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때 국민기업이자 사회적기업으로 사랑받던 유한킴벌리가 국민밉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리대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 생리대 상품가격을 큰 폭 올리는가 하면 대표 브랜드 ‘하기스’의 아기물티슈에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분노를 유발했다. 사실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0%에 수렴하는 유한킴벌리는 사회적인 기업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3일 메탄올 허용기준치(함량 수분의 0.002%)를 초과한 하기스 퓨어 아기 물티슈 등 10개 제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량 판매중단, 회수 조치를 받았다. 메탄올은 알코올의 일종으로 산화하면서 1급 발암 물질로 분류되는 포름알데히드를 생성해 유해 물질로 분류된다.
기부도 줄어
메탄올은 흡입과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된다. 장기간 노출되거나 노출이 반복돼 체내에 쌓이면 피부발진과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실명의 우려까지 있어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물질이다.
식약처는 메탄올이 제조과정 중 비의도적으로 혼입됐으며 이번에 초과된 메탄올 수치는 국내외 기준, 물휴지 사용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한킴벌리 측도 사과 홈페이지를 통해 “원료 매입을 포함한 전 과정의 안전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 고객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려와 불편을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품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불만이 거셌다.
문제는 유한킴벌리의 유해제품 논란이 불과 일주일 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유한킴벌리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 ‘스카트 와치맨’ 방향제 5종에서 우려 수준 이상의 유해성분이 검출돼 제품 회수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들 제품서 이소프로필알콜이 기준치(24.9%)의 2배 수준인 47%가 검출된 것이다. 이소프로필알콜은 재채기, 인후염 등 코와 목에 자극을 주고, 고농도 흡입 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혼수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는 유해물질이다.
일주일 새 유해물질 논란이 두 차례 반복되자 유한킴벌리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했다. 실제 유한킴벌리가 인증을 받은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제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제도는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유한킴벌리는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해에는 1년 중 생리대가 많이 팔리는 여름철 직전, 생리대 가격을 큰 폭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올해만 2번째 유해 상품 유통 적발
꼼수 가격 인상에 소비자 불만 확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유한킴벌리 가격인상 내부자료(본사가 대리점으로 보낸 자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10년, 2013년, 2016년 등 3년 단위로 6월에 생리대 가격을 인상했다. 일부 품목은 60% 가까운 인상률을 보였으며 전체 제품군은 20% 수준의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심 의원은 “당시 20% 가격인상을 했다가 철회한 2개 제품은 구제품”이라며 “리뉴얼 한 36개와 신제품 8개는 7%대 가격인상을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다. 어떻게 가격상승 요인이 반영된 신제품이 구제품보다 인상폭이 낮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생리대 부문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유한킴벌리가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한국 P&G가 각각 9%, 8%였다.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한킴벌리로 향하는 질타는 분노로 바뀌는 양상이었다.
결국 유한킴벌리 측은 생리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제품만 인하돼 사측의 진의를 의심케 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더 이상 유한킴벌리를 사회적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유한킴벌리는 더 이상 사회적 기업으로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기부액 비율이 0%에 한없이 수렴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매출액(연결기준) 대비 기부금액 비중은 0.15%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한가지 눈여겨볼만한 점은 유한양행과의 관계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한국의 유한양행과 미국의 킴벌리클라크가 각각 지분을 들여 만들었다.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의 모회사 격인 셈. 그러나 유한킴벌리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71년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타계했고, 유 박사는 전 재산을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부금을 출연해 사회적 귀감이 됐다. 이 재단은 1977년 유한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자식들에게 물려 준 재산은 당시 7세인 손녀에게 학자금으로 1만달러를, 딸에게 묘소 주변의 땅 1만6000여m²(5000평)가 전부다.
사라진 창업정신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쌓는데 5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으나 그 이미지가 무너지는 데 2년밖에 안 걸렸다”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