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남성이 왕’ 성노예 계약서 실체

“남자가 하자면 무조건 해야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인물에서나 나올 법한 ‘성노예 계약서’가 국내서 판을 치고 있다. 여고생, 업소여성도 모자라 심지어 처조카에게까지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파렴치한 남성들이 적발됐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야동과 현실을 구분 못한다”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들은 모두 법의 철퇴를 맞았지만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조카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파렴치한 이모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A(22·여)씨가 어릴 적 부모님은 이혼했고 같이 살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A씨는 18살이던 2013년 2월 인천에 있는 이모네로 거처를 옮겼다. 그때 이모부 B(44)씨를 처음 만났다. 당시 미성년자인 처조카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는 그해 가을 처음 A씨에게 마수를 뻗었다.

천륜 져버린 범죄
핏줄의 악질 행각

이후 용돈을 주며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자신들의 관계를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아도 당시에는 이모부를 따랐다. 3년이 지난 지난해 5월, A씨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B씨에게 그동안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통보했다.

내연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던 B씨는 A씨를 인천의 한 모텔에 데려간 뒤 “예전에 촬영한 나체 사진을 남자친구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했다. 그날 밤 결국 강제로 성폭행한 B씨는 다음날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에 A씨를 데리고 가 놀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에서 성노예 계약서를 쓰게 했다.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내라는 거였다. A씨는 B씨의 강압적인 태도에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이렇다. ‘저는 이모부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습니다. 보상의 의미로 한 달에 2번씩 주기적으로 만날 것을 맹세합니다. 섹스 등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습니다. 강요나 협박도 없었고 스스로 해 주고 싶습니다.’ 온라인 계약서는 곧 B씨의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A씨는 B씨로부터 5차례나 더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남자친구에게 ‘그만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A씨가 보낸 것처럼 꾸몄다. 그해 여름 B씨는 A씨에게 더 구체적인 성노예 계약서를 요구했다.

12월 말까지 매주 목·금·토요일에는 B씨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남자친구도 사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믿음을 주지 못하면 자신과의 만남을 1년 더 추가한다는 부수 조항도 넣었다. 이번엔 종이에 진짜 계약서처럼 ‘갑’과 ‘을’이라는 글자까지 쓰도록 강요했다. 물론 갑은 B씨였고 을은 A씨였다.

지난 22일 인천지법 형사13부(김진철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강요, 협박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 살게 된 미성년 처조카와 성관계를 하고 관계를 정리하자는 요구를 받자 성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나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모부와 처조카 부적절한 관계
진짜 계약처럼 갑을에 사인까지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화장품 매장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여고생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점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화장품 매장 점장 박모(37)씨는 지난해 2월, 매장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C(15)양에게 “50만원을 변상하라”며 윽박지르고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포함된 반성문을 쓰게 했다. C양이 훔친 물건은 7000원짜리 틴트 한 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박씨는 C양을 인근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밥을 사주면서 C양에게 제시한 것은 ‘노예계약’이었다. 박씨는 “예전에 걸렸던 애도 계약서 쓰고 나체 사진을 보냈다. 너는 어디까지 각오가 돼있냐”며 한달에 한두 번 만나 성적 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타깃은 여중고생
늑대들 호시탐탐

검찰은 박모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7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은 배심원 다수가 징역 1년의 실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반성문을 썼지만 피해자는 큰 수치심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건전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할지 걱정이 되는 상황임에도 피고인은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공판서 배심원단은 “사춘기 피해자에게 노예계약서를 들이밀었다는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가수를 지망하는 여고생에게 ‘성노예 계약서’를 작성해 협박하고 유사 성행위와 성폭행을 한 40대 남성도 법의 철퇴를 맞았다.

피의자 조모(40)씨는 지난 2012년 서울 중랑구 임대아파트에 D양 가족이 입주하도록 도와주며 D양 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D양이 가수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D양 가족들에게 자신을 유명 가수와 공동으로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고 속여 D양에게 접근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D양이 자신을 따르자 조씨는 2013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자신의 집 등지에서 연습생은 방송PD에게 성 접대를 해야 하는데 이를 가르쳐준다며 D양을 성폭행하고 영화 출연 전 예행연습이라고 속여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다.

