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반기문 검증’ 발목 잡을 아킬레스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05:12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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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장어’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했다.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인사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반 총장이 과연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시사저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이던 지난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만찬자리서 20만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는 것.

또 2007년 초반 반 총장 취임 후 뉴욕서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 목적으로 3만달러가 추가적으로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23만 달러?
과연 진실은…

이에 반 총장 측근은 “돈을 줬다는 사람도 부인하고, 또 당시 정황상 불가능한 사실무근 얘기”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에 돈을 줬다고 의심을 받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논란은 말도 안 된다.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귀국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인 대선 검증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치권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조만간 당내 ‘반기문 검증팀’을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건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반 총장은 기름장어처럼 피할 게 아니라 혹독한 검증을 자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반 총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23만달러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수사해 그 결과를 발표해주는 게 당연히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할 도리”라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는 밝은 정치, 깨끗한 대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임명직 고위공무원을 거쳤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은 없다. 지난 2004년 1월16일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에 인사청문회에는 모든 국무위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외교부장관실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인사 청문회서 고위공직후보자의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꼼꼼히 조사하는데, 반 총장의 경우 이런 부분이 생략됐다”며 “유력 대선주자 검증은 개인 정보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으므로 오히려 인사 청문회보다 허술한 측면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들이대는 칼날…친인척·재산 의혹
더민주 ‘반기문 검증팀’본격 가동

다만, 정치권서 꾸준히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가족, 친인척, 재산, 기업인과의 관계, 사무총장 당시 활동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예정이다.

우선 반 총장 가족 관련해 아들 우현씨 특혜 채용 의혹이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현씨는 지난 2011년 1월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입사했다. 현재까지 매니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 뉴욕 사무소는 지난 2010년 4월에 설립됐다.


SK텔레콤 본사에 소속된 파견 사무소로 미국 관련 업계 동향 파악이 주 업무로 특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현씨가 공채가 아닌 특채로 입사를 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지자(H-1B)스폰서’를 써줬다는 것이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우현 매니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UCLA MBA 과정을 거쳤다. 경력과 학력이 업무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력이 너무 적다 보니 별도의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니고, 현지 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가 우현씨를 취직시켜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반 총장에 미리 줄을 댄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들 특혜 의혹
측근 비리 솔솔

반 총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건 사실이고, 동생(반기상)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반기문이) 우리 포럼(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지난 2015년 5월19일 “저는 성완종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같은해 10월8일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축하 모임을 롯데호텔서 열어준 사람은 성 전 회장으로 알려진다. 또한 반 총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매번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2012년 10월30일 ‘반기문 가족오찬’ 일정이 기록돼있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씨는 반기문 매니아”라며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완종씨가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며 충청포럼은 반 사무총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과거 친분관계에 대한 반 총장의 뚜렷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반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씨 관련 의혹도 반 총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고 성완종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에 부회장이었던 주현씨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72타워 매각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72타워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건축했지만 입주 부진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주현씨는 매각 대리에 나서면서 반 총장을 통해서 카타르 국왕을 접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 의사를 밝히자 인수의향서를 허위로 작성해 경남기업에 전달했다. 이 과정서 주현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성완종 관계 미스터리
신천지 영상 등장 왜?

자금난에 시달리며 검찰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기업은 주현씨에게 6억5000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주현씨가 경남기업에 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매각과정서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실제 주현씨가 위조된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투자청의 투자의향서 성격의 공식 문서를 보낼 때도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남기업 관계자도 반기상 전 고문의 매입과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반기상 고문은 형님인 반기문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랜드마크72 매각건에 대해 부탁하겠다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며 “랜드마크72 매각에 있어 반 고문이 사실상 경남 측 프로젝트매니저였다”고 밝혔다.

반 전 고문은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설 때 아들 주현씨가 몸담고 있는 부동산 회사를 독점적 매각주간사로 추천키도 했다.

