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덕보는 기업들

매장될 뻔 했는데…그녀가 꺼내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검찰 수사력과 여론이 집중되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최순실 덕에 남몰래 웃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현 KDB산업은행)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수사의 강도가 더해지는 모습이었다.

[대우조선해양]
[김새는 수사 ]

하지만 9월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력이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초반 검찰의 수사 의지는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수환 게이트를 터뜨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모양새였지만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된다.

박수환 게이트는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서 당시 홍보대행업무를 맡았던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석연찮은 행적에 초점을 맞추면서 터졌다. 특히 박씨와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까지 수사력을 확대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력은 최순실 이슈가 불거지면서 약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검찰이 배에 힘주고 밀어붙이고 있는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9월말 법원이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 동력이 약해졌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선 최순실 게이트로 여론의 관심을 피해가며 검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해가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구조조정 칼날마저도 피해가는 양상이다.

위기의 대기업 기사회생
국민들의 지탄 받다 잠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달전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출자전환을 통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뿐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정태옥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정무위의 산업은행 혁신안 및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현안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는 자산매각과 관리직 인력감축, 협력업체의 구조조정에 그치는 수준”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의 과감한 구조조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어렵게 본 <매킨지 보고서>가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 동의 없이는 추가적인 현금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일단 정지]

효성도 ‘논란의 문’이 열리기 전 최순실 파문으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효성은 그동안 ‘형제의 난’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효성 조석래 회장의 3형제는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차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 의견이 맞지 않아 아버지 조 회장과 형 조현준 사장 등을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6월 조 회장과 조 사장을 횡령·배임 등 기업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진 것이다.

사건은 현재까지 치열하게 진행되는 양상이었다. 그결과 국세청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조석래 회장이 수천억원대 횡령·배임과 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1심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인자금 유용이 드러난 조현문 사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심 재판을 치르는 중이다.

그러나 형제의 난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진정되는 기미다. 조 전 부사장의 지근거리서 법률 자문을 맡는 등 법률적 지원 사격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 조 전 부사장의 힘이 크게 빠지고 있는 것.

현재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각종 이권 개입에 연루됐는지 검찰 조사가 한창이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과 우 전 수석 사이에 수상한 흐름이 파악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의 ‘형제의 난’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예상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 수사]
[동력 상실]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묻히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사장 사이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설까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를 만들어 낸 것.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지난 6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4개월동안 검찰은 롯데그룹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롯데수사 성과는 외견상 화려했다. 신격호·신동빈·신동주 등 오너일가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총수일가 범죄금액도 3755억원에 이를 만큼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초 핵심 의혹인 오너일가 비자금, 제2롯데월드·롯데홈쇼핑 인·허가 관련 비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미 다른 건으로 기소됐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수사력에 한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로 인해 여론의 관심마저 차갑게 식어 롯데로서는 재판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줄어든 모습이다. 실제 지난 15일, 롯데그룹 비리 관련 재판이 열렸지만 각 언론의 ‘헤드라인’ 자리는 최순실 관련 기사에 내줬다.


[네이처리퍼블릭 ]
[오너리스크 해소]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오너리스크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불법 도박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정운호 전 대표가 변호사 폭행 스캔들에까지 휘말리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대표직을 맡고 있던 정운호 전 대표는 스캔들로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대표자리까지 김창호 현 대표에게 넘기면서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었지만 상황 타개가 쉽지 않았다.

당시 실적이 이를 반영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반기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63억원에 당기순이익을 시현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1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오너리스크가 더욱 두드러진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5억원으로 무려 76.4%나 감소했다.
 

2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37억원,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1분기 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고, 2분기에는 645억원으로 10.9%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너리스크가 확대되자 당시 추진 중이던 기업공개(IPO)를 현재까지도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부터
오너 리스크까지 한방정리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주요 관심사가 네이처리퍼블릭서 청와대로 옮겨갔다. 또한 여론의 부정적인 관심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 불필요한 관심이 제기돼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이 악재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 전 대표의 지분 매각설은 6월경부터 구체화돼 업계에 돌고 있으며, 추락한 실적을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
[슬그머니 위기탈출]

한미약품은 지난 9월말 늑장공시를 통한 편취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목이 집중됐지만 역시나 최순실 게이트 덕분에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베링거잉겔하임 기술이전 계약 해지 관련 정보를 일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유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공매도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도 한미약품 논란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었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사건 발생 초기에 강력한 의지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범행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패스트트랙(조기 사건 이첩) 제도를 통해 사건을 지난달 13일, 검찰로 이첩했다.

그러나 최순실 파문으로 한미약품 수사가 국민들의 관심서 멀어지면서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서조차도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던 한미약품 직원이 실종되면서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31일, 김모씨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뒤 실종된 것.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에 힘이 빠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인데, 한미약품으로서는 한시름 놓은 셈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력이 더욱 집중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검찰의 수사력이 최순실 게이트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대비가 편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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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