또 자신의 내연녀 이모(36)씨와 함께 집단 성관계도 갖도록 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는 조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연예계 활동에 필요한 연습이라고 속여 청소년인 피해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갖는 등 조씨의 범행 수법과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성노예 계약서사건에는 공무원까지 합세했다. 한 세무공무원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돈을 갚지 못하면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노예 각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밝혀진 것.


대전지방국세청 청주지역 세무서 8급 공무원 E(35·8급)씨는 2012년 피해 여성인 김모(32)씨를 성매매업소에서 알게 돼 친분을 쌓아왔다. 김씨가 사채 이자로 힘들어하자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과정에서 E씨는 김씨에게 ‘매달 원금과 연 40%의 이자를 상환하고 이를 어길 시 징벌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했다. 실제 E씨는 김씨가 상환 기일을 지키지 않자 “차용증 내용처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덕 사채업자에게 넘겨 외딴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해 모두 26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E씨는 상환 일자를 하루라도 넘기면 성관계를 요구했다. 또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생 노예로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섬으로 팔려가고 싶으냐’ ‘노예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까지…
믿을 사람 없다

E씨는 또 2013년 2월 대전지방국세청 모 세무서 전산망에 무단으로 접속해 김씨와 그 가족의 세무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E씨는 이를 바탕으로 “네 가족이 누군지, 주소지가 어딘지 알고 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채무를 빌미로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타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성노예 계약서를 강요했다는 사실만으로 도덕적인 문제서 벗어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법을 잘 모르는 20대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 성노예 계약서를 쓰도록 한 뒤 성 노리개 등으로 삼아온 30대 남성도 있었다. 네일아트 학원에 다니던 이모(21·여)씨는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돼 잠시 수원의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게 됐고 손님으로 사채업자인 김모(38)씨를 만났다.

야동 많이 봤나…미성년 피해자도
“연예인 시켜줄게” 방법도 가지가지

김씨는 이씨와 만나 성관계를 맺은 후 이를 빌미로 ‘부모님께 알리겠다’며 이씨를 협박했다. 급기야 이씨는 김씨가 불러주는 대로 종신 노예계약서를 써야 했다. ‘40년간 봉사해야 하며 이 계약서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씨는 이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돈을 갈취하는 등 파렴치한 범행을 일삼았다. 계약 무효를 주장한 이씨에게 주먹질까지 했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씨의 친구인 김모(21·여)씨에게까지 ‘위장 취업하면 은행대출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우선 550만원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뒤 ‘이 돈을 받고 싶으면 노예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결국 김씨마저 ‘이 계약서를 갖고 계시는 분께 평생 시키는 대로 할 것이며 이를 어겼을 때는 민·형사상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라는 계약서를 건넸다. 이후에도 김씨는 이들에게 “너희들은 내 거다”라는 언행을 일삼으며 수시로 불러내 노리개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씨와 김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계약서에 효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김씨를 신고하면서 김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막을 내렸다. 수원남부경찰서는 김씨를 강간, 강도, 상해, 폭행, 협박, 사기 등 무려 6개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어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20대 여자들을 사채업자가 이용한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연예인 스폰서 계약 관련 종사자의 폭로도 있었다. 한때 연예인 성 스폰서 계약 관련 종사자였다던 F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F씨는 지난 2013년 12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서 수사한 연예인 성매매 사건 당시 관련자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F씨는 “보통 스폰서 하면 도움이 필요할 때 대가 없이 후원하거나 백그라운드가 돼주는 것이다. 여기서는 약정된 돈(대가)을 건네고 계약에 따라 약속한 서비스(성)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렇지 않다면 왜 계약서를 별도로 쓰겠나”라고 말했다.

또 “단발성이 아니고 ‘몇 차례에 얼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여자 연예인이 돈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로 보면 되겠다. 한 번에 500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스폰서 입장에서는 신상명세가 상세히 기록된 약정서가 있으면 아무래도 믿고 거래하기가 쉽다”고 계약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어디에든 있다
연예계도 성행

연예인 성매매 스폰서 계약서는 명칭이 ‘디지털 서비스 계약서(방송인)’로 돼있다. 이는 성매매로 인한 돈 거래 내역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광고계약서’의 형태로 위장한 것이다. F씨는 “이미 저는 손을 뗐지만 여전히 비슷한 형태의 거래는 이어지고 있고 이름난 연예인일수록 워낙 철저한 보안을 거쳐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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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