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잡는 매’ 정운찬 나오면 손학규도 나온다?

손학규-정운찬 ‘분당대첩’ 시나리오 막전막후





출마의사 없는 인사들 여론조사 1·2위 ‘기묘한 형국’
정운찬 ‘생각해본 적 없다’ 손학규  ‘강원도에 올인’

4·27 재보선을 47일 앞둔 지난 3월 11~12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RDD(Ran
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실시한 ‘분당을’ 여론조사 결과 정운찬 전 총리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정운찬, 민주당 손학규 두 명의 후보만 출마할 경우 내일이 투표일이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6.0%가 정운찬 후보를, 43.5%는 손학규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4·27 재보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15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했고 민주당도 예비후보 등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력 인사들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나라당 측 인사는 총 6명이다. 강재섭 전 대표, 박계동 전 의원, 김기홍 변호사, 장석일(의사), 박명희(약사), 한창구 전 분당구청장 등이다. 민주당은 김병욱 지역위원장, 김종우 분당고향만들기모임 회장 등이 예비후보로 일찌감치 등록을 마친 상태다.

출마 안 한다는데 여론조사는 1, 2위

그러나 공교롭게도 각종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인사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강재섭 전 대표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여론조사 대상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숨어있는 거물급 인사들 때문이다.

그러나 분당을 지역 예비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16일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는 말보다 더 부정적인 말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분당을 출마 논의가 있었다”면서 “내일 무슨 일이 생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이야기 안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정치적인 행동을 할 정도로 정치적이지 못하다”면서 “나는 한 번도 출마 타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적 없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제주도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위원회 활동만으로도 바쁘다고 분명히 이야기 했다”라고 불출마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정 전 총리는 지난 15일 마감한 한나라당 분당을 후보 신청 접수를 하지 않았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여권 내 최적 후보’ 경선을 거부한 형국이다.

하지만 여권 내 분위기는 정 전 총리와 ‘온도차’가 나는 실정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위시한 친이계 주류 측은 정 전 총리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친이 주류 입장에서 ‘정운찬 카드’는 그 쓰임새가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정 전 총리가 원내로 진입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간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당 내 친이계 수도권 주자들로는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2004년 탄핵 정국 당시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16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친이 주류 측 ‘오매불망’ 정운찬 카드

그러나 내년에는 10석도 어렵다는 것이 현재 분위기다. 영남 출신의 안상수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수도권 정서에 잘 맞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꺼져가는 ‘개헌’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한 친이계 의원은 “정 전 총리가 출마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꺾으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살려야 된다’는 분위기에 편승한다면 우리가 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제1야당 대표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현재로서는 분당을 지역 출마에 ‘적극적인 검토’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강원도로 내려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손 대표는 이달 들어 2일 춘천, 10일 홍천, 15일 강릉, 17일 원주 등 강원도를 네 차례 방문한 바 있다. 지난해 여의도 복귀 전 춘천에서 2년여간 칩거했던 손 대표는 강원도를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이광재 전 지사가 당선됐던 6·2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 번 뒷심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손 대표의 ‘조기’ 강원행이 잦을수록 오히려 선거 후반부에는 분당을에 전격 출마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아울러 감지되고 있다. 분당을 출마 문제를 둘러싸고 손 대표의 ‘알 듯 말 듯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그 진의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손 대표는 분당을 지역 출마 문제와 관련해 “무한책임을 지겠다” “당의 승리를 위한 자세로 임하겠다”라며 출마 쪽에 기운 것으로 해석되는 언급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지만 그때마다 측근들은 “달라진 게 없다”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의 ‘나올 듯 말 듯한’ 태도를 두고 선거판의 균형을 잡기 위한 ‘시소게임’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 내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의 불씨를 살려둠으로써 분당 선거의 중심이 한나라당 쪽으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손 대표, 애매한 화법으로 출마 속내 숨겨

손 대표가 분당을 출마를 망설이는 이유는 2가지다. 취약 지역 선거인 분당을에 출마해 패했을 경우 얻게 되는 정치적 타격과, 분당 ‘올인’으로 인해 다른 지역, 예컨대 강원도·김해·순천 지역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의 출마에 따른 손익계산은 분당 ‘승패’에 따라 갈리게 된다. 선거에 승리할 경우 야권 대표주자 및 수도권 대표주자로의 입지를 강하게 다질 수 있게 된다. 현재 유력 대권 후보군의 예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인데, 이 또한 단숨에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선거에 패했을 경우 ‘경기도 대표주자’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으나 ‘손학규 동정론’ ‘아름다운 희생’과 같은 ‘패했지만 이기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손 대표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론조사 등의 주변 여건은 ‘분당 출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자 선출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이낙연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손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니 손 대표도 가능성을 완전히 닫고 있지는 않겠죠”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과연 양당의 사활은 물론 자신들의 향후 정치적 명운을 건 두 거물의 ‘본당대첩’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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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