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용진 5월 재혼설 진상

‘8년 독수공방’ 황태자 새장가 갈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재혼설이 또 터졌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가 이 소식으로 시끌시끌하다. 정 부회장의 열애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 ‘상처’ 뒤 꽁꽁 얼어붙은 정 부회장의 마음을 녹인 연인의 신상도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교제가 들통 난 이후 봄가을 결혼철마다 둘의 결합 얘기가 나왔지만 번번이 뜬소문으로 확인돼 쏙 들어갔었다. 이번엔 진짜일까.


한 언론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5월 중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동안 열애중인 것으로 전해졌던 플루티스트 한지희씨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리노베이션 공사가 마무리(5월16일)되는 대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며 “정 부회장은 신접살림을 차리기 위해 판교 근처에 수영장 딸린 저택을 지어 이사했다”고 전했다.

“교제는 맞지만
결혼은 아니다”

정 부회장의 결혼 보도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룹 관계자는 “교제 중인 것은 맞지만 결혼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결혼은 개인일이라 회사에서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정 부회장은 결혼을 하는 것일까, 아닐까. 정 부회장의 재혼설은 한씨와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이후 봄가을 결혼철마다 불거졌었다. 그러나 번번이 뜬소문으로 확인돼 쏙 들어갔다.

정 부회장은 1995년 톱스타 고현정씨와 2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8년여 만인 2003년 갈라섰다. 법원에 제출한 이혼사유는 ‘성격 차에 따른 가정불화’였다. 두 사람 사이엔 아들(13)과 딸(11)이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이 키우고 있다.

5월 중순 조선호텔서 결혼설…판교에 신접살림?
플루티스트와 4년째 열애 “결실 맺을까” 관심

한씨는 올해 31세로, 43세인 정 부회장과 12세 연하의 띠동갑이다. 키는 165㎝,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를 갖고 있다.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엘리트 유학파로, 중학교 시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인 볼프강 슐츠의 추천으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불로뉴 국립음악원, 미국 오하이오 오벌린음악원, 일본 무사시노 음대 등을 나왔다. 현재 성신여대 음대 강사로 출강하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바로크합주단, 원주시립교향악단의 객원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정 부회장과 한씨가 사랑에 빠진 것은 2007년이다. 열애설이 처음 불거진 시기는 그해 말부터다. 당시 일부 언론은 “정 부회장이 20대 여성과 열애 중”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이 사랑을 키울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음악이다. 클래식 모임을 통해 자연스레 가까워 진 것. 정-한 커플은 한 음악모임에서 만났다. 정 부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열애설에 대한 돌발질문에 “음악회를 다니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라고 한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클래식을 즐겨듣는다. 한씨를 만나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수준급 실력이다. 한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부회장과) 같이 음악회 보러 다니는 모임에서 처음 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소개팅으로 만났다는 얘기도 있다. 한 기업인이 선교회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한씨를 정 부회장에게 소개시켜줬다는 것이다. ‘오작교’역할을 한 기업인은 한씨의 가족들도 잘 알고 있어 모친과 동생도 두 사람의 교제사실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는 게 선교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악모임서 만나 사랑 키워
세간에 ‘집안 반대’ 소문도


정 부회장은 한씨와의 핑크빛 소문을 부인해왔다. 정 부회장은 한씨에 대해 “친한 친구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씨도 “정 부회장과 친한 사이인 것은 맞지만 사귀는 것은 아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수상한 장면이 여러 번 언론에 들켰다. 가장 먼저 2007년 말 이태원 일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청담동 레스토랑 등 공개적인 장소에 자주 동석하는 모습이 잡혔고,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 한씨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추천하기도 했다. 2007년 여름엔 용인 캐리비언베이 데이트로 떠들썩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네티즌은 “정 부회장과 묘령의 여인이 팔짱을 끼고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수영장을 돌아다녔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5월 둘 사이에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도 있었다. 정 부회장은 한씨 부친인 한 전 부사장의 빈소였던 현대아산병원에 3일 내내 거의 상주를 하다시피 했다. 강원도 원주 장지까지 동행했다. 한 조문객은 “정 부회장이 딸만 둘인 집안의 사실상 상주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정 부회장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씨의 독주 연주회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으로 둘의 결혼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봄가을마다 ‘솔솔’
번번이 뜬소문 확인

재계 관계자는 “아내의 내조 없이 대기업을 경영하기는 힘들다. 상대가 누가 됐든 정 부회장의 결혼 자체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단 언제가 관심사로 현재 사귀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그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정 부회장은 수년간의 경영수업을 마치고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상태. 따라서 경영에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선 ‘피앙세’가 절실한 처지다. 다시 말해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일단 가정이 안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꽉 찬 연애기간도 결혼 가능성을 높인다. 정 부회장과 한씨가 사귄 지는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은 2009년 한씨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정 부회장의 새집이다. 판교 근처 대저택에 새 둥지를 틀었는데 바로 이 집에 신접살림을 들이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결혼 임박설이 힘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재혼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결혼에 한번 실패한 만큼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열애설이 퍼지자 트위터에 “오늘 팔로어 좀 늘겠군. 네이버 검색 2위!” “구정에 한번, 그리고 가정의 달, 그리고 추석에 한번, 추석이 가까워졌나” “여기도 인턴기자 계시나 봐요. 거의 실시간 (보도)”등의 코멘트만 달았을 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적도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다. 절실하지 않다.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한씨를 받아들일까 하는 의문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결혼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해도 집안의 승낙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식으로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스타일. 한마디로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 회장은 사보 칼럼에서 “아버지(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차갑고 냉정한 경영자다. 체질, 성격, 취향, 생김새, 음식 등 아버지와 나는 모든 면에서 많이 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도 “어머니는 선대 회장님의 냉철한 이성을 가장 많이 닮은 분으로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선대 회장의 가르침을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이) 전혀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다. 홀아비로 혼자 살아도 구질구질 하지 않게 부모님이 많이 배려해주신다”며 자신의 결혼에 대한 이 회장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신세계일가의 두 번째 며느릿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씨의 집안은 내로라하는 재벌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다.

[‘정용진의 그녀’ 누구?]
12세 연하 ‘띠동갑’
긴 생머리 청순 외모
플루트 전공 유학파
준재벌…2녀 중 장녀
5년전 회사원과 이혼

한씨의 부친은 고 한상범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다. 1972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다 1986년부터 2007년 퇴직 때까지 홍보업무를 맡아 국내 항공업계 ‘홍보의 달인’으로 유명했던 한 전 부사장은 인파선암으로 수년간 투병하다 지난해 5월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모친은 김인겸 비손 대표다. ‘비손’은 이태원과 청담동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김 대표는 비손 외에 퓨전식 일식레스토랑 ‘티즘’(이태원)과 인테리어숍 ‘비손 아트&데코’(청담동) 등도 운영 중이다.

“결혼 한번씩 실패
…신중할 수밖에”

한씨는 2녀중 장녀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여동생이 있다. 한씨의 친조부는 기업인, 외조부는 해군참모총장·도지사·장관 출신의 유명인사다. 한씨를 비롯해 그 가족들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다만 한씨에겐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바로 이혼 경력이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열애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언론들의 대대적인 열애 보도로 한씨의 사생활이 노출되자 굉장히 미안해했다고 한다.


한씨는 정 부회장과 같은 ‘돌싱(돌아온 싱글)’이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한씨는 2003년 23세 때 5세 연상의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했으나 3년여 만인 2006년 말 이혼했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솔로’로 지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부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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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