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크호스’ 장성민의 대망론

“문·반과 붙을 사람은 나 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외의 인물이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에서 한반도문제 전문가, 시사프로그램 앵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장성민 전 의원의 외침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온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쟁쟁한 대권주자 사이에서 그의 외침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장충체육관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의원은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와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었다.

동교동계 막내
경선참여 발표

이날 콘서트에 모인 3만여명의 지지자들은 장 전 의원의 대권 출마 선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국민의당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장 전 의원은 “제 2건국의 불씨를 지피겠다”며 “정치 위기를 가져온 패권주의를 걷어내고 국민정치시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이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앞서 장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금의 헌정 위기 사태를 초래한 기성 정치판을 갈아엎고, 5·18 광주 영령들 앞에서 국민의 나라·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순교자의 정신을 갖고 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본격적인 첫걸음인 셈이다.

북콘서트 열고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
3만여명 지지자들 모여 아낌없는 박수

장 전 의원은 행사에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를 언급하며 자신의 장기인 외교 역량을 어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로에 선 한반도 운명과 미중 패권 충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각축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한반도 상황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패권경쟁의 역사적 기원 및 전개과정, 패권경쟁의 결과와 한반도 운명과의 상관관계 등을 지정학적 입장에서 연구했다.

장 전 의원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니 중국이 사드를 들고 와서 경제 압력을 시작한다. 미국 새 정부는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주한미국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국제사회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이렇게 강등되고 있는 걸 알아야 한다. 똑똑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서 갈피를 못 잡는 등 외교 공백 상태에 빠져있는 현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반도서 펼쳐지는 본질적 이유를 꿰뚫고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 그리고 민족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미래’를 정확히 관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북핵문제와 관련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해 북한이 핵을 가져도 소용없다는 전방위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서에서는 북한 문제를 두고 세 가지 실천전략 등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세웠다. 먼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 그들에게 현 체제보다 더 나은 남한의 체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탉이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품듯 그들을 따뜻하게 품고 돌보는 ‘모계포란’ 정책,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이 그 체제 내부로부터 공산주의 세습 독재체제의 껍질을 깰 때 동시에 밖에서 껍질을 쪼아주는 ‘줄탁동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북한 주민들과의 ‘공감-공존-공생-공영-공통’의 기회를 확대시켜 나가는 ‘진공정책’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외교전략을 담았다면 <큰 바위 얼굴>은 ‘인간 장성민’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장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 번째 대권 도전서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정계복귀 프로젝트와 DJP(김대중·김종필)연합 시나리오를 준비해 보고한 일화,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창설해 초대실장을 맡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극복과 제1연평해전 때 북한 도발을 강력 응징한 이야기 등 국정 비화를 흥미진진한 필치로 전개했다.

의원·외교전문가
앵커로 종횡무진

1963년 전남 고흥서 태어난 장 전 의원은 대학 4학년이던 23살에 무작정 DJ를 찾아가는 패기를 보였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장 전 의원은 DJ에 대해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자원봉사자로 대학생 캠프를 두드렸고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막내였던 그는 1987년 대학원 시절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개설한 ‘한빛문제연구소’에서 정세분석을 담당했다. 1991년에는 DJ의 동교동 자택서 숙식하는 비서로 근무했고, 1992년 DJ가 14대 대선서 낙선한 뒤에는 “다시 정계에 복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써내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DJ의 구술을 받아 쓴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내놨고, 이 책은 65만권 이상 팔려 나갔다. DJ가 1993년 대선 패배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진솔한 내면의 고백을 담아 출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는 그의 정계복귀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1994년 장 전 의원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설립 때 초대 공보비서로 임명됐다. 아태평화재단은 DJ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 남북통일, 아시아 민주화 등과 관련된 연구·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학술재단이다.

