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이 보고 있는 헌법재판관 9인

박근혜만? 대한민국 운명이 9명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일 국회의원 234명을 태운 탄핵 열차가 ‘가결’역에 정차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200명(재적의원의 3분의 2)을 훌쩍 넘긴 압도적 가결이었다. 이날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로 전달되면서 오후 7시3분을 기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 박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다. 재판관 9명 가운데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짐을 싸야 한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열린 7차 촛불집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전국 100만이 운집한 집회에서 국민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시민들은 탄핵 가결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앞으로 행진하자고 주장했다. 1000여명의 시민은 헌재 앞으로 몰려가 “탄핵안을 인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재판관 9명은 역사의 한 가운데서 시민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언제쯤 결정?
시민들 압박

재판관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 원칙, 직업공무원 제도 등 헌법을 폭넓게 위반했다. 또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안을 심리, 인용 또는 기각·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반면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시민들의 눈과 귀가 헌재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소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현재 5기 재판부의 경우 박한철 소장,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대통령이 지명했고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과 이정미·김창종·이진성 재판관은 각각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박한철 소장은 이번 탄핵 심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의 임기가 내년 1월31일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내년 3월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남은 7명의 재판관 중 두 사람만 반대 입장을 내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박 소장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됐고,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그를 소장에 임명했다. 부산 출신 박 소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직전 임명한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3기)다.

3분의 2인 6명 이상 최종 판단 주목
보수7·진보1·중도1…과연 결과는?

박 소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한 공안통으로 꼽히며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다. 재판관 시절 낙태죄 처벌,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합헌 의견을 내는 등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2013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소수 의견인 위헌 입장을 밝혀 마냥 보수 성향은 아니라는 평도 있다.


당시 박 소장은 “모욕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비꼬는 말이나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거친 신조어 등도 처벌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정미 재판관은 2011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헌재 사상 최연소이자 5기 재판관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울산 출생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재판관 취임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따뜻한 배려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여러 사건서 이 재판관은 소수 의견을 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사후매수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을 당시 이 재판관은 위헌으로 다수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선거 종료 후의 금전 제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퇴 의사 결정이나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없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독신자는 친양자를 입양할 수 없도록 규정한 옛 민법조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소수 의견 쪽에 섰다.

그는 “편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타파돼야 할 대상인 바 이를 이유로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 내에서 가장 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꼽히는 김이수 재판관은 2012년 야당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낸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심판 당시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이석기 전 의원의 발언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만 통진당 전체가 이를 적극 옹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적으로 정당을 해산해선 안 된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제2조를 두고 헌재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유일하게 위헌 입장을 냈다.

박한철·이정미
퇴임이 변수로

김 재판관은 “다른 직종으로 변환이 쉽지 않은 교사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실업 상태인 해직 교원과 구직 중인 교사 자격 소지자의 가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교사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서 경찰이 물포를 발사한 행위가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도 “물포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라며 소수 입장에 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진성 재판관은 서울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한 판사 출신이다.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한 언론이 분석한 재판관 성향 데이터에 따르면 김이수 재판관 다음으로 진보 성향을 띄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 재판관은 김 재판관과 함께 자주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도록 한 법 조항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등록 조항에 대해서는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특성이나 불법성의 경중을 고려해 등록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출 조항에 대해서도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록대상자에 대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보수 성향
판결에 영향 있나

경북 구미 출신인 김창종 재판관은 5기 재판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인사로 꼽힌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 위헌 결정서 다수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다수 의견(합헌)을 냈다.


당시 헌재는 “건전한 성 풍속·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 형벌권의 개입은 성매매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하다”며 생계유지 등의 이유라도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창호 재판관은 대검 공안기획과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되며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헌재가 간통죄 처벌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폐지를 반대한 두 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안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 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

헌재 발 빠른 행보
촛불 행렬 헌재로?
 

사법고시를 폐지하는 번호사 시험법 부칙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사시의 폐해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합격률을 높여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폐지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로스쿨만 두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계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두 제도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은 김영란법 조항 중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은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미신고 행위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서 국가보안법 외에 찾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금품 수수 통로를 차단하려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

강일원 재판관은 2012년 여야 합의로 재판관이 됐다.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5기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2년 여야가 합의로 강 재판관을 추천할 때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각종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강 재판관은 성매매특별법 사건서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라는 데 다수 의견과 같이 했지만 “성 판매 여성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사람”이라는 등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김영란법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을 맡아 합헌 입장에 섰다. 강 재판관은 사건번호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기도 하다.

서기석 재판관은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헌법연구회 초대 회장, 사단법인 행정판례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공·사법에 두루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서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부임 후 35일 만에 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겨 당시 이례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당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일명 효순·미선이 사건서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거부하던 검찰에 “미군 재판 기록을 제외한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조용호 재판관도 임명권자가 박 대통령이다. 서울고법원장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 행정·특허 소송을 담당해 행정법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서울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와 관련해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음악파일 교환서비스인 ‘소리바다’ 사건과 관련해선 음악 저작권자의 음반복제와 전송권이 침해됐다고 판단, 소리바다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사건 재판서 여직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고가 지나치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조 재판관은 사시 폐지 관련 헌법소원 사건서 헌재가 합헌을 결정할 때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법시험을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우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성매매특별법 사건에선 “성매매 근절을 내세워 삶의 밑바닥에 내몰린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폈다.

여론 탄핵 요구↑
개별 의견 부담↑

재판관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주말도 반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이 헌재에 쏠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형 사건이기에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헌재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비롯, 이정미·이진성 재판관을 수명재판관으로 지정하고 탄핵심판 사건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수명재판관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단순하게 압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 15일,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대다수가 보수 성향인 것을 들어 탄핵 인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탄핵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갈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론이 탄핵 인용 쪽으로 완전히 쏠려 있는 상황이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의 75% 이상이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15.2%)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탄핵 심판 시 재판관 개별 의견을 명시하도록 2005년 법이 개정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재판관들은 개별 의견을 담지 않았고, 이는 내용이 부실하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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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