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셋째 부인’ 서미경 사라진 수수께끼

롯데 수사 대미 ‘못 잡나 안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녀는 지난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 가운데 그녀의 소유 회사 유원실업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롯데그룹과 한국으로부터 한발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은 롯데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롯데와 관련된 각종 비리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해 나갈 무렵 의외의 인물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다.

잡을 수 있었는데…

서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이라서가 아니었다. 그가 롯데 수사에 있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핵심역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서씨의 수사를 통해 제2롯데월드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과정서 드러난 한국과 일본에 걸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이런 배경에서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롯데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의 소유지분의 합이 6.9%로 7%에 육박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 가운데서 가장 많은 지분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6%로 각각 2%가 채 되지 않으며,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서 보필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조차 3.0% 지분을 갖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씨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 0.4%를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신병확보 실패 검찰 비판 불가피
어디로 갔나?…일본 도피설 유력

검찰은 서씨의 지분 형성 과정서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기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6.9%를 서씨 모녀에게 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의 1% 지분의 가치는 당시 기준으로 1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탈세 규모만 6900억원이 넘었다.

양도 방법으로는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됐다. 신 총괄회장이 1997년 롯데홀딩스 주식을 주당 50엔(약 500원)의 액면가로 서씨 모녀에게 넘긴 뒤 2005∼2006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지분 3.21%를 서씨에게 증여한 정황이 나왔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서씨가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상황됐다.

롯데 수사 초기 검찰과 서씨는 그의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락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서씨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그는 출국 초기엔 도쿄호텔 스위트룸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자 동경으로 거주지를 이동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서씨와의 연결선이 끊기자 대면조사 없이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서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세금 탈루 외에도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불법으로 임대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서씨에 대한 수사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서씨의 여권 무효화를 추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렇다할 성과없이 재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씨를 소환 조사하기 위해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서씨 보유 부동산과 주식 압류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직접 조사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공판준비기일도 서씨 없이 진행됐다. 다만 공판과는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없다.

지난 25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도 서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지막 재판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씨에 대한 강제송환을 추진 중이다.

여권법에 따르면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기소된 경우 외교부장관이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다. 지정한 반납기간 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 효력은 자동 상실된다. 이 경우 서씨는 일본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강제 추방된다.

찜찜한 수사…서씨 없이 재판
해외서 조용히 사업 정리 중

검찰은 우선 서씨에 대해 혐의가 있는 전체 탈루액 가운데 297억원을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서씨가 인정한 세금 탈루액에 대한 기소다. 검찰은 추후 탈루액 전체에 대한 소송액을 늘릴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유원실업은 롯데그룹 관련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롯데쇼핑 지분을 지난해 말, 모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공시된 것. 유원실업은 서씨 모녀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매각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앞서 유원실업은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통해 10년 이상 막대한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유원실업의 이 같은 행보는 두 가지로 방향으로 읽힌다. 우선 롯데그룹 차원서 논란이 된 유원실업과의 관계 청산이다. 롯데그룹은 수사가 진행되기 전 이미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국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롯데그룹에 검찰 조사라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논란이 되고 있는 유원실업과의 관계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서씨와 롯데그룹 간의 거리두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로 이전과 같이 유원실업이 롯데그룹으로부터 이득을 챙길 수 없게 되자 논란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롯데그룹에서 잠시 멀어지려는 의도로 유원실업의 롯데그룹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룹은 거리두기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서미경씨의 신병 확보가 중요하다”며 “검찰이 서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시작돼 검찰 수사의지에 의문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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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