용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을 이행하도록 명시해야 할 것이다. 등록금 납부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 현행 ‘사립학교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여건이 판이하게 다른 고등교육기관과 초중등교육기관에 관한 규정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대단히 복잡하다. 또한 대폭적인 개정과 재개정이 거듭되면서 법률로서의 효율성을 잃었다. 사립학교법에는 대학의 종류만 나와 있지, 대학 본연의 기능인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다. 고등교육에 관한 법률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라도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립대학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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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준은?]
▲전 동의대 대학평의원회 의장
▲전 동의대 교수협의회 회장
▲전 대학교육개발협의회 부회장
▲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연금위원
▲현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