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연임 노리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조용한 카리스마 '공룡' 길들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혔다. 권 회장은 철강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성과를 이끌어냈다. 덕분에 그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 그의 발자취를 정리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달 9일, 서울 포스코센터서 오후 3시30분께 시작된 정기이사회에 참석, 사외이사들에게 연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권 회장은 이날 “지난 3년간 회사 경쟁력 강화와 경영 실적 개선에 매진한 나머지 후계자 양성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를 이끌어 나갈 리더 육성을 위해 올해 도입한 톱 탤런츠 육성프로그램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 심사 돌입
경쟁자가 없다

그는 “3년간 추진해왔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은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직 연임 의사를 표명드리며, 회사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최근 3년간 포스코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권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말 포스코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정준양 전 회장의 체제서 내홍을 겪었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의 과도한 기업인수합병(M&A)으로 체질이 부실해졌다.


결국 정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3년 11월 물러났다. 이목은 신임 회장 인선에 집중됐다. 당시 포스코 회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서 권 회장이 8번째 수장으로 포스코를 이끌게 됐다.

신임회장으로 권 회장이 낙점되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경영인 출신이 아닌 연구원 출신이 포스코를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 윈저대학교 금속공학 석사, 피츠버그 대학교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6년부터 포스코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기술연구소 부소장, 기술연구소장, 유럽사무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등을 거쳤다.

취임식서 권 회장은 비장했다. 당시 포스코의 상황은 주변 상황을 신경쓸 만큼 여유가 없었다. 권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포스코는 지금 큰 어려움의 한가운데 있다.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주가는 바닥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이 아니라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2008년 연결기준 매출 41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7조1700억원, 영업이익률 18%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이래 5년 새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2013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6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2008년 대비 50% 늘어난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영업이익률은 5% 이하로 떨어졌다.

“아직 할 일 남았다” 연임 가시화
압도적인 성과…지속적 실천의지

업계에선 당시를 ‘잃어버린 5년’으로 부르기도 했다. 부진 원인으로는 무리한 M&A가 거론된다. 정 전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외형을 키우기 위해 2010년 대우인터내셔날 인수를 시작으로 M&A에만 5조원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08년 말 58.9%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2013년 84.3%까지 치솟을 만큼 재무 건전성은 악화됐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었고, 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 포스코에 대한 외부 평가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서 Baa2로 강등시켰다. 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기관들 역시 최근 2~3년 사이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권 회장은 타개책으로 ‘혁신 포스코 1.0’을 내세우며 임직원들에게 포스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일류는 자만과 허울을 벗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면서 “위대한 포스코를 재창조하자”고 말했다.

권 회장은 적극적인 경영으로 부실해졌던 체질을 개선했다. 철강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이 밀어붙이는 뚝심에 눈길이 쏠렸다. 당시 포스코는 위기라는 말이 어울리던 시기였다. 2008년 7조2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3년 2조9000억원까지 축소됐다.
 

권 회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군을 정리했다. 2014년 3월 취임 후 그해 7월 포스코-우루과이, 포스화인 등의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포스코 리빌딩이 시작됐다. 포스코는 총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 가운데 현재까지 총 98건(65.8%)을 달성했다. 포스코는 올해 나머지 51건의 구조조정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성과 창출 위해
시간이 더 필요”

권 회장은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시장서 고가의 철강재로 인식되는 포스코의 제품을 고객에 니즈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권 회장은 “철강사업본부 내에 제품솔루션센터를 창설해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부가가치강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에 집중하면서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과 차별화를 두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세웠다. WP제품은 세계에서 포스코만 단독으로 생산하는 월드퍼스트(WF),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월드베스트(WB), 고객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높은 월드모스트(WM) 제품을 의미한다. 이 같은 구상은 권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부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장 면접 당시 “기술로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는 정확한 기술을 개발하겠다. 이를 위해 시장의 동향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것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전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회장 취임 전부터 계획했던 내용을 그대로 경영에 녹이고 있는 셈이다.

