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쥐락펴락’ 잠룡들 비선조직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02:55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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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도…제2의 최순실 끼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잠룡들의 ‘비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혹시나 차기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탄핵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뒤에서 그들을 움직이는 비선들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1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 대통령 후보자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사람 측에도 그런(비선) 사람들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손 전 대표는 “지난 6번의 대통령 중 소위 실세 권력이 없었던 적이 없다”며 “노태우 때 고종사촌 처남 발철언씨, YS(김영삼) 때 아들 김현철씨, DJ(김대중) 때는 ‘홍삼’이라고 불린 3형제가 다 구속됐고, MB(이명박) 때는 형님 이상득씨, 박근혜 대통령은 형제가 없으니 비선 실세 최순실씨”라며 과거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문고리 3철
그들은 누구?

그는 대통령이 갖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인해 비선 실세와 문고리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비선은 과연 누구일까. 우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비선으로는 ‘3철(더민주 전해철 최고위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전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 이름을 올리면서 전면에서 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2006년에는 민정수석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민정비선과 시절에는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문 전 대표였다. 이때 맺어진 인연으로 문 전 대표의 핵심인사가 됐다. 아울러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다른 참모 출신 인사 8명과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키도 했다.

이밖에 양 전 비서관과 이 전 수석은 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이던 시절 ‘비선’ 의혹이 일자 문 전 대표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양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가 대선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난해 6월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에 다녀왔다.

정치권에선 양 전 비서관의 동행을 두고 “문 전 대표가 그만큼 신뢰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국가비전을 제시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양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의 책 출간 관련해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운명>이란 책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한 문 전 대표는 “뒤돌아보면 양 전 비서관이 저로 하여금 책을 쓰게 하고 제 등을 떠밀어서 저를 정치권으로 다가가게 했다”며 “제가 낸 <운명>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정치적으로 떴다”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경남고 후배로도 알려진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1981년 부림사건 피의자로 구속됐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이후 자연스레 문 전 대표와는 정치적 동반자가 됐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현실정치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문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또 다른 최 측근으로는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꼽힌다. 지난 대선서 비선 의혹이 일었던 윤 전 비서관은 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현재 서울 마포구 광흥창 사무실서 대선 베이스캠프를 꾸리며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원들 중에선 더민주 김경수 의원이 최측근으로 꼽힌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 의원은 참여정부서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 등을 맡았고, 이후엔 노무현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선 문 전 대표의 수행팀장을 맡으며 보좌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뒤에는 외교관 출신들이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인맥은 외교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그 중 북미국 출신들이 핵심이라고 봐야한다”며 “반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들이 캠프를 이끌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최측근 그룹으로는 김원수, 김숙, 윤여철 3인이 손꼽힌다.

북미국 출신
전면 나선다?

특히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반기문의 남자’라고도 불렸다. 그는 북미국 서기관이던 지난 2001년 뉴욕 유엔본부에 파견돼 당시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맡았던 반 전 총장을 보좌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오르자 미국으로 건너가 일정 등을 관리하면서 측근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2015년 10월 외교부로 복귀해 지난해 2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일각에선 윤 비서관이 반 전 총장과 박 대통령간의 핫라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상황은 급변했고, 핫라인은 유명무실해졌다. 반 전 총장의 외무고시 동기 중 김숙 전 유엔대사는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 중 하나인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 보도에 적극 대처한 인물로 알려진다.

외교부 출신으로 유엔대사와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숙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이 유엔으로 가기 전까지 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반 전 총장을 따라 유엔으로 가지 않고 외교부에 남아 업무를 보다가 현재 퇴임한 상태다.

또 다른 측근인 김원수 전 사무처장은 외교부 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국제안보비서관과 외교통상비서관을 지냈다. 2006년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에는 외교부를 퇴직하고 유엔으로 자리를 옮겨 사무총장 비서실 차장,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반 전 총장과 대소사를 상의하는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번 반 전 총장 귀국에는 함께하지 않고 당분간 뉴욕에 체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반 전 총장 측근은 크게 외교관과 범여권으로 나뉜다. 범여권 인사들 중에는 MB(이명박)정부 출신인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MB정부서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학교 교수는 반 전 총장의 경제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따뜻한 시장경제’와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문도 비선실세” 여의도 풍문 진실은?
‘문고리 3철’ 뭐하나…각자 역할 수행 중

언론인 출신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홍보와 정무를 맡으며 반 전 총장을 보좌하고 있다. 외교관 및 범여권 이외에 주목받는 반 전 총장 비선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임덕규 백소회 회장이다. 임 회장은 반 전 총장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다.
 

