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국민의 대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기대했지만 증인들의 불출석, 위증교사, 준비부족 등으로 맥 빠진 청문회로 전락했다. <일요시사>는 두 달여간 대한민국을 웃고, 울린 청문회를 핵심 키워드로 정리했다.
지난 9일 7차 국정조사 특위를 끝으로 60일간 ‘최순실 청문회’가 막을 내렸다. 큰 기대감으로 시작됐지만 정작 증인들이 핵심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용두사미에 그쳤다. 선서까지 한 증인들은 위증도 서슴지 않으면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고 희롱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울러 일부 의원들이 위증교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문회가 막장으로 치달았다. 다만 국민들이 SNS를 통해 직접 의원들에게 위증 증거를 제보하면서 청문회가 ‘직접 민주주의’의 장이 됐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부실검증]
국조특위는 청문회 초기부터 부실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사안과 동떨어진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무차별식 추궁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아울러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주요 증인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청문위원들은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내용보다는 이미 언론을 통해 나온 부분 검증하는 데 그쳐 일부 의원들은 자질 논란도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앵무새식 질문으로 인해 증인들을 편하게(?) 해줬다는 비판도 받았다.
[위증교사]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위증교사 논란에 휩싸이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순실 청문회 전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두 차례 만나 ‘사전모의’ 및 ‘위증교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정 전 이사장은 지난달 4일과 9일,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함께 연루된 같은 당 이만희·최교일 의원 등은 위증교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전 이사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공개돼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국조특위 소속 17명 여야 의원들을 정당별로 분류해 정치 성향 파악까지 했다. 정 전 이사장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판단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당사자인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청문회서 증인 질의보다는 본인 의혹을 해명하는 데 급급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스타의원]
위증교사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은 의원들이 있는 반면, 청문회를 통해 스타로 거듭난 의원들도 있다.
청문회 내내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7차 청문회서 일약 청문회스타로 거듭났다. 조윤선 장관에게 블랙스리트 존재 여부를 무려 17번이나 반복해서 캐물었다. 이에 답변을 회피하던 조 장관은 결국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했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주목받았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스까요정’ 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우 전 수석을 향해 “독일에 있던 최순실이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 정보를 어떻게 알아쓰까. 대통령이 알려줘쓰까. 우 수석이 알려줘쓰까”라는 발언으로 우 전 수석을 당황케 했다.
특히 사안에 대해서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8일 진행된 2차 청문회서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위증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60일간 국정조사특위 막 내려
모르쇠 일관…용두사미에 그쳐
한 방송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청문회가 끝나고 귀가한 뒤 아내에게 “박영선 등에게 크게 당했다”고 한탄했다고 보도될 정도로 박 의원의 ‘한방’이 청문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고발]
이번 청문회는 내부고발자들의 활약이 빛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특히 주목받았다.
고씨는 지난달 7일 열린 2차 청문회서 “옷 100벌과 가방 30∼40개를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했고 대금은 최씨가 자기 돈으로 계산했다”라며 박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을 제기했다. 고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도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말해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노씨는 지난 7차 청문회서 “롯데 압수수색 정보의 출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도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합하고, 2017년 박 대통령 퇴임 후 자연스레 (이사장직을) 넘겨주는 생각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통화했다. 최순실과 대통령 모두 대포폰을 사용했다”며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노씨를 향해 “증인은 위증한 적이 없다. 이번 청문회서 가장 위대한 증인”이라며 치켜세웠다.
일각에선 이들을 ‘의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국정 농단’ 사태가 묻혔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이들도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불출석]
이번 청문회는 불출석으로 시작해 불출석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조특위는 마지막 청문회가 열린 지난 9일 전체회의서 우 전 수석을 비롯한 35명을 고발키로 했다.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조여옥 전 청와대 간호장교, 정윤회씨 등은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국회 모욕죄로 고발됐다.
[위증]
이밖에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남궁곤 교수 등 정유라 학사 특혜 의혹에 관련된 ‘이대 3인방’도 위증 혐의로 고발됐다.
특히 증인들은 민감안 질문에 대해서는 “본인의 기억은…하다” “잘 모르겠다” 등의 답변으로 피해가는 능숙함도 보였다. 특히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섰던 우 전 수석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두문불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의원들은 우 수석에 현상금을 걸면서 우 수석을 압박키도 했다. 추후 청문회에 출석했던 우 수석은 “(현상금 부분에 대해)별 신경 안 썼다”고 답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답변서로 본 대통령 거짓말
박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헌재에 제출했다. 하지만 충분치 않은 설명과 미흡한 증거 제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이날, 헌재에 제출한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에 따르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첫 공식 업무는 오전 9시53분에 이뤄졌다.
하지만 9시53분 이전 어떤 집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또 다른 의혹은 안봉근 전 비서관이 답변서 상에는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나와있지만 행적표 상에는 대면 일정 내용이 빠져 있다. 즉 대통령에게 보고는 했지만, 관저에는 출입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모순점이 생긴다.
이밖에 박 대통령 측은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7차례 통화 사실을 근거로 박 대통령이 세월호 구조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화기록 역시 제출되지 않으면서 이 주장도 힘을 잃었다.
논란이 일었던 박 대통령 머리손질 관련해서는 단 20분 만에 대통령이 관저서 머리를 손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일 대통령이 한 올림머리는 신부나 혼주가 주로 하는 것으로 머리핀 수십 개가 들어갈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20분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