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폭력조직 결탁설’ 소문과 진실

박근혜-박근령 자매 싸움, 조폭이 정리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논란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 육영재단과 얽힌 사건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 사건에 조폭들이 수시로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얼마 전 공개된 육영재단 사건의 동영상에서도 그 정황을 찾을 수 있다. <일요시사>에서 그들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1990년 육영재단 소유권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및 박근령씨(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낼 만큼 ‘박 대통령 삼남매’는 한창 다툼이 심했다. 당시 육영재단에선 최태민 일가의 전횡이 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빌미로 근령씨는 분쟁 끝에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밀어내고 차기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사장 쟁탈전
조폭 대거 동원

육영재단은 부동산만 4조원 가치(2016년 시가 기준)를 지니고 있는 대형 재단으로 임대 수익사업으로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으나 재단 운영이 비리투성이였던 탓에 수익금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 자리서 물러나고 근령씨가 취임한 후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2007년부터는 그간 힘을 합쳤던 근령씨와 박지만 회장이 갈라섰다.

원인은 바로 박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때문. 신 총재는 14살 연상의 근령씨와 2007년 2월 약혼했다. 이때부터 박 회장은 매형 될 사람이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독점할 것을 두려워하면서 근령-동욱 커플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갈등이 심화되자 양측에선 조직폭력배와 불법 용역회사 등을 동원한 폭력사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급기야 2007년 11월28일에는 양측에서 200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폭력 사태가 터졌다. 이때 한센병 환자를 동원한 박 회장은 당시 이사장이던 작은누나와 가까운 사람을 모조리 내쫓고 육영재단을 장악한다. 근령씨 측에서도 육영재단을 재탈환하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했다. 이런 악순환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됐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혈투 과정서 사제폭탄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 달하는 재단 재산 두고 혈투
전국구 조직과 수상한 관계 포착

한 매체에선 육영재단 폭력사태의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5촌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인 고 박용철씨도 등장한다. 근령씨 측의 사무실, 복도, 정문서 촬영된 영상에서 박용철씨는 “이XX 놔둬. 30분 있으면 한센인들 오니까 맞아 죽도록 놔둬!”라고 폭력배들에게 지시한다. 이 동영상은 한센인들이 계획적으로 폭력사태에 동원됐다는 움직일 수 없는 핵심 증거다.

박용철씨는 근령씨 측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생활원 애들은 빠져라. 나 영등포다. 빠져라. 경고했다. 빠져라 애기들. 다 빠져있어라”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육영재단을 강탈하기 위해 한센인과 조직폭력배가 폭력사태를 벌였을 당시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버스가 동원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폭력사태는 박 회장이 육영재단의 이사장이었던 근령씨를 끌어내리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 폭력사태 당시 육영재단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버스가 육영재단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신동욱 떼어놓자
청부살인 의혹


당시 폭력사건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A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는 박지만 등의 개인적인 욕심이 빚은 사건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 목적에서 계획된 폭력사건”이라고 증언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육영재단의 부지도 폭력사태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육영재단 주변서 나오고 있다.

동영상에도 등장하는 박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건 당시 박지만의 최측근으로서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바 있는 인물이다.

용철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박무희씨의 손자이자 국제전기기업 대표인 박재석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즉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삼남매에게는 5촌 조카가 된다. 그는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기 때문에 사망 당시 국적은 캐나다였다.
 

용철씨는 2007년 귀국, 당시 17대 대선의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박 대통령의 경호원 역할을 했다. 이때 박 회장과도 손을 잡고 육영재단 문제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7월 용철씨는 박근혜 캠프서 중국 재경부장관을 만난다는 이유로 신 총재와 중국 칭다오에 함께 갔다. 그런데 칭다오에서의 첫날 밤, 신 총재가 자기 신변이 위험하다면서 건물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고 중국 공안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일로 중국 삼합회와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서 구사일생으로 귀국한 신 총재는 2년 반 뒤인 2010년 2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박지만이 박용철을 시켜 나를 살해하려 했다. 육영재단 강탈사건서 박지만은 허수아비 역할이었고 배후는 박근혜의 주변 사람들이다”라는 주장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 게시글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홈페이지 주인이던 박 대통령은 신 총재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육영재단의 폭력사건에 관여했던 관계자 B씨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신 총재가 표를 깎아 먹는다고 판단한 박 회장과 참모 진영서 “신동욱을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신 총재를 미얀마서 총기로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중량급 의원 다수가 폭력사태와 연루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7인 회의’
치밀한 계획

그는 육영재단 찬탈을 기획한 이른바 ‘7인 회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밝힌 7인 회의에는 박 회장 비서실장인 정용희씨, 임두성 한빛재단 회장이 포함됐다.

또 용철씨 등 박 대통령 5촌 조카 2명과 L씨 등 폭력배 2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육영재단 폭력사태 전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서 모임을 갖고 근령씨를 축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7인회 회의서 “고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회관에 심어 놓은 나무를 신동욱씨가 벤 것을 문제 삼아 한센인들을 동원하기로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임두성 한빛복지협회(전국 한센인들의 모임) 회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한센인 100여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많은 폭력전과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과정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주도한 인물이지만 이후 재단 운영서 배제되면서 박 대통령과 박 회장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동욱을 중국서 죽이라고 박 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법정서 공개하겠다”며 정윤회씨와 박 회장 측에 거액을 요구하던 중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한 5촌 조카 주검으로
신동욱도 중국서 살해 위협

박씨가 이들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은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폭력사태의 정점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용철씨의 녹음 파일의 존재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제보자 C씨를 만난다. C씨는 용철씨가 수하로 중국 조선족 두 명을 데리고 있었다고 했다. 용철씨는 죽기 전 조선족 여자에게 노트북과 핸드폰을 보관하고 있으라며 맡겼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녹취 파일에는 청량리 조직폭력배 이 아무개씨의 이름도 나온다고 한다. 이에 용철씨의 죽음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용철씨의 시신에 남은 찔린 상처는 매우 특이하다. ‘ㄱ’자 모양, ‘V’자 모양의 찔린 상처가 여러 개다. 법의학과 교수는 찌른 곳을 연속으로 찔렀거나 찌른 후 손목을 비틀거나 방향을 바꾼 경우라고 말했다. 소위 칼잡이들의 수법인 것이다.

C씨의 주장 속에는 박 대통령의 이름도 나오며, 청량리 조폭도 언급된다.

당시 대통령 후보와 조폭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기묘한 사실은 그래서 더 섬뜩하다. 숨진 용철씨의 찔린 상처로 봤을 때 조폭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증거들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C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용철씨와 가까웠던 조폭 황모씨는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라면을 먹다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용철씨의 주변에는 조폭들이 있었고 그의 최측근 중 하나가 제보자에게 그를 죽이라고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형을 죽이란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용철씨를 죽이라고 지시한 자가 있다는 증언이다. 제보자에게 사건 전 발언을 했던 인물도 사라졌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9일, 신 총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영재단을 사이에 두고 ‘조폭설’의 진상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신 총재를 상대로 육영재단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근 정례 브리핑서 “신동욱씨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 것 같다”며 “신씨가 오늘 다른 부분을 진술할 수 있지만 현재 특검에서 확인하려는 부분은 육영재단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한정된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전반적인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이 나섰다
들춰지는 사건

이 특검보는 “생각보다 상당히 양이 많다. 어느 정도 부분은 진행되고 있고 인력이 필요하면 보강해서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서 일부 자료를 받았다. 자료 확인 후 소기의 성과가 나오면 일률적으로 알려드리겠다. 현재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말 최씨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 내역 조회를 금감원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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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