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카바레는 지금…

바람난 주부들 어디로 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왜 사라졌을까?
 

19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사라진 카바레
우후죽순 콜라텍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화류계서 여성고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의 성의 해방구, 자유의 성지 카바레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선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의 몰락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는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 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고 주장했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성인 콜라텍과 무도장이었다.

현재 서울에는 강동구 길동과 강서구 화곡동 등 대여섯 군데만 카바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이 줄자 자연스레 웨이터들의 수입도 줄었다. 남성 웨이터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고 그 자리를 중년 여성 웨이트리스들이 메웠다. 한 여성 웨이트리스는 “단골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손님 한 명이 단골이 되고, 그 손님이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일명 ‘새끼치기’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돈벌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거였다. 손님이 귀해지다 보니 ‘뻐꾸기 먹는(다른 웨이터에게 손님을 뺏기는)’ 웨이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불법영업 버젓

밖으로 나가는 손님에게 접근해 명함을 얻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낮에 연락해 커피 한잔을 한다거나 경조사를 챙기는 방식으로 다른 웨이터의 단골을 빼가는 것. 그녀는 “주말엔 손님의 친인척 결혼식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인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바레 업주 A씨는 불법 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에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선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A씨는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며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 파는 콜라텍
카바레 문닫게 해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 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성인 콜라텍은 카바레와 달리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영업형태는 카바레와 같지만 관할사무소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자유업종은 시설 기준이나 관리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형 화재 등 만약의 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경기도 부천의 A 콜라텍 내부에 들어서자 300여명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천장과 간이 중앙무대서만 비추는 조명 탓에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비상구와 소화기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상구인 출입구가 3개가 있지만 통로폭이 좁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행동이 느린 노인들이 출입문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게 될 경우에는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콜라텍에 일주일 중 다섯 번은 간다는 김모 할아버지는 “만약 여기서 불이 나면 발생하면 장담컨대 10명 중 9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가끔씩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콜라텍은 허가나 신고대상 업종이 아니므로 관할 구가 관리할 권한이 없다.
 

특히 성인 콜라텍은 수개월간 영업을 하다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구는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등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단속할 만한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자유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체육시설에 관한 법률로도 단속할 근거가 모호해 법규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남아있는 ‘제비’
피해사례 잇따라

카바레가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제비’들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국 카바레 등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범모(59)씨를 구속했다. 범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군산 평택 안산 의정부 진주 등 전국 무도회장, 카바레 등을 돌며 50~60대 여성 5명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범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무도장서 만난 피해여성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환심을 샀다. 이후 “구하기 어려운 도금 약품인데 한 상자에 230만원에 파는 것을 220만원에 주겠다”고 속여 한 두차례 이익금을 나눠준 뒤 거액을 유도해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전에 여성에게 접근하는 ‘제비’, 약품을 공급하는 ‘수입회사 사장’, ‘도금업체 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짜여진 대본대로 역할을 연습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경계심이 많고 말을 하지 않는 소심한 사람이나 처음 만났는데 말이 많고 기가 센 사람은 피할 것’ ‘매너를 지키며 좋은 인상을 심어 믿음을 줄 것’ ‘대본에 충실하게 연습하고, 정확히 전달할 것’ 등의 자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외간남자와 어울리다 사기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며 억대의 돈을 뜯어낸 제비 박모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박씨는 2004년 4월 전주의 한 카바레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2011년까지 26차례에 걸쳐 모두 1억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번 안내
불법영업 법규 있지만 단속 미흡


박씨는 상대 여성이 돈을 주지 않자 3차례에 걸쳐 욕설하고 온몸을 마구 때린 혐의도 추가됐다. 중고차 매매업자인 박씨는 버스·승용차 구매, 당구장 개업, 술집 영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나이트클럽서 만난 50대 주부를 등쳐 8300여만원과 벤츠 승용차를 받은 40대 제비가 4년여만에 잡히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제비에 속아 대출은 물론이고 별거 중인 남편으로부터 받은 자녀 보육료까지 끌어 모아 제공했다. 욕심을 채운 제비는 경찰 수배를 피해 전국을 떠돌며 과일장사를 하다 끝내 잡혔다.

위모(44)씨는 지난 2010년 11월 광주의 한 나이트클럽서 울산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A(51·여)씨를 만났다.

자신을 열대과일 수입업자라고 B씨에게 소개해 환심을 산 위씨는 교제 도중 “사업이 잘 안 돼 짜증이 난다, 돈이 필요한데 고민”이라고 했다. B씨가 “무슨 일이냐, 도와줄 방법 없는가”라고 안타까워 하면 “누나는 신경 쓰지 마라”면서도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궁금증과 연민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B씨가 걱정하자 위씨는 못이기는 척 “나중에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위씨는 1년여동안 A씨로부터 27차례에 걸쳐 8300여만원을 등쳤다.

B씨는 사업상 차가 필요하다는 위씨에게 벤츠 승용차까지 사주는 등 위씨에게 푹 빠졌지만 어느날 위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서에 고소했다. 위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도 없앤 뒤 트럭을 구입해 전국을 떠돌다가 최근 광주서 검거됐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천모(59)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