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인 줄 알았더니만 공약(空約)이었군

MB정부 3년 ‘공약 이행’ 실태 집중점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최근 3년을 넘어섰다. 지난 3년은 MB정부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반의 성적은 남은 2년 반의 향배를 내다보는 지표다. 2007년 대선 공약 이행 수준은 평가의 잣대가 된다. 이 대통령은 92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대표작을 골라 이행 상태를 점검해 봤다.

#1. 한반도 대운하

제1호 실패 공약이다. 거창했던 구상만큼 큰 반발에 발목을 잡혀 명목상 사라져버렸다. 지나치게 서두른 게 패인이었다. 대선 압승에 들뜬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국민적 저항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진 ‘광우병 촛불시위’는 사실상 대운하의 숨통을 끊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6월 공식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도 대운하 포석으로 의심받으며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지난 2009년 4대강 예산이 확정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이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된 것. 그러나 이들의 입장 선회로 4대강은 탄력을 받았고 공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대운하 의혹과 시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은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4대강 운명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대운하로 이어질지는 그때의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다.

#2. 세종시

공약 뒤집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충북대 특강에서 “행정도시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돼도) 변경할 계획 없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까지 15회 이상 세종시 공약이행을 약속했다. 취임 2년 차인 2009년 6월까지도 “당초 계획대로 현재 진행 중이고,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 시절부터 대운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미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 다가오니 계속 말이 바뀌더라”며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이번엔 ‘MB표 세종시 원안’의 하나로 내놓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3.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도 공약 뒤집기의 대표적인 예다. 신공항 건설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1990년대 말부터 ‘김해공항 포화론’을 주장한 부산시가 가덕도·녹산·김해·기장 중 한 곳에 신공항을 세우는 계획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답보 상태였다.

그러던 2005년 10월 영남권 광역지자체들이 ‘영남권 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건교부에 이를 건의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요원해 보였다. 대구·경북(TK)은 같은 생활권인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다 건교부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허남식 부산시장, 영남권 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4년 만에 백지화로 결론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목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과학벨트 분산배치론에 쏠렸다.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남권의 반발을 의식해 과학벨트를 보상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자치단체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만일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정권불복종 운동 선언을 하는 등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재판이 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4. 비핵·개방·3000

‘비핵·개방·3000’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기 전반기가 지나도록 1단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폐기 상태나 다름없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다. 이 정책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머리 숙이면 돕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국내 홍보용일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동남권신공항 건설 4년 만에 백지화
민생 관련 공약 이행 수준도 미비…“3년 간 뭐했나”


실제로 현실은 정책이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MB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등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긴장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 바람에 북한의 비핵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를 성실히 이행하는 듯 보였으나 두달여만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을 발표했다. 이듬해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5. 7% 성장, 300만개 일자리

민생관련 공약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 감세, 법질서 확립, 공공개혁으로 세계최고기업환경을 만들고, 과학기술투자를 GDP 5%로 확대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7%의 성장을 달성하고 300만개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87%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매해 60만개씩 임기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 3년 간 180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증가한 취업자 수는 39만6천명으로 연평균 13만2천명에 불과했다.

#6. 공교육 2배, 사교육비 절반

이 대통령은 또 공교육을 강화, 사교육비를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에 들어서야 정부는 “전년 대비 총사교육비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학생 21만명 감소에 따른 자연감소액(5891억원)이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 감소액 역시 사교육비의 주범인 영어·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말하는 실질적 사교육비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내세웠던 ‘고교 다양화 300’ ‘영어공교육 정책’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등의 정책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들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어공교육을 위한 각종 대책과 인력, 예산을 투여했으나 정작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 국가 책임 영·유아 보·교육 실시


임신-출산-보육-취학 4단계에 걸쳐 의료비, 보육비, 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도 목표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불임, 난임 부부 의료비 지원이나 임신출산 진료지 지원 등의 정책은 어느 정도 이행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의 국가부담은 일부만 시행되고 있을 뿐이며, 만5세 이하 아동 의료비에 대한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은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0~5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게만 공공보육시설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육시설 미이용자에 대한 양육 수당 지원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8. 아자아자! 중소기업, 으샤으샤!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공약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일부만 이행이 되거나 이행이 되었더라도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상생 정책의 핵심인 불공정하도급 거래 감시의 경우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나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조정신청권 부여 등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낙인 찍혔다. 또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정책의 성과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자본 소유의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초기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

이 대통령이 서민 주요 생활비 30%를 절감하겠다면서 내세웠던 주요 항목은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사교육비, 보육비, 약값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비, 기름값, 보육비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뿐 실패하거나 시행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매해 계속되고 있는 물가폭등을 감안하면 애초 내세웠던 주요생활비 30% 절감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10.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이 대통령은 “서민 주거권을 국민 기본권 차원으로 보호하겠다”며 이를 위해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을 연 12만호 공급하고, 수요자 중심의 계획적인 주택공급을 통해 연간 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MB정부의 임기 3년 동안의 주택 건설 실적은 37만9871호로 애초 내세웠던 50만호 건설 공약 목표에 76%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6년(46만9503호)과 2007년(55만5792호) 주택 건설 실적보다 감소한 것이다.

신혼부부 주택 공급의 경우 2008년과 2009년 각각 1만3156호, 2만9000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2008년 연간 5만호 공급으로 목표를 수정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량은 여전히 수정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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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