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인터뷰> 조선업 일갈한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2:06:26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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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만원짜리 물고 다녔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거제는 한때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가 튼튼한 도시였다. 하지만 유가하락, 중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 과다경쟁, 구조조정 태만 등이 겹치면서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거제통’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거제 경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김해연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은 경남도의원 2번, 거제시의원 2번을 역임한 거제토박이 정치인이다. 지난 2009년에는 전국 최초 민자 사업인 마창대교의 문제점을 지적해 총 5537억원의 세금을 절감시켰다. 이는 정부의 민자사업 정책을 변화시킨 첫 사례로 그는 국회서 전국 최고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김 이사장은 거제시 현안인 조선산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해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구조적 원인

김 이사장은 거제 경제의 위기 원인을 크게 대내외적 부분으로 나눠 다각도로 심층 분석했다. 첫 번째 외부적 요인으로는 유가하락을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기불황으로 한때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셰일가스 개발, 공급증가 등으로 30∼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며 “그 결과 세계적 엔지니어링 업체와 굴지의 기자재업체들은 투자 축소,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과 같은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국제 석유회사들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지연하거나 취소해 글로벌 오일·가스 산업 전체를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외부적 요인으로 김 이사장은 중국 조선업계 경쟁력 상승을 언급했다.


그는 “자체 크레인이 장착된 25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의 중국 발주 가격은 3000만달러로 1년 만에 400만달러가 떨어졌다”며 “한국이나 일본 조선업계에선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가격대”라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주 절벽에 직면했고, 2012년 수주물량이 5년 전의 20%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때부터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내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우던 방식인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기술력 부족, 낮은 품질 등 고질적 문제들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거제 조선산업 불황의 내적 요인으로 김 이사장은 정부 산업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2013년 해양 플랜트를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고 5년간 5조9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산화율은 20% 내외에 그치고 있다”며 “수조원에 달하는 R&D(연구개발) 사업비 낭비는 해양 플랜트 산업의 기술력 확보에 이바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관치금융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관치금융은 해양산업에 문외한인 금융권 인사를 대우조선해양에 파견해 부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조선 해양산업의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산업에서 1위를 차지하자 기술혁신을 게을리했다”며 “특히 현대중공업에서는 아직 무인선 및 ICT(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로봇연구소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자만심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를 질타했다.


“조섭업 지금도 자만…아직 정신 못 차렸다”
무리한 해외 플랜트 “기술력 확보가 필요”

거제 조선산업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형 조선소 사이의 과다경쟁과 무리한 해양 플랜트 수주를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경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기업들이 무리한 차입경영을 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를 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설계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기자재 국산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와 건조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턴키방식의 해양 플랜트는 치명적인 적자를 안겨준 결정적 원인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거제 조선3사(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약 8조원의 영업손실 가운데 7조원이 해양플랜트로 인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거제 경제의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 이사장은 우선 국적선의 발주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일찍이 중국과 일본은 조선산업이 어려울 때 국적선을 발주해 일거리를 확보해주고 있다. 자국 해운선사가 발주를 하거나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 발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박금융회사 설립과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해양금융종합센터 등 정책금융기관이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규모를 더 키워 선박금융 지원체계 구축, 선종 다각화 및 연구개발 지원, 고용 안정화 방안 지원 등을 통한 조선산업 상생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향상을 통한 로열티 방식으로의 전환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면서 배 한 척당 120억달러의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적자를 일으킨 조선3사 경영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조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하청은 노동비용 절감, 물량 변화 신축 대처, 노동조합 무력화에 이용됐다”며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면 무급휴직과 휴직 기간의 생활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조선해양 산업의 위기가 끝나고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정된 숙련기술자 확보와 협력업체와의 공급망 유지도 강조했다. 그는 “설계를 현장에서 떨어지게 하고 대다수 협력업체로 바꾼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라며 “선박설계 및 선박검사를 현장과 밀접하게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의 조선산업의 원인과 해결책을 강조함과 동시에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향후 조선업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우선 평균 선가가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선가는 지난 2011년 대비 90% 수준으로 회복됐다.

김 이사장은 신흥국 등의 지속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와 육상 및 천해지역 자원고갈 등으로 인해 심해 석유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시적 불황”

그는 현 위기를 ‘조선산업 주기설’로 설명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조선산업 특징 중 하나는 불경기와 호황기를 주기적으로 넘나든다는 것”이라며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도 (조선산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현재는 세계 경제와 연동돼 조선산업이 불황일 뿐”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김해연 이사장은?]

▲제3대 거제시의회 의원
▲제4대 거제시의회 의원
▲제8대 경남도의원
▲제9대 경남도의원
▲거제 YMCA 이사
▲거제청년연대회장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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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