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떠도는 박근혜 망명설 실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50:53
  • 호수 1091호
  • 댓글 0개

‘테러 트라우마’ 성난 민심 피해 도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박 대통령 망명설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서 기소중지 방침을 세움에 따라 박 대통령이 법망을 피할 길이요원하기 때문. 몰릴 대로 몰린 박 대통령이 과연 망명을 선택할까.

정치권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망명설을 언급한 사람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이다. 남 전 장관은 지난달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현명하게 물러나는 것은 하야 후 망명을 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에 회부돼 피고석에 앉히고 판결하고 그런 절차를 거치면 우리가 부끄러워진다. 해외 도피 재산도 있을 테니 망명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나라 뜨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천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회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탄핵, 어떻게 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어제 어떤 분이 제게 전화를 해서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절대 가선 안 된다’”고 했다“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 외국에 나가면 나라 망신시킬 일만 있다“고 응대했다”고 밝혔다.

천 전 대표는 “그러자 그분은 ‘아마 박 대통령이 출국하면 안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 당이 며칠 전(박 대통령의) 출국금지 당론을 정했지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다”며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광주서 열린 기자간담회서도 “박 대통령은 사퇴 순간 구속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자진 사퇴는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망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과 천 전 대표 모두 같은 망명설을 언급했지만 정반대 입장이다. 남 전 장관은 ‘더이상 국민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망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천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망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피해 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 사법처리 수위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윤 의장은 “기밀누설, 뇌물죄, 직권남용, 강요죄, 기밀누설 총량은 무기징역이고 유기징역을 선택해도 45년”이라며 “법률가에게 자문을 구해 하한으로 감안해도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야하고? 일부 의원 가능성 언급
가면 어디로…이승만처럼 하와이로?

현재 검찰은 공소장 주요 범죄 사실에 대통령을 공모혐의의 피의자로 규정했다. 헌법상 불기소 특권을 가진 박 대통령이 당장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상태로 기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야’ 혹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순간 박 대통령은 구속 및 기소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검찰은 박 대통령의 일부 혐의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특정 시기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호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소를 미룬다는 의미다. 검찰이 기소를 중지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우여곡절 끝에 채운다고 해도 법망을 피해가기는 어렵게 됐다.
 

이렇듯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망명’이라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앞서 천 전 대표의 망명 주장 이후 김용태 의원(무소속)은 친박 내부서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친박에 대해 “국민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이제라도 물러나면 이승만식 해법이니 헌법조항인 사면을 나라와 국민 위하는 길이라고 목에 힘주고 얘기들 한다”며 말해 여당 내부서 사면을 전제로 한 박 대통령 망명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는 “괜히 국민들 이름 들먹이며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것, 결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요동치는 정국
일본으로 간다?

정치권에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 시점이 ‘반 총장 띄우기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오는 21일, 늦어도 26일에는 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마치면서 연말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총장의 국내 정치 활동에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친박계가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반 총장을 본격적으로 띄워 내년 정권재창출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 총장 체제 하 정권재창출은 박 대통령의 안위와 직결된다. 현재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서 물러남과 동시에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반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반 총장이 박 대통령에 사면 등 ‘정치적 선물’을 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이 대표의 12월21일 사퇴 시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에 사퇴시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이달 19∼20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한국과 중국 정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의에는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다.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참석 의지가 강해 추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국내서 반발이 일었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도 박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견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고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지한 박 대통령이 일본 망명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군사협정을 맺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도 곱지 않다. 앞서 박 대통령은 페루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우리나라 주변 강대국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 외교무대에 ‘최순실 국정 농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계 강대국이 모인 자리에 불참해 놓고 ‘한중일 정상회담’에 유독 애착을 보이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APEC정상회의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엄연히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기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달 1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반기문 밀고
사면 노린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가 탄핵을 의도적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오는 9일을 ‘탄핵 디데이’로 정한 상태다. 비박계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심을 타고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중도 자진사퇴에 방점을 찍고, 전적으로 국회에 공을 넘겼다. 이에 비박계는 동요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 담화 이후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긴급회동을 가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임이 결정될 경우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오는 9일 탄핵에 동참키로 한 비박계가 대통령 담화 이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처럼 비박계가 탄핵과 거리두기가 이어지면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이 계획대로 될 공산이 크다. 다만, 탄핵안이 9일 국회를 통화하면 박 대통령 일본 방문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탄핵안 통과와 동시에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흐름을 놓고 보면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국회에 공을 넘김으로써 탄핵바람에 분열을 조장했고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가능성도 커졌다.

질질 시간 끄는 이유가?
혹시 사법처리 피하려고?

이처럼 궁지에 내몰린 박 대통령의 망명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에선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 망명 당시 상황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대를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4대 대선인 1960년에 3·15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이는 4·19혁명을 촉발했다.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시위를 잠재우려 했지만 결국 일주일 뒤인 4월26일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났다. 하야 이후 1달여 뒤 하와이로 망명하면서 대통령 시절 저질렀던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 처리를 피했다.

박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민심이 들고 일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제1야당 수장인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언급키도 했다. 이처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조기 퇴진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서는 망명만이 유일한 출구전략인 셈이다.
 

이밖에 외국 사례서도 부패 스캔들 이후 망명 절차를 밟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계 페루인인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은 1990∼2000년까지 페루를 장기 통치해오다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는 사법처리를 두려워한 나머지 일본으로 도피해 사실상 망명생활을 해오다 지난 2007년 본국으로 강제 송환돼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박 대통령 망명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일본 망명’ 외에 추가적으로 망명을 고려해볼 만한 몇몇 나라들이 거론된다. 우선 중국이다. 박근혜정부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등 ‘친중 행보’를 선보였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망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삿짐 싸나
외국선 흔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망명도 거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미국 망명을 선택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높아질 우려를 들어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밖에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경우도 부패에 대한 처벌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망명이 허가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