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이 보고 있는 헌법재판관 9인

박근혜만? 대한민국 운명이 9명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일 국회의원 234명을 태운 탄핵 열차가 ‘가결’역에 정차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200명(재적의원의 3분의 2)을 훌쩍 넘긴 압도적 가결이었다. 이날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로 전달되면서 오후 7시3분을 기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 박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다. 재판관 9명 가운데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짐을 싸야 한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열린 7차 촛불집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전국 100만이 운집한 집회에서 국민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시민들은 탄핵 가결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앞으로 행진하자고 주장했다. 1000여명의 시민은 헌재 앞으로 몰려가 “탄핵안을 인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재판관 9명은 역사의 한 가운데서 시민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언제쯤 결정?
시민들 압박

재판관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 원칙, 직업공무원 제도 등 헌법을 폭넓게 위반했다. 또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안을 심리, 인용 또는 기각·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반면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시민들의 눈과 귀가 헌재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소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현재 5기 재판부의 경우 박한철 소장,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대통령이 지명했고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과 이정미·김창종·이진성 재판관은 각각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박한철 소장은 이번 탄핵 심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의 임기가 내년 1월31일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내년 3월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남은 7명의 재판관 중 두 사람만 반대 입장을 내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박 소장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됐고,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그를 소장에 임명했다. 부산 출신 박 소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직전 임명한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3기)다.

3분의 2인 6명 이상 최종 판단 주목
보수7·진보1·중도1…과연 결과는?

박 소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한 공안통으로 꼽히며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다. 재판관 시절 낙태죄 처벌,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합헌 의견을 내는 등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2013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소수 의견인 위헌 입장을 밝혀 마냥 보수 성향은 아니라는 평도 있다.


당시 박 소장은 “모욕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비꼬는 말이나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거친 신조어 등도 처벌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정미 재판관은 2011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헌재 사상 최연소이자 5기 재판관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울산 출생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재판관 취임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따뜻한 배려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여러 사건서 이 재판관은 소수 의견을 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사후매수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을 당시 이 재판관은 위헌으로 다수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선거 종료 후의 금전 제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퇴 의사 결정이나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없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독신자는 친양자를 입양할 수 없도록 규정한 옛 민법조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소수 의견 쪽에 섰다.

그는 “편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타파돼야 할 대상인 바 이를 이유로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 내에서 가장 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꼽히는 김이수 재판관은 2012년 야당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낸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심판 당시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이석기 전 의원의 발언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만 통진당 전체가 이를 적극 옹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적으로 정당을 해산해선 안 된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제2조를 두고 헌재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유일하게 위헌 입장을 냈다.

박한철·이정미
퇴임이 변수로

김 재판관은 “다른 직종으로 변환이 쉽지 않은 교사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실업 상태인 해직 교원과 구직 중인 교사 자격 소지자의 가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교사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서 경찰이 물포를 발사한 행위가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도 “물포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라며 소수 입장에 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진성 재판관은 서울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한 판사 출신이다.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한 언론이 분석한 재판관 성향 데이터에 따르면 김이수 재판관 다음으로 진보 성향을 띄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 재판관은 김 재판관과 함께 자주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도록 한 법 조항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등록 조항에 대해서는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특성이나 불법성의 경중을 고려해 등록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출 조항에 대해서도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록대상자에 대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보수 성향
판결에 영향 있나

경북 구미 출신인 김창종 재판관은 5기 재판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인사로 꼽힌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 위헌 결정서 다수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다수 의견(합헌)을 냈다.


당시 헌재는 “건전한 성 풍속·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 형벌권의 개입은 성매매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하다”며 생계유지 등의 이유라도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창호 재판관은 대검 공안기획과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되며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헌재가 간통죄 처벌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폐지를 반대한 두 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안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 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

헌재 발 빠른 행보
촛불 행렬 헌재로?
 

사법고시를 폐지하는 번호사 시험법 부칙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사시의 폐해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합격률을 높여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폐지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로스쿨만 두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계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두 제도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은 김영란법 조항 중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은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미신고 행위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서 국가보안법 외에 찾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금품 수수 통로를 차단하려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

강일원 재판관은 2012년 여야 합의로 재판관이 됐다.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5기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2년 여야가 합의로 강 재판관을 추천할 때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각종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강 재판관은 성매매특별법 사건서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라는 데 다수 의견과 같이 했지만 “성 판매 여성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사람”이라는 등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김영란법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을 맡아 합헌 입장에 섰다. 강 재판관은 사건번호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기도 하다.

서기석 재판관은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헌법연구회 초대 회장, 사단법인 행정판례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공·사법에 두루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서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부임 후 35일 만에 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겨 당시 이례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당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일명 효순·미선이 사건서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거부하던 검찰에 “미군 재판 기록을 제외한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조용호 재판관도 임명권자가 박 대통령이다. 서울고법원장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 행정·특허 소송을 담당해 행정법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서울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와 관련해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음악파일 교환서비스인 ‘소리바다’ 사건과 관련해선 음악 저작권자의 음반복제와 전송권이 침해됐다고 판단, 소리바다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사건 재판서 여직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고가 지나치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조 재판관은 사시 폐지 관련 헌법소원 사건서 헌재가 합헌을 결정할 때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법시험을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우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성매매특별법 사건에선 “성매매 근절을 내세워 삶의 밑바닥에 내몰린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폈다.

여론 탄핵 요구↑
개별 의견 부담↑

재판관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주말도 반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이 헌재에 쏠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형 사건이기에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헌재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비롯, 이정미·이진성 재판관을 수명재판관으로 지정하고 탄핵심판 사건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수명재판관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단순하게 압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 15일,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대다수가 보수 성향인 것을 들어 탄핵 인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탄핵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갈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론이 탄핵 인용 쪽으로 완전히 쏠려 있는 상황이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의 75% 이상이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15.2%)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탄핵 심판 시 재판관 개별 의견을 명시하도록 2005년 법이 개정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재판관들은 개별 의견을 담지 않았고, 이는 내용이 부실하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