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반기문 검증’ 발목 잡을 아킬레스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05:12
  • 호수 1095호
  • 댓글 0개

‘기름장어’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했다.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인사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반 총장이 과연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시사저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23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이던 지난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만찬자리서 20만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는 것.

또 2007년 초반 반 총장 취임 후 뉴욕서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 목적으로 3만달러가 추가적으로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23만 달러?
과연 진실은…

이에 반 총장 측근은 “돈을 줬다는 사람도 부인하고, 또 당시 정황상 불가능한 사실무근 얘기”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에 돈을 줬다고 의심을 받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논란은 말도 안 된다.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귀국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인 대선 검증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치권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조만간 당내 ‘반기문 검증팀’을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건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반 총장은 기름장어처럼 피할 게 아니라 혹독한 검증을 자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반 총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23만달러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수사해 그 결과를 발표해주는 게 당연히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할 도리”라면서도 “근거 없는 폭로는 밝은 정치, 깨끗한 대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임명직 고위공무원을 거쳤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은 없다. 지난 2004년 1월16일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에 인사청문회에는 모든 국무위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외교부장관실로 자리를 옮겨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인사 청문회서 고위공직후보자의 개인 정보를 넘겨받아 꼼꼼히 조사하는데, 반 총장의 경우 이런 부분이 생략됐다”며 “유력 대선주자 검증은 개인 정보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으므로 오히려 인사 청문회보다 허술한 측면이 많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들이대는 칼날…친인척·재산 의혹
더민주 ‘반기문 검증팀’본격 가동

다만, 정치권서 꾸준히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는 점에서 반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가족, 친인척, 재산, 기업인과의 관계, 사무총장 당시 활동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예정이다.

우선 반 총장 가족 관련해 아들 우현씨 특혜 채용 의혹이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우현씨는 지난 2011년 1월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입사했다. 현재까지 매니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 뉴욕 사무소는 지난 2010년 4월에 설립됐다.


SK텔레콤 본사에 소속된 파견 사무소로 미국 관련 업계 동향 파악이 주 업무로 특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현씨가 공채가 아닌 특채로 입사를 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지자(H-1B)스폰서’를 써줬다는 것이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우현 매니저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UCLA MBA 과정을 거쳤다. 경력과 학력이 업무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인력이 너무 적다 보니 별도의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니고, 현지 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K가 우현씨를 취직시켜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반 총장에 미리 줄을 댄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치권의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들 특혜 의혹
측근 비리 솔솔

반 총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건 사실이고, 동생(반기상)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반기문이) 우리 포럼(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지난 2015년 5월19일 “저는 성완종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06년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같은해 10월8일 그를 위해 가장 먼저 축하 모임을 롯데호텔서 열어준 사람은 성 전 회장으로 알려진다. 또한 반 총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거의 매번 성 전 회장과 충청포럼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2012년 10월30일 ‘반기문 가족오찬’ 일정이 기록돼있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성완종씨는 반기문 매니아”라며 “내가 대선 이야기를 안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완종씨가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며 충청포럼은 반 사무총장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과거 친분관계에 대한 반 총장의 뚜렷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반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씨 관련 의혹도 반 총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고 성완종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경남기업에 부회장이었던 주현씨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의 랜드마크인 72타워 매각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72타워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건축했지만 입주 부진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주현씨는 매각 대리에 나서면서 반 총장을 통해서 카타르 국왕을 접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카타르 투자청이 인수 의사를 밝히자 인수의향서를 허위로 작성해 경남기업에 전달했다. 이 과정서 주현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성완종 관계 미스터리
신천지 영상 등장 왜?

자금난에 시달리며 검찰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기업은 주현씨에게 6억5000만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주현씨가 경남기업에 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매각과정서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실제 주현씨가 위조된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투자청의 투자의향서 성격의 공식 문서를 보낼 때도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남기업 관계자도 반기상 전 고문의 매입과정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반기상 고문은 형님인 반기문 총장이 카타르 국왕에게 랜드마크72 매각건에 대해 부탁하겠다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며 “랜드마크72 매각에 있어 반 고문이 사실상 경남 측 프로젝트매니저였다”고 밝혔다.

반 전 고문은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설 때 아들 주현씨가 몸담고 있는 부동산 회사를 독점적 매각주간사로 추천키도 했다.

