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벚꽃대선’ ‘찜통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 비문(비 문재인) 간 갈등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문계로 꾸려진 상황에서 비주류가 어떠한 반전 플랜으로 친문을 견제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해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계로 당 지도부가 구성됐다. 당시 추미애 후보가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비주류로 불리는 이종걸(전 원내대표)·김상곤 후보(전 혁신위원장)를 누르면서 당 대표에 올랐다. 아울러 4개월여가 흐른 현 시점에 친문계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섀도 캐비닛에…
문 전 대표는 야권 대통합,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거론하면서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는 개헌카드를 꺼내면서 친문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국회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김종인 전 대표, 김부겸·원혜영(이상 더민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고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요구하는데 정치권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추진하고 있느냐에 대해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3년이 지난 대통령이 4~5년차에 제대로 일한 대통령을 저는 30년간 보지 못했다”며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인 김부겸 의원은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대개혁의 완성은 개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분권형 직선대통령제, 경제민주화,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개헌의 방향을 제시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새로운 헌법에 기반한 제7공화국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일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헌 모임에 친문계가 반감을 갖는 결정적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임기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을 ‘정권 연장용’이라며 비주류가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문계는 비주류가 개헌을 고리로 힘을 규합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4일, 더민주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서 발간된 이른바 <개헌저지문건>을 통해 친문계의 개헌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29일에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적시됐다.
이 같은 결론의 보고서는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상정해 놓아야지만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더민주 주류 측은 새누리당 분당 이후 정치권에 강하게 부는 합종연횡과 제3지대 바람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주류 의원들은 즉시 반발했다.
친문일색…비주류들 불만 최고조
박원순, 이재명…제3지대론 속도
당내 비주류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일 “(문건 내용이)사실이라면 광장서 들던 촛불을 당 안에서도 들어야 할 판”이라며 “문제의 문건은 문 전 대표를 당 대선후보로 전제한 인식들이 보인다. ‘누구의 사당이냐,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정당이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고 보도가 나온 후에야 관련 문건의 내용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주연구원서 밝힌 바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자기들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민주연구원의 명예는 물론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 주류 측은 개헌 문건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친문, 비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 비주류는 크게 김종인계, 민평련(고 김근태계),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서 당을 원내 제1당에 올려놨지만 친문계에 의해 당내 2선으로 밀려났다.
2선으로 밀려남과 동시에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며 각을 세웠다. 현재는 제3지대를 구성하는 중심축으로 야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인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반기문-김종인 연대, 정의화-김종인 연대 등이 거론되면서 더민주 비주류 인사들이 김종인발 정계개편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비주류의 한 축으로 꼽히는 민평련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고 손 전 대표를 택했다. 민평련은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세력이 약해 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숫자는 2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친문이 당을 장악했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손 전 대표의 행보에 더민주는 주목하고 있다. 일단 손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더민주 내 손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의 탈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서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경우 ‘당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학규계 의원 10여명이 탈당해 손 전 대표의 ‘국민주권개혁회의’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관련 의원들에게 전화해보니 보따리 싸는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에선 “지지자 입장에서 동요하지 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손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당에 합류해 경선을 치르면 본격적으로 더민주서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더민주 지도부가 이탈자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이 연대?
최근에는 비주류가 당내 경선서 박원순-이재명 연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기류도 포착된다. 한 비문계 중진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서 이재명-박원순 연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주류는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들어설 경우, 잠룡들의 연대를 통해 기존 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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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안희정 ‘손 때리기’ 왜?
지난 4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학규 전 대표를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동지가 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고 만든 조직 아니냐”면서 “그런데 그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냐”며 손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아울러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종용키도 했다.
이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안 지사는 문재인의 한명회”라며 비난했다. 그는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려고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며 “안 지사는 본인 정체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이냐, 대선후보냐”고 일갈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손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배경에는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손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손 전 대표는 긍정적으로 화답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의 손 전 대표 때리기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