그는 11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월간 디플로머시>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과는 46년째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 회장은 최 측근으로서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지난 1일 그는 MBN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날 반 전 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신당 창당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선은 누구일까. 안 전 대표는 측근들과도 자주, 혹은 깊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을 비선으로 두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8월,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안 전 대표의 핵심 자문으로 알려진 박경철 원장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박 원장은 캠프에 참여하면 ‘숨은 실세’라는 말을 들을 위험이 있어 ‘진심캠프’ 설립에만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금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는 비선 역할을 하며 캠프에 관여했다.

금 의원은 “박 원장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후보와 비공개 화합을 가지면서 선거운동의 모든 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원장이 처음에는 비공식조직을 부인했지만 은밀히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기모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박경철 원장은 조언자 중 한 사람”이라며 비선 논란에 선을 그었다. 현재 박 원장은 토크쇼에 간간이 출연하며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비선 논란
지지율 반등?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주로 ‘진심캠프’로 구성됐다. 진심캠프서 미래기획실장을 맡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 진심캠프서 대선정책공약집 <안철수의 약속> 집필을 주도한 국민의당 정책국장 등이 거론된다.
 

이태규 의원은 국회사무처 입법보좌관 출신으로 여의도연구원을 거쳐 지난 18대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을 맡았다. 이후 안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활동했다. 지난 2015년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동참해 국민의당 창당 준비실무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당의 틀을 짜는 데 앞장섰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아 총선전략을 담당키도 했다. 이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근으로 거론되는 박선숙 의원은 진심캠프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안 전 대표를 지원했다. 이후 국민의당에 합류한 그는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이 터지면서 수렁에 빠졌다. 최근 그에 대한 1심 판결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회복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무죄 판결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저희들은 인고하고 견디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렸다”며 “이제 국민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이 당내 요직에 복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서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현재 안 전 대표의 대선캠프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철수 진심캠프 뒤에도…
외교라인 기름장어 보좌

제3지대 및 정계개편을 구상 중인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의 비선은 누구일까. 손 전 대표의 측근은 대부분 대표시절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에 나설 당시 캠프서 일했던 사람들이 주목받는다.

더민주 김병욱 의원, 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한 고용진 의원, 김유정 대변인 등이 그의 대선 후보 캠프에 적극 참여한 인물로 꼽힌다. 아울러 대선 후보 경선 선대위 최전방서 일했던 측근으로는 당시 이남재 광주전남본부장과 강훈식 전략기획실장이 꼽힌다.
 

당시 캠프 내에선 ‘좌남재 우훈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남재 전 본부장은 손 전 대표 비서실 부실장,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이낙연 전라남도지사 정무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 총선서 광주 북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고배를 마셨다.

강훈식 의원은 손 전 대표 정무특별보좌관을 역임하고 지난 총선서 충남 아산시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 당시 손 전 대표는 강 의원의 선거 운동을 지지한 바 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11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할 때 손 전 대표에 지역을 양보했다. 이후 지난해 4·13총선에선 김 의원이 분당을에 출마할 때 손 전 대표가 김 후보를 지원하면서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김 의원은 총선 전까지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최근 손 전 대표가 주도하는 국민협의체 성격의 국민주권개혁회의 합류 여부에 대해 김 의원은 “합류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집단 탈당?
누가 있나

다른 손학규계인 이찬열 의원은 지난해 10월21일 더민주를 공식 탈당했다. 손 전 대표가 정계 복귀와 탈당을 선언한 이후 첫 동반 탈당이었다. 이 의원은 손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동반탈당한 데 이어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 당시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서 구원등판을 사양하고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일단 당 밖에 나가서 손 전 대표가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때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겠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결국 손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의 무리수
촛불로 대통령 뽑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촛불공동정부론’의 실천방안으로 ‘촛불공동경선’을 제안했다.

그는 “촛불공동경선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과 시민사회 등 범야권이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을 통해서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라며 “촛불광장에 수만 개의 투표소를 설치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공동정부의 후보 선출에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촛불공동경선 주장
광장에 투표소 제안
서울대 폐지론 언급

일각에선 촛불경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지율 정체국면에 있는 박 시장이 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교육비전토론회’에 참석해서는 “서울대에서부터 서열화된 입시지옥에서는 학생은 물론 부모, 교사들도 행복할 수 없다”며 “프랑스 통합국립대처럼 국공립대학교 통합 캠퍼스를 구축하면 지방 국공립대학교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워낙 논란의 여지가 많고, 이미 여러 정치인이 꺼내든 카드인 ‘서울대 폐지론’을 박 시장이 끌고 나온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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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