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키워드로 본’ 박근혜정부 실패 원인 7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0:08:02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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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안하고 밥도 혼자 먹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 거취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지금의 박 대통령을 만든 원인으로 불통, 인사 실패, 언론통제 등이 거론된다. <일요시사>가 박근혜정부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 봤다.

박근혜정부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반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은 임기말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섰다. 현재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불통]

‘불통’이라는 단어는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까지 박근혜정부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야당과의 불통, 비박과의 불통, 국무위원과의 불통 등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는 불통정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보다는 비선 측근들의 목소리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최근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역사는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3년 대통령인수위원회는 불통 속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새정부 출범 당시 장관 6명과 청와대 수석 6명이 불통 논란을 야기한 인수위 출신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민여론 및 지역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사드배치를 추진해 성주지역민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는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소통이 부재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11일 “장관 18명을 포함해 4년 동안 그 어떤 장관도 대통령과 1대1로 독대한 사람이 없다”며 “대통령의 개인참모인 정무수석과 외교안보수석까지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한다. 참 수수께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특유의 불통을 대통령의 성격적인 측면과 결부해 생각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 대통령은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고 포장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배신에 민감하다 보니 소수에게만 믿음을 주는 타입”이라며 “최순실 사태도 박 대통령의 외골수적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

박근혜정부는 외교 부문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올 초에 있었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도 졸속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양국 간 합의문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등이 명시된 반면, 일본 정부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위안부 상처 치유 사업 실시를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 확인’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야기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도 정부 합의 문제로 둬 위안부 합의를 무색케 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합의안”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나서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할 성격이 아니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결코 최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정부가 외교적 측면에만 치중한 나머지 일본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 협상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 탄도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역사왜곡 문제와 독도 영유권 등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는 상태서 성급히 협정을 맺어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정부는 국방을 위해 사드 및 한일 군사 협정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인사]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도 집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됐던 지적사항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4년 6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인사 참사’라는 평을 들었다. 아울러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낙마하면서 국정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신뢰는 바닥을 쳤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야권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국회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역대 정권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탄핵 결의안 통과…최초 불명예 퇴진 앞둬
집권 초기 불통 논란…일본에 목맨 이유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불거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의혹에 대응한 청와대의 행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 전 수석은 아들 꽃보직 특혜 및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등 각종 구설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혹만 가지고는 자를 수 없다”며 우 전 수석을 지켰다.

아울러 최순실씨가 청와대 및 각종 정부부처 인사에 전횡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이후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자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문고리3인방, 우 전 수석 등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

우왕좌왕하던 청와대는 국회를 달래듯 김병준 책임총리를 지명하고, 우 전 수석과의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임명해 ‘불통 개각’이라는 비판을 초래했다.

[정책]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도 몰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내놨던 ‘창조경제’에 대해 거창하지만 애매모호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정부의 세제 운용 방안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도 결국 실패했으며, 대북정책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초기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이다. 지난 9월 국감장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박 대통령이 주장한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모두 북한과의 협상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는 지금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며 “현 정부는 북한 핵 개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거창한 수사를 사용해 얼핏 합리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막상 뜯어 놓고 보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화법]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 이 분석한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기이한 언어패턴을 알 수 있다. 말실수, 횡설수설, 동어반복, 동문서답, 에너지론, 비문, 유체이탈, 시대착오적 발언 등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유독 2015년에 신비주의적인 어록이 많이 등장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어린이날을 전후해 경제인과 관료들이 모인 자리서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하늘의 ‘응답’…바로 ‘메시지’”라고 말해 종교적 언어를 유독 많이 사용했다.

지난해 11월10일에는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건국 이래 대통령 중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 근대적이란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영성에 기반을 둬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특정 집단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언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영생교 교주의 딸인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고쳐줬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화법이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을 때 그 이유를 좀 더 파고들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조속히 밝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제]

최근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박 대통령의 언론통제가 드러났다. 지난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드러난 박근혜정부의 언론통제 및 문화검열 정황을 폭로했다.

언론노조가 공개한 비망록에는 영(領)으로 표기된 박근혜 대통령과 장(長)으로 표기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언론대응 지침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이다.

매번 반복된 인사 참사…인사시스템 전무
주술 화법, 최순실 지시?…친박계도 도마

언론노조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해당 보도를 공직기강 해이, 신상털기식 보도가 우려된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려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의 문건유출사건 수사를 조기종결토록 지도하게 했으며 개인적 책임론을 수긍하고 언론대응에 당당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최고 윗선 차원서 언론통제를 명시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언론통제는 지난해 11월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에도 나타난다. 정부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유사언론행위를 막겠다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했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인에서 ‘5인 이상’으로 높였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론통제는 풍선효과처럼 박근혜정부의 각종 부정부패가 밝혀지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

친박(친 박근혜)계는 청와대와 국회를 넘나들며 박근혜정부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현 정부 대표적 친박계로 ‘대통령의 남자’로 불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정무수석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으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순실 파문이 정국을 휩쓸고 있는 현 시국에 그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각에선 친박계의 맹목적인 박 대통령 옹호가 오히려 대통령이 비리에 무감각해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에게 간언해야 할 친박계가 대통령의 허물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서도 친박 주류들의 공천개입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고 국회 제1당의 자리를 더민주에 내줬다. 정치권에선 총선 결과가 임기 후반기를 달리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한폭탄'다음 청문회 일정은?

지난 6, 7일에 이어 오는 14, 15일에는 3, 4차 최순실 국조 청문회가 이어진다. 3차 국조 청문회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출석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4차 청문회에선 30여 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윤회씨,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선관실 행정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이규혁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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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