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크호스’ 장성민의 대망론

“문·반과 붙을 사람은 나 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외의 인물이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에서 한반도문제 전문가, 시사프로그램 앵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장성민 전 의원의 외침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온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쟁쟁한 대권주자 사이에서 그의 외침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장충체육관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의원은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와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었다.

동교동계 막내
경선참여 발표

이날 콘서트에 모인 3만여명의 지지자들은 장 전 의원의 대권 출마 선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국민의당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장 전 의원은 “제 2건국의 불씨를 지피겠다”며 “정치 위기를 가져온 패권주의를 걷어내고 국민정치시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이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앞서 장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금의 헌정 위기 사태를 초래한 기성 정치판을 갈아엎고, 5·18 광주 영령들 앞에서 국민의 나라·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순교자의 정신을 갖고 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본격적인 첫걸음인 셈이다.

북콘서트 열고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
3만여명 지지자들 모여 아낌없는 박수

장 전 의원은 행사에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를 언급하며 자신의 장기인 외교 역량을 어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로에 선 한반도 운명과 미중 패권 충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각축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한반도 상황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패권경쟁의 역사적 기원 및 전개과정, 패권경쟁의 결과와 한반도 운명과의 상관관계 등을 지정학적 입장에서 연구했다.

장 전 의원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니 중국이 사드를 들고 와서 경제 압력을 시작한다. 미국 새 정부는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주한미국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국제사회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이렇게 강등되고 있는 걸 알아야 한다. 똑똑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서 갈피를 못 잡는 등 외교 공백 상태에 빠져있는 현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반도서 펼쳐지는 본질적 이유를 꿰뚫고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 그리고 민족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미래’를 정확히 관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북핵문제와 관련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해 북한이 핵을 가져도 소용없다는 전방위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서에서는 북한 문제를 두고 세 가지 실천전략 등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세웠다. 먼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 그들에게 현 체제보다 더 나은 남한의 체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탉이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품듯 그들을 따뜻하게 품고 돌보는 ‘모계포란’ 정책,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이 그 체제 내부로부터 공산주의 세습 독재체제의 껍질을 깰 때 동시에 밖에서 껍질을 쪼아주는 ‘줄탁동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북한 주민들과의 ‘공감-공존-공생-공영-공통’의 기회를 확대시켜 나가는 ‘진공정책’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외교전략을 담았다면 <큰 바위 얼굴>은 ‘인간 장성민’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장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 번째 대권 도전서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정계복귀 프로젝트와 DJP(김대중·김종필)연합 시나리오를 준비해 보고한 일화,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창설해 초대실장을 맡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극복과 제1연평해전 때 북한 도발을 강력 응징한 이야기 등 국정 비화를 흥미진진한 필치로 전개했다.

의원·외교전문가
앵커로 종횡무진

1963년 전남 고흥서 태어난 장 전 의원은 대학 4학년이던 23살에 무작정 DJ를 찾아가는 패기를 보였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장 전 의원은 DJ에 대해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자원봉사자로 대학생 캠프를 두드렸고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막내였던 그는 1987년 대학원 시절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개설한 ‘한빛문제연구소’에서 정세분석을 담당했다. 1991년에는 DJ의 동교동 자택서 숙식하는 비서로 근무했고, 1992년 DJ가 14대 대선서 낙선한 뒤에는 “다시 정계에 복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써내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DJ의 구술을 받아 쓴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내놨고, 이 책은 65만권 이상 팔려 나갔다. DJ가 1993년 대선 패배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진솔한 내면의 고백을 담아 출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는 그의 정계복귀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1994년 장 전 의원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설립 때 초대 공보비서로 임명됐다. 아태평화재단은 DJ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 남북통일, 아시아 민주화 등과 관련된 연구·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학술재단이다.