이를 두고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반주현은 큰 아버지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분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주현의 이런 사기행각은 미국에서 한국의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어 국가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주현씨가 미국 법원에 걸린 소송만 13건에 달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13건 중 1건의 내용을 보면 반주현은 2011년 T금융사의 매니저를 칭하며 리조트 회사인 N사에 접근했다”며 “한화 약 120억을 대출해주겠다는 의향서를 주고 N사로부터 약 7800만원을 수령해 갔다”고 주장했다.


즉 지난 2014년 경남기업 사기때와 같은 수법인 셈이다. 이에 대해 송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귀국 전에 미국에서 조카 반주현이 저지른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고 반 총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반 총장이 조카 주현씨 사기 행각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은 없다.
 

하지만 측근 비리가 끊이지 않는 반 총장에 대한 정치권 및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측근비리는 대선주자로서의 도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통해 측근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를 지켜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측근비리에 대해 명명백백한 소명을 해야만 ‘반 총장발 측근비리’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재산 축소 왜?
정치력 검증

반 총장의 재산축소 의혹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 총장이 지난 10년간 유엔 규정에 따라 1만달러 이상의 재산은 신고했지만 그 액수가 공개되지 않아 일각에선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개된 반 총장의 재산은 외교통상부장관 시절인 지난 2006년 2월이 전부다.

당시 반 총장은 12억219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아파트·충북 충주 문화동의 한 아파트 등 건물 2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지 약 80평·인천 계양구 목상동 약 1400평 임야 등 토지 2곳을 신고했다.

사당동 아파트는 당시 공시지가로 3억원이었지만, 현재는 실거래가가 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이후부터 반 총장은 ‘유엔 직원 재산신고규정’에 따라 매년 재산을 신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연봉은 한화로 2억7000만원에 달해 재직 기간 동안 현금재산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엔에 신고한 9년간의 재산신고 중 2010년, 2011년에만 유엔 외 소득으로 한국정부연금(공무원 퇴직금)이 신고됐다. 즉 그외의 기간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험대 오른 정치력
난국 타개할 카드는?

공무원 퇴직은 일시불과 연금, 혹은 20년 뒤 일시불 수령 3가지 방법만 있을 뿐 중간에 2년치만 수령하고 그칠 수 없다는 점에서 퇴직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산 축소 의혹도 타 의혹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반 총장이 ‘신천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달 10일과 17일 게시된 유튜브 홍보 영상에 따르면 반 총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영상에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김남희 대표가 유엔본부 초청으로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며 김 대표와 반 총장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신현욱 목사는 영상에 대해 “신천지 이만희 대표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도 사진을 찍어 홍보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반 총장과 찍은 사진을 홍보하는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에는 반 총장을 제외한 세계적 유명 인사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 총장이 신천지와 정확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측근 비리 및 각종 의혹뿐만 아니라 정치력에 대한 검증도 통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권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름과 동시에 날을 세우며 정치력을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음해 세력들
단호히 대처

반 총장에 검증 여론에 대해 반 총장 측근은 “반 총장이 10년간의 국내 공백 기간이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면서도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음해하는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딧불이 ‘거목 반기문’ 논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우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목 반기문’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지난달27일 개최된 팬클럽 창립대회를 안내하는 책자에 실리면서 공개됐다.

반딧불이 충주지회 관계자는 “작곡가가 인쇄소에 악보를 놓고 가서 창립대회 책자에 착오로 실리게 됐다”며 “회원들이 이 노래를 부를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진행된 축하행사에는 ‘아리랑’을 개사한 노래가 울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반딧불이 충주지회 창립 행사에는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주성 반딧불이 충주시지회장은 대회사에서 “반 총장이 선한 삶을 살아왔고 글로벌 리더로서 평화 운동에 앞장섰다”며 “저 역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해서 지회장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북한도 아니고…반기문 찬양
반기문 팬클럽 창립대회 개최
우상화 노래 안내 책자에 실려

이날 창립보고 대회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거목 반기문’ 노래 합창은 하지 않았다. 강동구 반딧불이 충북회장은 “거목 반기문이란 노래로 물의를 일으켜 거듭 죄송하고 송구하고”고 말했다. 윤 지회장 역시 “반 총장이 재임하면서 충주의 작곡가가 훌륭하고 국가적으로 거목이란 판단에 지은 것으로 안다”며 “너무 가요풍이라서 행사에선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창립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충주누리센터서 300m 떨어진 반 총장의 본가 반선재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한 뒤 행사를 마쳤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