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 먼 여의도 백태

금배지들 재테크 비법 “법 바꾸고, 혜택 챙기고”

 
여의도가 ‘돈’ 문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억대 연봉에 가족수당·자녀학비까지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이유에서다. 이는 청목회 사건 후 아예 기업 정치후원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재산변동 내역에 평균 4억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데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경우가 적지 않아 바라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억대 연봉에 가족수당까지 알뜰히 챙긴 금배지들
청목회 사건 거울삼아 기업 정치후원금도 합법화?


물가상승과 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여의도에서는 이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지난 1월부터 국회의원들에게 가족 수당과 자녀학비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하위 규정인 ‘국회의원 수당 등의 지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그동안은 지급되지 않았던 가족 수당과 중·고등학교 자녀 수업료 등이 지원되기 시작했던 것.

가족 수당은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경우 배우자 4만원, 자녀 1인당 2만원씩이 매월 지급된다. 또한 고등학생은 분기당 44만6700원, 중학생은 분기당 6만2400원 한도로 자녀학비 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자 “지난해 8월 법 개정 당시 ‘공무원 수당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돼 공무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2개 수당이 신설된 것일 뿐 특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혜는 아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발끈했다. 의원들이 월급을 제외하고도 연간 9000여 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돈팔촌 수당까지 만들 기세”라며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수당’이 논란거리라 된 데는 앞서 여야 의원들이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기습 처리한 점도 한 이유가 됐다.

민생법안 처리까지 뒤로 미룬 채 처리한 이 법안은 사실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에 무산됐었던 것이었다. 청목회 입법로비 이후 정치후원금이 논란이 되자 마련된 것으로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 법안이 통과될 경우 청목회 사건의 처벌 조항이 없어지게 된다.

법안 처리가 알려진 후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청목회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도 “재판받는 의원들을 면소판결 받게 해 주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입법권 남용”이라며 “이 법안을 처리하면 국민의 정치불신을 높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성명을 통해 “입법을 중단하지 않을 시 행안위 입법 관련 의원에 대해 내년 4월 총선 낙선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여의도와 돈을 둘러싼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 다시 불씨를 살리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정부·국회·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고위공직자(1급 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재산변동 내역을 공개한 것.

공개 대상자 2275명 중 재산이 늘어난 사람은 1589명으로 10명 중 7명 꼴이었다. 이중 국회의원은 여야 의원 292명 가운데 219명(75%)의 재산이 늘었으며 138명(47.3%)은 재산이 1억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주식의 평가액 급증으로 지난해보다 2조2000여억 원이 늘어 3조6700여억 원을 신고한 정몽준 전 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여야 의원들의 평균 재산증가액은 4억4314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모·자녀 재산 “난 몰라”

이들의 재테크 실력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 4명 중 1명, 국회의원 중 112명(38.4%)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재산공개 대상자들의 재산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은 재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산의 편법 상속 및 증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 비해 고지를 거부한 의원이 5명 늘어난 데다, 거부율도 35.6%에서 2.8% 증가함에 따라 공직자 재산신고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았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이와 관련, “직계 존·비속과의 생활 독립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을 은폐하는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모든 공직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부터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재산을 공개한 일부 공직자들은 위법과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대전 유성구 밭과 대지가 도로공사로 수용되면서 재산이 2억7765만 원 증가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주식으로 수익을 올려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직무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공직자(가족)는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고, 보유주식도 백지신탁하도록 돼있지만 원 원장의 배우자가 2억 원이 넘는 주식으로 지난해 50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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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