20여년 이상 DJ 곁에서 그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신세대 가신그룹’의 선두주자로 불리기도 했다. 1997년 DJ가 15대 대선서 당선된 이후 출범한 국민의정부 정무수석실에서 최연소(34세) 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며 ‘젊은 실세’로 평가받았다. 이후 국민의정부 초기 IMF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국정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초대실장을 맡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금천구에 출마,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책자료를 내는 등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또 민주당 소장파 모임인 ‘새벽21’과 여야 소장개혁파 모임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0년 국정감시시민연대 국정감사 우수의원, 2001년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정활동 우수의원 등 의정활동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2002년 선거사무장의 수당 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장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그는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및 미국 정치에 대해 연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서 한국을 대표할 동북아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선정됐다.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은 2000년 싱가포르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동북아의 정치·경제·학계 등 중요 부문에서 차세대 지도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동북아 공동체의 장기적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듬해에는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2003년 EUVP(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서 한국의 정치분야 유망주로 선정됐다.

유럽연합과 외국 차세대 지도자들 간 상호 이해증진을 목표로 1974년 설립된 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은 비유럽연합국의 정치·행정·언론·학계 등 각 분야서 두각을 나타낸 45세 이하의 젊은 유망주를 선정해 유럽연합과의 교류를 추진해왔다.


미중 패권경쟁
북과 대화 필요

그는 2004년 17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에 재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5년부터 2년간 PBC평화방송 라디오서 시사 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깜짝 변신했다.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화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장성민입니다>는 네이버, 다음, 야후 등 포털사이트서 각 방송 내용을 기사로 인용해 게재한 횟수를 집계한 ‘인터넷 포털 뉴스 인용 통계’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 SBS <라디오 전망대 진중권입니다> 등을 압도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2년 후 방송을 떠난 장 전 의원은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로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라는 부제의 책 <전쟁과 평화>는 일본서도 출판돼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어 레드 컴플렉스 이면의 김정일과 북한 권력의 실체를 들여다본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반도 미래전략가로 불렸던 그는 2012년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앵커로 출연하면서 방송인과 정치인 사이를 오갔다.

무작정 DJ 찾아가 캠프 합류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
“지금은 DJ맨이 필요하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3월까지 4년여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그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 중 가장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보도였다.

<시사탱크>는 2013년 5월13일 북한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라는 임천용씨를 인터뷰했다. 임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며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서 내려온 게릴라”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방송이 나간 후 시민단체를 비롯, SNS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안이 크게 불거지자 TV조선과 장 전 의원이 해명 방송을 진행했다.

장 전 의원은 “임씨(임천용)를 초청한 것은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설이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판단때문이었다”며 “당초 프로그램에 관련단체 인사들을 초빙해 임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규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모양새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발언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방영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은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 지난달 21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날 그 자리에는 사단법인 5·18구속부상자회 고문 최운용씨 등 5·18 핵심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시사탱크>는 장 전 의원에게 비판과 인지도를 동시에 가져다줬다. <시사탱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단골 제재 프로그램으로 꼽힐 정도로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켰으나 4년여간 꿋꿋이 앵커 자리를 지킨 장 전 의원은 이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의원이 <시사탱크> 앵커 전력을 통해 물의를 빚으면서 받은 비판과 인지도를 맞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미래전략분석가, 시사프로그램 앵커 등 외도를 하면서도 정치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던 장 전 의원은 이제 다시 본궤도에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10여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는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특강은 2000∼3000명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중의 대부분이 20∼30대인 것은 장 전 의원에게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앵커로 쌓은 인지도, 강연을 통해 얻은 인기 등이 대권 출마 도전과 맞물려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젊음+인지도+인기
“파괴력 있을 듯”

장 전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 지역언론 정치부장단과 만나 “반기문 전 총장도 국민의당 경선에 올라오길 바란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도 나도, 안철수 전 대표도 링에 오르면 판이 커지고 국민의 판이 된다”며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혜성같이 치고 나오면 집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평가가 끝났다. 70%가 호남 당원인 국민의당서 TV토론하고 연설회 몇 번하면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아집과 당리당략에 찌든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성민의 당찬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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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