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2016 최고의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격변의 병신년' 한반도 달군 핫피플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숭이가 가고 닭이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6년도 이제 다 갔다. 매년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올해만큼 다양한 인물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해도 드물 듯하다. 국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인물, 좌절감을 준 인물 등 병신년 한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들을 뽑아봤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1월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4월, 20대 총선서 여소야대로 정치권 지형을 바꿔놓았다. 5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는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서 우리 선수들은 좌절한 국민들에게 희망찬 소식을 전했다. 9월부터는 암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경주에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고냐 최악이냐
희망·좌절 동시에

▲‘알파고 이긴’ 이세돌 = 바둑은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정복당하지 않을 최후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낙승을 예측했다.

예측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내리 3판을 이기면서 깨졌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놀라게 한 기계의 승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의 ‘1승’은 어마어마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4국에서 ‘신의 한수’라 불리는 78번째 수로 알파고를 혼란에 빠뜨렸다. 알파고는 180수만에 ‘AlphaGo resign’ 메시지로 패배를 인정했다.

인간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기계에 거둔 1승은 곧바로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세 번을 연이어 패한 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해 기어코 1승을 따낸 이세돌 9단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1승 4패로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겁니다” 등 이세돌 어록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거침없는 언변으로 ‘바둑계 아웃사이더’였던 이세돌 9단은 대국 이후 국민기사로 떠올랐다. 광고·출판계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고, 때 아닌 깜짝 바둑 열풍까지 불었다.
 

▲‘채식주의자’ 한강 =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영국 런던에서 전해온 낭보는 한국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중편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로 한 여성이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은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벌써…평탄지 않았던 365일
“나라에 즐거운 일이 없었다”
되돌아보니 고개 절레절레

맨부커상 수상으로 5월 한 달을 달군 한강 작가의 이름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강 작가는 광주 5·18기념 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순간부터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어린 소년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할 수 있다’ 박상영 = 21살의 검객 박상영은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던 그 때 ‘할 수 있다’를 연거푸 중얼거렸다. 세계랭킹 3위 헝가리의 임레 게저 선수에 10-14로 지고 있던 2피리어드 직후 휴식시간이었다. 박상영의 중얼거림은 기적으로 변했다. 마지막 47초 동안 내리 5점을 뽑은 박상영은 15-14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에페 종목은 사브르나 플뢰레와 달리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양 선수가 동시에 서로를 타격하면 점수가 함께 올라간다. 그렇기에 박상영의 승리는 더욱 짜릿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가 잡힌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박상영의 모습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상영은 지난 9월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나의 간절함이 국민께 힘이 됐다면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즐거움 준 사람들

▲‘부패 방지’ 김영란 =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으로, 2015년 3월 공포됐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사회 곳곳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할 경우 직무연관성을 불문하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는 공무원을 비롯,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 대다수는 김영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행정연구원은 일반 국민, 기업인, 공직자, 정치인, 법 시행에 영향을 받는 유통업 종사자 등 총 35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는 김영란법 도입과 시행에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전국 소상공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2%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년 평정’ 김은숙 = 올 한해 드라마 시장은 김은숙 작가가 꽉 잡았다. 올해 초 <태양의 후예>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연말에는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수현, 박지은 등 걸출한 스타 작가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서 사용한 가명이 작가가 만든 가상 인물 ‘길라임’으로 드러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된 <시크릿 가든>부터 <파리의 연인> <온에어> <상속자들> 등 다수의 화제작을 썼다. 지난 2월 SBS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는 재난 지역에서 만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그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TV드라마 시청률이 하향세에 접어든 시기에 친 ‘대박’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는 전역하자마자 출연한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한류 스타가 됐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 방식으로 방영되면서 드라마 사전 제작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방영 중인 <도깨비>는 도깨비, 저승사자 등 판타지적 요소에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도깨비>는 케이블 tvN에서 방송하고 있지만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6회분의 경우 평균 12.9%, 최고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게 나라냐”
국민들 좌절

▲‘나라 망친’ 박근혜·최순실 = 올해 하반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최 게이트로 최근 몇 달 새 나라의 뿌리를 뒤흔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그 중 몇몇은 사실로 밝혀져 국민들은 경악했다.

지난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이다.

특히 10월24일 연설문 등 청와대 핵심 문건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가 JTBC에 의해 공개되면서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11월4일, 11월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봇물처럼 터져 나온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0월29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는 지난 12월3일 6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인원인 232만명이 집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현재 심리 중에 있다.

최순실씨 등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재판, 특검팀 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 사후 조치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박-최 게이트는 정유년에도 나라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민 밉상’ 이정현·우병우 = 지난 16일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원내대표 자리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을 앉힌 후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한 이래 4개월 동안 숱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지지율 4%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손에 장을 지진다’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비뚤어진 충성은 사무처 당직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했다. 국민들의 조롱과 비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전 대표 못지않게 전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른바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하는 등 꼼수를 써가며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몇몇 정치인들은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걸었고,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등 누리꾼들의 추적이 이어졌다.

결국 우 전 수석은 지난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1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당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앞에 검사들이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 수사’ 등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성추문 몰락’ 박유천 = 올 한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한류스타를 뽑으라면 박유천의 이름이 첫손에 꼽힐 듯하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서도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해무> 등에서 바른 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였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컸다.

그나마 올림픽·바둑이 위안
오랜만에 문화계 경사도 화제

지난 6월 유흥업소 종업원 A씨는 박유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업소의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연달아 세 명의 여성이 화장실, 박유천의 집 욕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나섰다.

피소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박유천은 연가와 병가를 다른 요원들보다 훨씬 많이 쓴 사실이 알려지는 등 근무태만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의혹 등은 여전히 조사 중인 상태다.
 

▲‘악재 폭탄’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몰아친 악재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형 신동주 에스디에이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부터 올해 검찰 수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이이원 부회장 자살 등 갖가지 문제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그룹 경영활동은 엉망으로 꼬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올해 그룹의 재도약을 꿈꿨다.

그러던 중 진행된 검찰 수사에 롯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검찰 수사는 롯데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고, 계열사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그러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는 등 그룹 경영은 마비됐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잃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문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의혹의 진원지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기금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논란의 연예인들

▲‘불륜 낙인’ 김민희 = 최근 영화 <아가씨>가 미국 비평가상을 싹쓸이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소설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미장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국내에서 4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판서 여배우 두 명을 앞세운 퀴어 영화의 성공에는 배우 김민희의 공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김민희는 예전부터 ‘발연기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랬던 그녀가 변영주 감독의 <화차>부터 연기를 인정받더니 <아가씨>서 만개한 것. 실제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디렉터스컷어워즈,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배우로서 활짝 필 것 같았던 김민희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퍼지면서다. <아가씨> 상영 막바지에 터져 나온 감독과 여배우의 염문설은 김민희의 이미지를 난도질했다. 홍 감독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기에 김민희는 불륜, 가정파괴 등으로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감독들은 시상식서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라며 김민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해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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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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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