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대담> 독해진 안희정 충남도지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06:22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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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드디어 칼을 물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페이스메이커’ ‘차차기 주자’로 통하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 바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근 들어 그는 연일 여야 대권잠룡들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페이스메이커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울러 수려한 외모와 단호한 어법으로 대중들의 마음도 휘어잡고 있다. 다만 지지율 정체 국면은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올해 대선에서 그가 과연 청와대 문을 열 수 있을까.

안희정 지사는 충남도지사 연임에 성공하며 단번에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정치권의 화두인 ‘충청대망론’의 바람을 타고 대한민국을 이끌 꿈을 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올해 대선에서 야권의 히든카드로 꼽히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어봤다. 다음은 안 지사와의 일문일답.

- 대선을 앞두고 충남도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존경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정유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안보·외교 환경과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과제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지난 2010년 선거와 2014년 선거에서 ‘도지사로서 경험과 실적을 쌓아 한 번 성장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 7년 간 도정을 이끌면서 이룬 것은 무엇입니까.
▲ 저는 지역역량 강화를 위해 민선 5기부터 3대 혁신과제를 추진했습니다. 아울러 시대적 과제에 능동적 대처를 위해 3대 행복과제도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내포신도시 활성화, 경제비전2030, 환황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서해안권의 항만·물류·교통망 등을 확충했습니다. 저는 정책현장과 국가 전체의 발전이 조화를 이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왔다고 자부합니다.

-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 청산하지 못한 권위주의가 만든 비극이라고 봅니다. 상명하복·불통·폐쇄성 등 청와대 및 관료집단 내 권위주의 문화와 더불어 정치와 검찰, 정치와 기업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오늘날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불신과 기회주의가 아직도 우리사회 저변에 자리 잡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특권층의 문화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를 낡은 20세기와 완전히 작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국민들이 빛낸 광장의 촛불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 수백만 명에 이르는 촛불민심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촛불정신과 시대정신은 국민들이 권력기관에 맡겨 놓은 권력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역사 속에서 모든 민중 항쟁은 청원운동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국을 밝힌 국민들의 촛불은 청원운동이 아니라 ‘국민주권’ 즉 내가 주인이라고 선언한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비로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이란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 <안희정과 함께, 혁명>은 ‘인간 안희정’을 다룬 자전 에세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 정치권에 불고 있는 개헌논의에 대한 지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저는 대통령이 된다면 개헌에 관한 국민적 논의 기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우선 내각은 의회와 함께 내각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파를 초월한 국정과제에 집중할 것입니다. 집권여당이 더 이상 청와대의 돌격대가 되는 것을 막고 의회의 입법 권한을 예산 계획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이미 저는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 있는 충남서 지방정부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이 가능성을 실험해왔습니다.

문재인과 각세우기…연일 정치권 맹공
수려한 외모·단호한 어법…충청대망론 기수

- 반 총장과 함께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힙니다. 반 총장과 차별화된 전략이 있으십니까.
▲ 대통령은 영남·호남·충청의 지역적 대표성만 가지고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저는 김종필 총재, 이회창 총재 등 우리 충청도를 대표했던 선배정치인들의 좌절과 비애를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지역주의 정치로는 충청도가 절대 1등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연고에 입각해 정치하는 것을 국민들은 바라지 않습니다. 국민의 삶과도 맞지 않습니다. 저는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 여러분께 늘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한민국 지도자로 성장해 보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저는 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 더민주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 현존하는 정치인 중 가장 신뢰하는 선배입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고, 인품도 훌륭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도 저만의 포부가 있고 저의 도전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는 늘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입후보한 사람들은 자기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면 된다고 봅니다.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 다른 대선 후보들과 비교해서 안 지사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십은 다릅니다. 촛불광장서 국민들은 낡은 20세기 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명령했습니다. 저는 지난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안녕 박정희, 안녕 박근혜’를 외치며 낡은 20세기와의 결별을 외쳤습니다.