20여년 이상 DJ 곁에서 그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신세대 가신그룹’의 선두주자로 불리기도 했다. 1997년 DJ가 15대 대선서 당선된 이후 출범한 국민의정부 정무수석실에서 최연소(34세) 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며 ‘젊은 실세’로 평가받았다. 이후 국민의정부 초기 IMF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국정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초대실장을 맡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금천구에 출마,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책자료를 내는 등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또 민주당 소장파 모임인 ‘새벽21’과 여야 소장개혁파 모임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0년 국정감시시민연대 국정감사 우수의원, 2001년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정활동 우수의원 등 의정활동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2002년 선거사무장의 수당 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장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그는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및 미국 정치에 대해 연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서 한국을 대표할 동북아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선정됐다.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은 2000년 싱가포르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동북아의 정치·경제·학계 등 중요 부문에서 차세대 지도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동북아 공동체의 장기적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듬해에는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2003년 EUVP(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서 한국의 정치분야 유망주로 선정됐다.

유럽연합과 외국 차세대 지도자들 간 상호 이해증진을 목표로 1974년 설립된 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은 비유럽연합국의 정치·행정·언론·학계 등 각 분야서 두각을 나타낸 45세 이하의 젊은 유망주를 선정해 유럽연합과의 교류를 추진해왔다.


미중 패권경쟁
북과 대화 필요

그는 2004년 17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에 재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5년부터 2년간 PBC평화방송 라디오서 시사 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깜짝 변신했다.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화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장성민입니다>는 네이버, 다음, 야후 등 포털사이트서 각 방송 내용을 기사로 인용해 게재한 횟수를 집계한 ‘인터넷 포털 뉴스 인용 통계’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 SBS <라디오 전망대 진중권입니다> 등을 압도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2년 후 방송을 떠난 장 전 의원은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로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라는 부제의 책 <전쟁과 평화>는 일본서도 출판돼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어 레드 컴플렉스 이면의 김정일과 북한 권력의 실체를 들여다본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반도 미래전략가로 불렸던 그는 2012년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앵커로 출연하면서 방송인과 정치인 사이를 오갔다.

무작정 DJ 찾아가 캠프 합류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
“지금은 DJ맨이 필요하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3월까지 4년여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그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 중 가장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보도였다.

<시사탱크>는 2013년 5월13일 북한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라는 임천용씨를 인터뷰했다. 임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며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서 내려온 게릴라”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방송이 나간 후 시민단체를 비롯, SNS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안이 크게 불거지자 TV조선과 장 전 의원이 해명 방송을 진행했다.

장 전 의원은 “임씨(임천용)를 초청한 것은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설이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판단때문이었다”며 “당초 프로그램에 관련단체 인사들을 초빙해 임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규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모양새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발언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방영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은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 지난달 21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날 그 자리에는 사단법인 5·18구속부상자회 고문 최운용씨 등 5·18 핵심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시사탱크>는 장 전 의원에게 비판과 인지도를 동시에 가져다줬다. <시사탱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단골 제재 프로그램으로 꼽힐 정도로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켰으나 4년여간 꿋꿋이 앵커 자리를 지킨 장 전 의원은 이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의원이 <시사탱크> 앵커 전력을 통해 물의를 빚으면서 받은 비판과 인지도를 맞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미래전략분석가, 시사프로그램 앵커 등 외도를 하면서도 정치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던 장 전 의원은 이제 다시 본궤도에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10여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는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특강은 2000∼3000명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중의 대부분이 20∼30대인 것은 장 전 의원에게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앵커로 쌓은 인지도, 강연을 통해 얻은 인기 등이 대권 출마 도전과 맞물려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젊음+인지도+인기
“파괴력 있을 듯”

장 전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 지역언론 정치부장단과 만나 “반기문 전 총장도 국민의당 경선에 올라오길 바란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도 나도, 안철수 전 대표도 링에 오르면 판이 커지고 국민의 판이 된다”며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혜성같이 치고 나오면 집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평가가 끝났다. 70%가 호남 당원인 국민의당서 TV토론하고 연설회 몇 번하면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아집과 당리당략에 찌든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성민의 당찬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몫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