그가 밝힌 솔루션 마케팅은 바로 고객사가 가장 쓰기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가장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를 재가공하기 용이한 기술도 같이 제공해 고객사의 만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경영전략은 시장서 통했다. 포스코의 WP 판매량은 작년 3분기 기준 403만8000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철강재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13년 1분기 판매 점유율 38%(313만2000톤) 대비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WP제품 판매 비중은 48.1%를 늘었다. WP제품은 15%에 달하는 영업이익률를 보이며 높은 마진율을 자랑하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서 수익률을 지켜주는 효자 상품 노릇을 했다.

2015년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014∼2105년 동안 세계철강수요는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이 철강 물량을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하자 싼 가격으로 수출로 물량을 밀어낸 것이 주된 요인이다.


중국과 더불어 국내 철강재의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중국과 더불어 한국의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율을 적용했다. 당시 포스코는 반덤핑 3.89%, 상계관세 57.04% 등이 부과돼 관세율이 총 60.93%에 달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배경서도 포스코는 선전했다. 가장 최근 실적인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343억원을 기록,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은 12조7476억원, 순이익은 4755억원 수준이다.

이는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이 9000억원 규모일 것이라는 증권가의 예상을 깬 깜짝 실적이다. 또 우려가 제기되던 해외법인이 사업도 호조로 돌아서며 그의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해외 철강 법인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148% 늘어난 1323억원을 기록한 것.

불확실한 업황…선명한 비전 제시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 중점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인 PT.크라카타우 포스코가 3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멕시코 자동차 강판 생산법인인 포스코 멕시코와 베트남 냉연 생산법인인 포스코 베트남, 인도 냉연 생산법인인 포스코 마하라슈트라 등도 호실적을 거뒀다.

실적을 분석하면 그동안 권 회장의 포스코 재건 작업이 착실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법인 수 감소로 0.9% 줄었지만, 철강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실적이 개선되면서 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2.4%와 115.6%가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실적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9% 줄고 영업이익은 58.7% 늘었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점 역시 권 회장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영업이익률은 WP 제품과 솔루션 마케팅 판매량 확대, 철강 가격 상승, 원가절감 등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2.1%포인트 오른 14.0%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3분기 이래 최고 수준이다.

업계는 몸살
실적은 긍정적

재무건전성도 역시 개선됐다. 연결 부채비율은 전분기보다 5.5%포인트 낮아진 70.4%로 연결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이래 최저치였고, 별도 부채비율은 2.3%포인트 내린 16.9%를 기록해 창사 이래 가장 낮았다.

연결기준 차입금은 전분기 대비 2조2643억원 줄었고, 별도 기준으로는 외부 차입금보다 자체 보유 현금이 많아지면서 순 차입규모가 마이너스(-8295억원)로 전환됐다. 권 회장의 3년간 리빌딩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이는 권 회장 연임으로 가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권 회장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에 대한 수사결과가 무혐의로 속속히 발표되면서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대기업에 자금 출연 등 압력을 행사했다”며 “포스코를 포함한 대부분 기업들은 피해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검찰 발표서 포스코 경영진이 포레카 매각 관련 초기 작업부터 최씨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2014년 권 회장 선임 당시 최씨 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발표문서 제외됐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포스코 관련자들은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채택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단일후보로 권 회장의 연임을 놓고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청와대의 선임 개입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주주총회가 내년 3월 열리고 이 자리서 차기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해야하는 만큼 권 회장의 연임 검증작업은 늦어도 내년 1월 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권 회장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이후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권 회장의 연임이 최종 결정된다.

이명우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의장(동원산업 사장)은 4일 “권오준 회장 연임 여부는 무엇이 포스코의 장기적인 이익이 될 것인지를 고려해 25일 이사회 전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에 대한 자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우 의장, 신재철 전 LG CNS 대표이사 사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 등 6명이 CEO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있다.

단일후보…
이달 말 결정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앞으로 2∼3주 동안 검증작업을 벌여 권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 뒤 오는 25일 열리는 이사회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들만의 시선으로 후보를 보는 것은 옳지 않으니 다양한 그룹으로부터의 의견을 청취·수렴 중”이라며 “근로자 대표, 전임 회장단, OB 모임, 포스코 투자자 등 포스코 내외부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권오준 회장) 후보에 대한 생각, 평가, 기대를 골고루 듣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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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