아울러 지역주의, 이념갈등, 패거리 정치와 결별하며 안희정 만의 정치를 보여 왔습니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기 위해 국민들의 힘을 모으고 시대교체의 과제를 실천할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 남경필 경기지사와 공약연대를 선언하셨습니다. 동시에 수도 이전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 핵심은 미완성 상태인 세종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세종시는 성능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완성 상태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착수한 이후 행정수도는 관습법 논란과 세종시 수정안 파동을 겪으며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세종시는 출범 4년차를 맞이했지만 정부 부처의 3분의 2만 이전한 상황입니다. 청와대, 국회 등 정치권력은 물론 외교부 국방부 등 외치기관까지 아직 서울에 남아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서울에 다 모여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행정과 경제 권력의 분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청와대라는 상징적인 기관이 이전하면 실질적으로 정치과 경제가 분리돼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견지해야할 외교적 자세는 무엇입니까.
▲ 이제까지 대한민국 안보·외교·통일 전략은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전략적 플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부상, 헤게모니를 놓칠 수 없는 미국,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핵 미사일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제1과제는 안보·외교·통일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일입니다. 여기에 다른 이념이나 정파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 동의가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북정책이든 G2 체제에서 안보·외교 전략이든 우리는 통일된 국론을 모으기 위해 현명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정경유착’ ‘정언유착’ 등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 부와 권력의 쏠림을 막고, 사람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부의 대물림과 교육의 대물림이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과도한 권력과 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권력과 부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권력이 민주적 통제 하에 감시를 받도록 하고 부의 분배와 재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는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교육정도에 상관없이 국민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공정한 사법 질서와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페이스메이커‧차차기?…"목표는 올해!"
“촛불민심 받들어 정권교체에 앞장”

- 지사님께서는 현재 문재인-반기문 양자구도로 흐르고 있는 대선판을 뒤집을 카드가 있으십니까.
▲ 역사·시대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신인이라고 한다면 짧을 수 있겠지만, 지방정부 운영과 평생을 국민의 안위를 위해 걸어온 저의 삶에 근거해 새로운 기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민들께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탄핵문제에 집중해 주셨습니다.


이제 다음 정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대해 각 당이 경선 절차에 돌입해야만 어떤 후보를 고를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직 현재의 지지율은 참고사항을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정될 수 있는 어떤 결정적 구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대선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대를 교체하라는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면 됩니다. 그러나 야당이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명령은 야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시대교체를 하라는 것입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개헌론, 반문연대, 제3지대론의 꼼수에 대해 국민들은 그 본의를 알고 있습니다. 결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야권은 오직 촛불광장의 민심을 받들어 힘 모아 정권교체, 시대교체에 앞장서야 합니다.

- 지사님께서는 명분 없는 정치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셨습니다. 지사님이 생각하는 명분있는 정치란 무엇입니까.
▲ 대의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단결을 하거나 반문연대, 비문연대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대의명분이 분명해야 합니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닙니다. 누구와 힘을 모으고 단결하려면 그 단결이 국민들이 볼 때 어떠한 공익의 가치를 가지고 단결하는 것인지 분명해야만 좋은 정치가 될 수 있습니다.

- 안 지사님께서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원칙과 상식이라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벗어난 행보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특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원칙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른다면 이는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을 기회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안 지사님께서 더민주 잠룡 중 ‘표 확장성’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저는 끊임없이 ‘안희정표 통합정치’를 주창해 왔습니다.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실천해 왔습니다. 안희정의 승리가 아니라 당의 승리,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되자고 주장했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바로 이것의 저의 전략입니다. 승자와 패자,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정권 교체를 이룰 것입니다.


- 지사님께서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입니까.
▲ 억울한 일 없고 안전하며 풍요를 누리는 나라입니다. 국가는 세 가지만 잘하면 됩니다. 첫째, 국민들이 돈 없고 배경이 없다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둘째,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합니다.

셋째,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지고, 창의와 노력으로 마음껏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면 국민들은 엄청난 힘을 분출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설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새해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국민들께 말씀 드리고 선택을 받겠습니다. 지난 7년간의 도정을 통해 충남 도민들의 신뢰를 받고 충분히 능력을 보여드렸습니다. 촛불 민심의 명령에 따라 낡은 20세기를 끝내고, 시대교체를 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저의 포부를 자세히 설명 드리고 선택 받고 싶습니다.
 

<shs@ilyosisa.co.kr>

 

[안희정 도지사는?]

▲고려대학교 철학 학사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
▲민주당 최고위원
▲제36대 (민선5기) 충청남도지사
▲제37대 (민선6기) 충청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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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