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권 들어온 4·27 ‘혈전의 날’ 판세점검

여·야 막강 스타플레이어 “한 골 부탁해”

이런 재보선은 없었다. 유력정치인으로도 모자라 차기 대선주자까지 후보로 뛰고 여야는 사활을 건 총력전에 돌입했다. 은근슬쩍 재보선 지역을 찾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당내 예선전을 거쳐 선발된 이들을 링 위에 올리며 시작종을 올린 4·27 재보선에 정가 안팎의 시선이 고정된 이유다. 이번 재보선에 걸린 상품은 강원도지사와 국회의원 3석이지만 정치권이 노리는 것은 이보다 더 커 보인다.

여야가 치열했던 당내 경선과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쳐 출마자들을 속속 확정하면서 4·27 재보선 ‘본선’에 막이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해을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 분당을에 강재섭 전 대표, 강원도지사에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4·27 재보선 출마 선수를 확정했다. 각각 국무총리로까지 거론되며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렸거나, 지난 대선기간 한나라당을 진두지휘했던 유력정치인, 야권의 러브콜을 받아온 인사라는 녹록치 않은 이력을 가진 이들이다.

출마자 정하는 여야
“옥석이어야 할텐데…”

배은희 대변인은 지난 4일 4·27 재보선 후보 선정과 관련, “지난 2일 김해을 김태호 후보가 선출된데 이어, 오늘 분당을 강재섭 후보, 강원도지사 엄기영 후보 선출로 4·27 재보궐선거 한나라당 대표 선수 진영이 갖춰졌다”고 전했다.

4·27 재보선 출마자 확정, 여야 대진표 속속 정해져 
한나라당 김태호·강재섭·엄기영 ‘빅카드’ 출격 완료

배 대변인은 김해을 김 후보를 “‘김해발전만을 생각하며 김해시민의 가슴에 묻히겠다는 각오’로 재선 경남도지사로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오직 김해발전에만 쏟아 부을 지역 발전의 적임자”로, 분당을 강 후보를 “다년간 중앙정치에서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것은 물론, 15년간 분당에 거주한 만큼 지역민들의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당 맞춤 일꾼”으로 소개했다.

또한 “국민선거인단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엄 강원도지사 후보는 타고난 성실성을 바탕으로 고향 강원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자신 있게 도민 앞에 나선 ‘강원도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스타급’ 출마자에 맞서 분당을에 손학규 대표, 강원도지사에 최문순 전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야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손 대표나 MBC 사장 출신인 최 전 의원 등 ‘맞수’로 나서기에 부족함 없는 이력을 지닌 이들이다.

대진표에 선 후보들
재보선 전력질주 나섰다

재보선에 나설 ‘옥석’이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도 정해지고 있다. 분당을에서는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승부를 벌이게 됐다.

분당을은 경기도에서는 ‘서울의 강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이어서 당초 한나라당의 ‘안방싸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었다. 고심 끝에 출사표를 던진 손 대표로 인해 ‘재보선 격전지’로 주목받게 됐다.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손 대표의 출마로 인해 이번 재보선의 분위기가 정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강 전 대표는 ‘분당 토박이’를 강조, 손 대표의 ‘철새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강 전 대표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도 ‘15년째 분당사람으로 살고 있는 강재섭’으로 정하고 “지역도 바꾸고 당까지 바꾼 것은 차선위반 정도가 아니라 무면허운전 수준”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이 아니라 정치지도자의 무질서 행각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며 손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손 대표는 “이번 선거가 지역구 의원이나 시장을 뽑는 게 아니”라 “대표적 중산층 지역인 분당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선도할 것인가의 여부를 묻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철새 논란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권 들어 원칙, 공정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쓰이더니, 철새라는 단어도 뜻이 변한 모양”이라며 “더 추운 곳을 찾아 떠나는 철새도 있던가”라고 일축하고 있다.

꽃피는 강원도 선거
차기 대선주자도 예의주시

강원도지사를 놓고는 엄기영·최문순 후보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직 MBC 사장 출신들의 결전의 장이 된 이번 재보선에는 여야의 ‘지원군 물량공세’가 심상찮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지도부는 물론 당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강원도로 발길을 옮기며 은근슬쩍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특위 활동차 지난달 15, 29일 강원 춘천과 강릉을 찾았으며,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지난달 28일 ‘경기도-강원도 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약 체결식’ 참석을 위해 평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주당 손학규·최문순 세우고 김해을 단일화 합의
승부처 된 강원도지사, 분당을 “잠룡까지 걸었다”

지난 7일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란히 춘천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학 특강을 위해 강원도를 찾은 정 전 대표는 특강에 앞서 한나라당 도당을 방문, 당직자들을 격려한데 이어 특강 후 홍천으로 이동해 재보선 지원활동으로 엄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함종한 전 지사, 김기열 전 원주시장, 김대수 삼척시장 등 강원도 주요 인사를 영입, 입당식을 갖는 등 세 확산에 주력했다. 또한 강릉 출신 최욱철 전 의원과 권혁인 전 행정자치부 차관보 등을 선대위 고위직에 앉혔으며, 원주 출신 김종환 전 합참의장을 국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민주당은 분당을 재보선에 나선 손학규 대표를 대신해 박지원 원내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천정배 최고위원, 이창복 전 의원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최종원 의원과 민주당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조일현·이화영 전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가동시켰다.

이와 함께 여야는 각각 이번 재보선의 변수로 떠오른 ‘박근혜 효과’와 ‘이광재 동정론’을 키우거나 차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평창특위 행사를 강원도에서 열어 박 전 대표의 재보선 지원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이광재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박 전 대표의 강원도행에 민주당이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이광재 전 지사가 추진하려했던 각종 사업에 대한 승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고비
무소속 출마 ‘공든 탑 와르르’

김해을 재보선을 뛰고 있는 김태호 전 지사는 아직 ‘맞수’가 없다.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 단일후보의 맞대결시켜본 결과, 야권 단일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이가 53%로 나타나 여권 단일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이 34.2%와 18.8%의 차이를 보인 터라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순천 재보선은 야권의 ‘안방싸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마땅한 후보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데다 무공천 될 확률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순천 재보선 야권연대 단일후보는 민주노동당 김성동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들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서두르고 있어 야권의 내전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순천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모두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게 문제”라며 “상당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결정했으며 이들 사이에 후보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무소속 단일후보 혹은 무소속 인사와의 승부에서 야권연대 단일후보가 이기지 못하면 순천 무공천 결정이 부메랑이 돼 민주당 지도부에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선거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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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