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반기문 검증’ 발목 잡을 아킬레스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05:12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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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장어’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했다.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인사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반 총장이 과연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시사저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이던 지난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만찬자리서 20만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는 것.

또 2007년 초반 반 총장 취임 후 뉴욕서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 목적으로 3만달러가 추가적으로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23만 달러?
과연 진실은…

이에 반 총장 측근은 “돈을 줬다는 사람도 부인하고, 또 당시 정황상 불가능한 사실무근 얘기”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에 돈을 줬다고 의심을 받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논란은 말도 안 된다.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귀국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인 대선 검증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치권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조만간 당내 ‘반기문 검증팀’을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건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반 총장은 기름장어처럼 피할 게 아니라 혹독한 검증을 자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반 총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23만달러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수사해 그 결과를 발표해주는 게 당연히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할 도리”라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는 밝은 정치, 깨끗한 대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임명직 고위공무원을 거쳤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은 없다. 지난 2004년 1월16일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에 인사청문회에는 모든 국무위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외교부장관실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인사 청문회서 고위공직후보자의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꼼꼼히 조사하는데, 반 총장의 경우 이런 부분이 생략됐다”며 “유력 대선주자 검증은 개인 정보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으므로 오히려 인사 청문회보다 허술한 측면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들이대는 칼날…친인척·재산 의혹
더민주 ‘반기문 검증팀’본격 가동

다만, 정치권서 꾸준히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가족, 친인척, 재산, 기업인과의 관계, 사무총장 당시 활동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예정이다.

우선 반 총장 가족 관련해 아들 우현씨 특혜 채용 의혹이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현씨는 지난 2011년 1월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입사했다. 현재까지 매니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 뉴욕 사무소는 지난 2010년 4월에 설립됐다.


SK텔레콤 본사에 소속된 파견 사무소로 미국 관련 업계 동향 파악이 주 업무로 특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현씨가 공채가 아닌 특채로 입사를 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지자(H-1B)스폰서’를 써줬다는 것이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우현 매니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UCLA MBA 과정을 거쳤다. 경력과 학력이 업무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력이 너무 적다 보니 별도의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니고, 현지 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가 우현씨를 취직시켜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반 총장에 미리 줄을 댄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들 특혜 의혹
측근 비리 솔솔

반 총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건 사실이고, 동생(반기상)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반기문이) 우리 포럼(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지난 2015년 5월19일 “저는 성완종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같은해 10월8일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축하 모임을 롯데호텔서 열어준 사람은 성 전 회장으로 알려진다. 또한 반 총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매번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2012년 10월30일 ‘반기문 가족오찬’ 일정이 기록돼있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씨는 반기문 매니아”라며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완종씨가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며 충청포럼은 반 사무총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과거 친분관계에 대한 반 총장의 뚜렷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반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씨 관련 의혹도 반 총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고 성완종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에 부회장이었던 주현씨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72타워 매각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72타워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건축했지만 입주 부진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주현씨는 매각 대리에 나서면서 반 총장을 통해서 카타르 국왕을 접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 의사를 밝히자 인수의향서를 허위로 작성해 경남기업에 전달했다. 이 과정서 주현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성완종 관계 미스터리
신천지 영상 등장 왜?

자금난에 시달리며 검찰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기업은 주현씨에게 6억5000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주현씨가 경남기업에 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매각과정서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실제 주현씨가 위조된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투자청의 투자의향서 성격의 공식 문서를 보낼 때도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남기업 관계자도 반기상 전 고문의 매입과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반기상 고문은 형님인 반기문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랜드마크72 매각건에 대해 부탁하겠다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며 “랜드마크72 매각에 있어 반 고문이 사실상 경남 측 프로젝트매니저였다”고 밝혔다.

반 전 고문은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설 때 아들 주현씨가 몸담고 있는 부동산 회사를 독점적 매각주간사로 추천키도 했다.

