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가로막는 대권 변수 3

정상 인근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박근혜 강원도 찍고 영남행 대권 행보 박차
4월 재보선·동남권 신공항 ‘두 마리 토끼잡기’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활동차 잇따라 강원도를 찾은데 이어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위 활동을 위한 강원도 방문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한 신공항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세론’이라는 날개를 달고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을 막아설 대선 변수를 심심찮게 거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원도 방문으로 정치적 보폭을 늘린 데 이어 동남권 신공항 관련 발언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잇단 방문
강원도에 발도장 찍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고문인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발대식을 참석을 위해 춘천을 방문한데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2018한나라당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별위원회 회의’를 위해 강릉과 평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전 대표의 강원도행은 4·27 강원도지사 선거에 대한 ‘간접지원’으로 여겨질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이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IOC위원들을 만나 세계를 누벼도 시간이 없을 텐데 강원도에서 한나라당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동계올림픽을 기원한다고 해서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민주당의 비판이 박 전 대표를 뒤를 따르고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박 의원은 원주에 있는 의료복합단지가 대구로 간지 얼마나 됐는지 강원도민의 마음이 얼마나 쓰린지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박 의원은 동계올림픽 지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응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몸소 뛸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하물며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한나라당의 평창동계올림픽특위 고문인 박 전 대표가 동계올림픽을 지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도 지난달 29일 강릉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당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회의에 참석해 “얼마 전에 야당에서 제가 강원도에 오는 것에 대해서 ‘할 일이 없어서 강원도 오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이번에는 꼭 유치 되도록 힘을 모아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중점을 뒀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강원도가 아닌 대구에서 있었다. 그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가 발표되자 “국민과 약속을 어겼다”며 유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동남권신공항은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 입장에서도 계속 추진할 일”이라고 강조, 대선공약을 백지화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다.

정치권은 “현재권력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국민 지지의 구심점으로 떠오르는 미래권력의 전형적인 순서를 밟아가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선 향배 따라
뜨고 지는 대선주자

그러나 한편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미래권력의 요건을 하나 둘 갖춰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정치권에 몰아칠 ‘외풍’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내년 총선의 향배다.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총선의 결과는 여야 정당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선거다. 당내 세 확장을 통해 지지기반을 다져야하고 총선 지원유세를 하며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할 ‘평가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총선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 일간지가 한나라당 소속 지역구 의원 122명을 상대로 총선 전망을 물은 결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국회의 과반 의석인 150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여소야대 구도가 될 것으로 보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122명 중 80명(66%)이 한나라당 의석수가 과반에 못 미칠 걸로 내다봤으며, 14명은 80~100석, 19명은 101~120석, 23명은 121~130석, 24명은 131~149석 정도로 내다봤다.

이 같은 판단에는 “민심이 나쁜 편”(88명·72%), “매우 나쁘다”(11명·9%)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부산·경남, 대구·경북 등 한나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에서도 50명의 의원 중 38명(76%)이 민심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실제 민심과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물가 상승, 전월세 대란 등 체감경기가 나쁜 데다 대통령 임기 말에 총선이 치러지다보니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할 것을 우려, 여당 의원들 사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총선 ‘여소야대’ 전망에 보수연대 비관론 제기 
‘박근혜 대세론’ 회의론 “당내 세도 약한데…”

그러나 만약 이러한 예상이 들어맞게 될 경우 박 전 대표의 위상도 흔들릴 위험이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여권에 속해 있는 만큼 후폭풍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여소야대의 상황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고 자연스레 여권보다는 야권 대선주자에게로 시선이 쏠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권 유력인사인 이해찬 전 총리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광장 3주년 기념식에서 “총선에서 이기면 (박근혜) 신드롬은 깨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야당 의원이 차지하는 의석이) 과반수를 넘으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1등하는 사람의 별명은 ‘독재자의 딸’로 바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언론도 확 바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정치”라고 했다.

겉보기와 다른 속
당내 입지 ‘흔들흔들’


총선·대선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연대와 단일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외풍’이다. 야권이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연대와 단일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세론’의 주인공으로 정상을 향한 등반을 시작한 박 전 대표와 여권 인사들의 단일화보다는 야권에서의 후보단일화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 연대를 통한 세 결집과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경우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한나라당도 연대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독자적인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절대 안 된다”면서 “다음 대선만큼은 우파 연합을 안 하면 못 이긴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반드시 연대해야 된다.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대선 때 보수세력이 분열되지 않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보수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100% 확신한다”며 “보수가 압도적으로 강한 사회이므로 승리의 자신감 때문에 분열할 것이다. 과거에는 분열하고도 세 번 이기고 나머지 두 번도 아슬아슬하게 패했다. 반면 야권은 단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당내 입지 불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선에 나서기 전 당내 경선에서는 지지율 뿐 아니라 당내 기반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에 대해 “세가 제일 많은 건 아니”라며 “국민적 지지율은 높지만 세는 약하다. 당내에서”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지지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상대적인 관계에 의한 지지보다 절대적 지지가 견고하게 형성돼야 한다”면서 “지금 지지율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 ‘맞수’가 나올 경우 지지율이 분산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마의 몇%’를 넘어서면 변화가 없다고들 하는데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지지율은 변할 수 있다. 상황 변화에 어떻게 내공을 가지고 잘 견디고 지지층을 확보하느냐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해서 일절 말을 안 하고 행동을 안 하고 있는데, 어쨌든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들이 오랫동안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여러 항목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베일에 싸여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 대표도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 대표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 지지율이 50%가 나오는 샘플로 여론조사를 하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의 지지도가 38~40% 나오는 것은 그 내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KT를 통한 여론조사 샘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15% 정도 낮게 봐야 한다. 그러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가 25% 수준인데 그게 이회창 대표 지지율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는 선두에서 달리는 동안 외로운 승부를 벌여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를 공략하기 위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다양한 전략과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차기 대권까지의 여정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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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