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1:16:50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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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대통합 이뤄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의 탄핵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양당의 연대 가능성과 연대의 형태, 연대 이후의 야권 정치 지형을 분석해 봤다.

오는 24일 창당을 목표로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바른정당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바른정당은 이날, 앞으로의 지향점과 가치를 담은 정강·정책 가안을 공표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28일 “보수신당은 안보는 보수, 민생은 개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목할 부분은 “친박·친문만 아니면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여권과 야권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을 언급했다.

서로 러브콜
친밀감 과시

현재 바른정당서 거론되는 대선주자는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정치권에선 바른정당이 소규모로 시작됐지만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비교해 세 확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외연확장의 숙제를 안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영남의 일부도 같이 도와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도 양극단을 제외하고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처음에 하셨다”면서 “가칭 신당의 이름이 보수이기 때문에 정체성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호남 지역서 비박(비 박근혜) 신당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며 성급한 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주 원내대표가 바른정당(당시 개혁보수신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적 보수기 때문에 정강·정책이 만들어지면 어떨지 몰라도 우리당과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단지 흠이 있다면 과거 새누리당서 박근혜정권과 4년을 함께 한,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을 졌다는 데 분명히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국정의 한 축을 이뤘던 정부 여당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피해갈 생각이 없다”면서 “다만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의 횡포에 맞서 말리고 비판하고 했지만, 숫자적으로 적어서 안 된 것은 국민께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말했다.

서로연일 러브콜…박지원-김무성 힘겨루기?
바른정당과 연대…안 ‘NO’ 지도부 ‘YES’

이처럼 물밑에서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일 양당 간 ‘연대설’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요즘 일각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과 연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호남 민심과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연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대선 과정서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함께 힘을 모아서 제3기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게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공조를 바라는 모양새지만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대선 완주를 천명한 만큼 더민주와의 연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흐름대로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다자구도의 대선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각 당에서 거론되는 유력 대선주자를 살펴보면 더민주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외곽의 반기문 유엔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있다. 문재인, 반기문 양강구도를 사이에 두고 다른 잠룡들이 쫓아가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탄핵 정국의 호재에 힘입어 지지율 40%를 넘겼고, 호남서도 국민의당을 누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기 대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반전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면 문 전 대표의 낙승도 점쳐볼만하다.

강한 ‘경선’
강한 ‘주자’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연대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시너지 효과를 들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탄핵정국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떨어졌다. 아울러 본인이 지지했던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서 떨어지고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주승용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리더십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안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시기 호남 의원들 사이서 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는 했지만 당의 중심축이 호남으로 간 적은 없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당 내부 정치와 지지율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형국이다. 아울러 연대를 두고 호남지역 의원들과 안 전 대표의 입장은 엇갈린다.

호남 의원들은 바른정당을 비롯한 다각도의 연대를 주장하지만 안 전 대표는 무분별한 연대는 독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믿음이나 그 정당 내 대선후보에 대한 믿음 없이 계속 외부만 두리번거리는 정당에 국민들이 믿음을 주지는 않는다”며 “지금 새누리당이 갈라지긴 했지만 친박도 비박도 어느 쪽도 다음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고, 더 나아가면 대통령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및 비박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연대를 통해야만 유력 대권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재 국민의당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안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 두 명이다.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도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더민주 잠룡들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더민주는 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룡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강한 경선을 통해 강한 대선주자를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강한 경선을 통한 강한 대선은 모든 당의 숙제이자 대선승리를 위한 필수요소로 꼽힌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바른정당과 연대한다면 보수와 진보진영을 아우르는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두 연대를 통해 거론되는 대선주자로는 안 전 대표, 천 전 대표, 손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 모두 경선에 참여해 강한 경선을 치르고 최종 선택된 대선주자를 지원해준다면 강한 대선주자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반기문 변수
문 때리기

양당이 연대를 통해 수권정당이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연대카드가 상수라는 것은 정치권의 평가다. 다만 연대 과정서 변수가 있다. 비슷한 규모의 두 정당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양당의 대표적인 킹메이커인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간에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경선 룰도 양당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다. 보수신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분당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선주자를 배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두 당이 합쳐질 경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경선 과정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바른정당에 좋은 일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변수는 반 전 총장이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주 원내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체성 검증을 통해 적 보수로 판명이 날 경우 영입해 안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과 손 전 대표 등이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을 치르면 지지율이 올라 국민의당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 참여할 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바른정당에 합류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바른정당 주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반 전 총장이 자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새누리당과는 정치를 같이할 수 없을 테고, 더민주나 국민의당에는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이미 있다”며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여서 해야 하니, 바른정당과 함께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양당 연대 얻는 효과는?
반기문은 어디로 가나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합류시 경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옹립·추대론’과는 선을 그었다. 여기서 반 전 총장이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세 가지 정도로 꼽힌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독자 신당 중 한 곳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연대 그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 전 총장이 거취를 정하지 않은 상태서 양당이 연대를 진행한다면 반 전 총장도 연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독자 신당 형태로는 국회 내 지지세력이 부족한 반 전 총장이 대선 국면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당이 연대를 하게 된다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우선 문 전 대표를 강하게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서 ‘개헌 문건’ 파동이 일자 양당은 한 목소리로 문 전 대표를 질타했다.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상정해 놓은 행보라며 비난의 화살을 친문(친 문재인)계와 문 전 대표에게 쐈다.

추미애 대표는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문 전 대표에게 돌렸다.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의총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무책임과 패권주의 또한 청산해야 한다”며 “유신 잔존세력의 적폐뿐 아니라 문 전 민정수석·비서실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대변되는 패권주의와 무책임한 집단 역시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주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끝난 비극적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친 세력은 자칭 ‘폐족 집단’이 돼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다시 스멀스멀 나와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주 원내대표도 문 전 대표 책임론에 동참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야당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된 원인의 제공자이고 분당의 책임자”라며 “제가 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친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패권주의는 정치서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만약 양당이 본격적으로 연대를 한다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난 어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난 호남민심
정체성 딜레마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호남 중진의원 중심 지도부들은 비박계나 반 전 총장에도 연대를 시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호남 민심과 충돌한다. 국민의당이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보다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키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지지율을 하락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연대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오히려 정체성을 가지고 독자노선을 가질 때 지지율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전당대회 관전포인트

오는 15일 국민의당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연다.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에는 손금주 의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황주홍 의원, 김영환 전 의원, 문병호 전 의원 등 모두 5명이 출마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당초 전북의 맹주 정동영 의원이 출마함에 따라 박지원-정동영 양자대결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 의원이 불출마를 경선하면서 중심추가 박 전 원내대표에게로 간 모양새다.

오는 15일 당대표 경선…5명 출마 선언
박 독주 분위기…나머지 자동 최고위원

박 전 원내대표를 제외한 이들이 각각 재선과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다선에 최근까지 당을 지휘했던 박 전 원내대표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단 후보들은 반 박지원 전선을 구축해 박 전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이제 헌 정치를 국민의당서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전 의원은 “국민의당은 어느새 팀플레이가 아닌 단독 드리블 정치로 회귀해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말해 박 전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당대표 경선에서는 최다득표자가 당대표가 되고, 차순위 투표자들은 2위부터 5위까지 최고위원을 역임하게 된다. 전체 당대표 경선 출마자가 5명에 불과해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자동적으로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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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