이를 두고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반주현은 큰 아버지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분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주현의 이런 사기행각은 미국에서 한국의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어 국가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주현씨가 미국 법원에 걸린 소송만 13건에 달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13건 중 1건의 내용을 보면 반주현은 2011년 T금융사의 매니저를 칭하며 리조트 회사인 N사에 접근했다”며 “한화 약 120억을 대출해주겠다는 의향서를 주고 N사로부터 약 7800만원을 수령해 갔다”고 주장했다.


즉 지난 2014년 경남기업 사기때와 같은 수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송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귀국 전에 미국에서 조카 반주현이 저지른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고 반 총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반 총장이 조카 주현씨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은 없다.
 

하지만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측근비리는 대선주자로서의 도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통해 측근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를 지켜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비리에 대해 명명백백한 소명을 해야만 ‘반 총장발 측근비리’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재산 축소 왜?
정치력 검증

반 총장의 재산축소 의혹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규정에 따라 1만달러 이상의 재산은 신고했지만 그 액수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선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개된 반 총장의 재산은 외교통상부장관 시절인 지난 2006년 2월이 전부다.

당시 반 총장은 12억219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아파트·충북 충주 문화동의 한 아파트 등 건물 2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지 약 80평·인천 계양구 목상동 약 1400평 임야 등 토지 2곳을 신고했다.

사당동 아파트는 당시 공시지가로 3억원이었지만, 현재는 실거래가가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이후부터 반 총장은 ‘유엔 직원 재산신고규정’에 따라 매년 재산을 신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연봉은 한화로 2억7000만원에 달해 재직 기간 동안 현금재산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엔에 신고한 9년간의 재산신고 중 2010년, 2011년에만 유엔 외 소득으로 한국정부연금(공무원 퇴직금)이 신고됐다. 즉 그외의 기간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대 오른 정치력
난국 타개할 카드는?

공무원 퇴직은 일시불과 연금, 혹은 20년 뒤 일시불 수령 3가지 방법만 있을 뿐 중간에 2년치만 수령하고 그칠 수 없다는 점에서 퇴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산 축소 의혹도 타 의혹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반 총장이 ‘신천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달 10일과 17일 게시된 유튜브 홍보 영상에 따르면 반 총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영상에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김남희 대표가 유엔본부 초청으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며 김 대표와 반 총장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목사는 영상에 대해 “신천지 이만희 대표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도 사진을 찍어 홍보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반 총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는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는 반 총장을 제외한 세계적 유명 인사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 총장이 신천지와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측근 비리 및 각종 의혹뿐만 아니라 정치력에 대한 검증도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름과 동시에 날을 세우며 정치력을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음해 세력들
단호히 대처

반 총장에 검증 여론에 대해 반 총장 측근은 “반 총장이 10년간의 국내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음해하는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딧불이 ‘거목 반기문’ 논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우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목 반기문’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달27일 개최된 팬클럽 창립대회를 안내하는 책자에 실리면서 공개됐다.

반딧불이 충주지회 관계자는 “작곡가가 인쇄소에 악보를 놓고 가서 창립대회 책자에 착오로 실리게 됐다”며 “회원들이 이 노래를 부를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진행된 축하행사에는 ‘아리랑’을 개사한 노래가 울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 행사에는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주성 반딧불이 충주시지회장은 대회사에서 “반 총장이 선한 삶을 살아왔고 글로벌 리더로서 평화 운동에 앞장섰다”며 “저 역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해서 지회장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도 아니고…반기문 찬양
반기문 팬클럽 창립대회 개최
우상화 노래 안내 책자에 실려

이날 창립보고 대회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거목 반기문’ 노래 합창은 하지 않았다. 강동구 반딧불이 충북회장은 “거목 반기문이란 노래로 물의를 일으켜 거듭 죄송하고 송구하고”고 말했다. 윤 지회장 역시 “반 총장이 재임하면서 충주의 작곡가가 훌륭하고 국가적으로 거목이란 판단에 지은 것으로 안다”며 “너무 가요풍이라서 행사에선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창립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충주누리센터서 300m 떨어진 반 총장의 본가 반선재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한 뒤 행사를 마쳤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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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