이를 두고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반주현은 큰 아버지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분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주현의 이런 사기행각은 미국에서 한국의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어 국가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주현씨가 미국 법원에 걸린 소송만 13건에 달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13건 중 1건의 내용을 보면 반주현은 2011년 T금융사의 매니저를 칭하며 리조트 회사인 N사에 접근했다”며 “한화 약 120억을 대출해주겠다는 의향서를 주고 N사로부터 약 7800만원을 수령해 갔다”고 주장했다.


즉 지난 2014년 경남기업 사기때와 같은 수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송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귀국 전에 미국에서 조카 반주현이 저지른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고 반 총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반 총장이 조카 주현씨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은 없다.
 

하지만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측근비리는 대선주자로서의 도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통해 측근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를 지켜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비리에 대해 명명백백한 소명을 해야만 ‘반 총장발 측근비리’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재산 축소 왜?
정치력 검증

반 총장의 재산축소 의혹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규정에 따라 1만달러 이상의 재산은 신고했지만 그 액수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선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개된 반 총장의 재산은 외교통상부장관 시절인 지난 2006년 2월이 전부다.

당시 반 총장은 12억219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아파트·충북 충주 문화동의 한 아파트 등 건물 2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지 약 80평·인천 계양구 목상동 약 1400평 임야 등 토지 2곳을 신고했다.

사당동 아파트는 당시 공시지가로 3억원이었지만, 현재는 실거래가가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이후부터 반 총장은 ‘유엔 직원 재산신고규정’에 따라 매년 재산을 신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연봉은 한화로 2억7000만원에 달해 재직 기간 동안 현금재산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엔에 신고한 9년간의 재산신고 중 2010년, 2011년에만 유엔 외 소득으로 한국정부연금(공무원 퇴직금)이 신고됐다. 즉 그외의 기간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대 오른 정치력
난국 타개할 카드는?

공무원 퇴직은 일시불과 연금, 혹은 20년 뒤 일시불 수령 3가지 방법만 있을 뿐 중간에 2년치만 수령하고 그칠 수 없다는 점에서 퇴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산 축소 의혹도 타 의혹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반 총장이 ‘신천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달 10일과 17일 게시된 유튜브 홍보 영상에 따르면 반 총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영상에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김남희 대표가 유엔본부 초청으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며 김 대표와 반 총장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목사는 영상에 대해 “신천지 이만희 대표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도 사진을 찍어 홍보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반 총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는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는 반 총장을 제외한 세계적 유명 인사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 총장이 신천지와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측근 비리 및 각종 의혹뿐만 아니라 정치력에 대한 검증도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름과 동시에 날을 세우며 정치력을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음해 세력들
단호히 대처

반 총장에 검증 여론에 대해 반 총장 측근은 “반 총장이 10년간의 국내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음해하는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딧불이 ‘거목 반기문’ 논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우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목 반기문’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달27일 개최된 팬클럽 창립대회를 안내하는 책자에 실리면서 공개됐다.

반딧불이 충주지회 관계자는 “작곡가가 인쇄소에 악보를 놓고 가서 창립대회 책자에 착오로 실리게 됐다”며 “회원들이 이 노래를 부를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진행된 축하행사에는 ‘아리랑’을 개사한 노래가 울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 행사에는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주성 반딧불이 충주시지회장은 대회사에서 “반 총장이 선한 삶을 살아왔고 글로벌 리더로서 평화 운동에 앞장섰다”며 “저 역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해서 지회장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도 아니고…반기문 찬양
반기문 팬클럽 창립대회 개최
우상화 노래 안내 책자에 실려

이날 창립보고 대회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거목 반기문’ 노래 합창은 하지 않았다. 강동구 반딧불이 충북회장은 “거목 반기문이란 노래로 물의를 일으켜 거듭 죄송하고 송구하고”고 말했다. 윤 지회장 역시 “반 총장이 재임하면서 충주의 작곡가가 훌륭하고 국가적으로 거목이란 판단에 지은 것으로 안다”며 “너무 가요풍이라서 행사에선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창립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충주누리센터서 300m 떨어진 반 총장의 본가 반선재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한 뒤 행사를 마쳤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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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