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카바레는 지금…

바람난 주부들 어디로 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왜 사라졌을까?
 

19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사라진 카바레
우후죽순 콜라텍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화류계서 여성고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의 성의 해방구, 자유의 성지 카바레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선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의 몰락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는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 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고 주장했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성인 콜라텍과 무도장이었다.

현재 서울에는 강동구 길동과 강서구 화곡동 등 대여섯 군데만 카바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이 줄자 자연스레 웨이터들의 수입도 줄었다. 남성 웨이터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고 그 자리를 중년 여성 웨이트리스들이 메웠다. 한 여성 웨이트리스는 “단골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손님 한 명이 단골이 되고, 그 손님이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일명 ‘새끼치기’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돈벌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거였다. 손님이 귀해지다 보니 ‘뻐꾸기 먹는(다른 웨이터에게 손님을 뺏기는)’ 웨이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불법영업 버젓

밖으로 나가는 손님에게 접근해 명함을 얻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낮에 연락해 커피 한잔을 한다거나 경조사를 챙기는 방식으로 다른 웨이터의 단골을 빼가는 것. 그녀는 “주말엔 손님의 친인척 결혼식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인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바레 업주 A씨는 불법 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에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선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A씨는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며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 파는 콜라텍
카바레 문닫게 해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 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성인 콜라텍은 카바레와 달리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영업형태는 카바레와 같지만 관할사무소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자유업종은 시설 기준이나 관리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형 화재 등 만약의 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경기도 부천의 A 콜라텍 내부에 들어서자 300여명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천장과 간이 중앙무대서만 비추는 조명 탓에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비상구와 소화기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상구인 출입구가 3개가 있지만 통로폭이 좁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행동이 느린 노인들이 출입문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게 될 경우에는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콜라텍에 일주일 중 다섯 번은 간다는 김모 할아버지는 “만약 여기서 불이 나면 발생하면 장담컨대 10명 중 9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가끔씩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콜라텍은 허가나 신고대상 업종이 아니므로 관할 구가 관리할 권한이 없다.
 

특히 성인 콜라텍은 수개월간 영업을 하다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구는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등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단속할 만한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자유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체육시설에 관한 법률로도 단속할 근거가 모호해 법규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남아있는 ‘제비’
피해사례 잇따라

카바레가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제비’들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국 카바레 등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범모(59)씨를 구속했다. 범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군산 평택 안산 의정부 진주 등 전국 무도회장, 카바레 등을 돌며 50~60대 여성 5명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범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무도장서 만난 피해여성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환심을 샀다. 이후 “구하기 어려운 도금 약품인데 한 상자에 230만원에 파는 것을 220만원에 주겠다”고 속여 한 두차례 이익금을 나눠준 뒤 거액을 유도해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전에 여성에게 접근하는 ‘제비’, 약품을 공급하는 ‘수입회사 사장’, ‘도금업체 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짜여진 대본대로 역할을 연습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경계심이 많고 말을 하지 않는 소심한 사람이나 처음 만났는데 말이 많고 기가 센 사람은 피할 것’ ‘매너를 지키며 좋은 인상을 심어 믿음을 줄 것’ ‘대본에 충실하게 연습하고, 정확히 전달할 것’ 등의 자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외간남자와 어울리다 사기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며 억대의 돈을 뜯어낸 제비 박모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박씨는 2004년 4월 전주의 한 카바레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2011년까지 26차례에 걸쳐 모두 1억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번 안내
불법영업 법규 있지만 단속 미흡

박씨는 상대 여성이 돈을 주지 않자 3차례에 걸쳐 욕설하고 온몸을 마구 때린 혐의도 추가됐다. 중고차 매매업자인 박씨는 버스·승용차 구매, 당구장 개업, 술집 영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나이트클럽서 만난 50대 주부를 등쳐 8300여만원과 벤츠 승용차를 받은 40대 제비가 4년여만에 잡히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제비에 속아 대출은 물론이고 별거 중인 남편으로부터 받은 자녀 보육료까지 끌어 모아 제공했다. 욕심을 채운 제비는 경찰 수배를 피해 전국을 떠돌며 과일장사를 하다 끝내 잡혔다.

위모(44)씨는 지난 2010년 11월 광주의 한 나이트클럽서 울산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A(51·여)씨를 만났다.

자신을 열대과일 수입업자라고 B씨에게 소개해 환심을 산 위씨는 교제 도중 “사업이 잘 안 돼 짜증이 난다, 돈이 필요한데 고민”이라고 했다. B씨가 “무슨 일이냐, 도와줄 방법 없는가”라고 안타까워 하면 “누나는 신경 쓰지 마라”면서도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궁금증과 연민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B씨가 걱정하자 위씨는 못이기는 척 “나중에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위씨는 1년여동안 A씨로부터 27차례에 걸쳐 8300여만원을 등쳤다.

B씨는 사업상 차가 필요하다는 위씨에게 벤츠 승용차까지 사주는 등 위씨에게 푹 빠졌지만 어느날 위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서에 고소했다. 위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도 없앤 뒤 트럭을 구입해 전국을 떠돌다가 최근 광주서 검거됐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천모(59)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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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