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권공조를 깨고 단독 영수회담을 기획했지만 당내 극심한 반발을 야기했다. 소통부재라는 비판도 한귀로 듣고 흘리긴 어렵게 됐다. <일요시사>는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은 추미애 대표 최근 행보를 되짚어봤다.
지난 15일 오후3시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다. 영수회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추 대표가 오전 6시30분께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양자회담을 제의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다.
갈팡질팡
영수회담 성사 직후 추 대표는 당내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4시간이 넘는 릴레이 긴급 의원총회에선 추 대표의 독단적 영수회담 결정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총희 직후 추 대표는 “의원총회서 당론으로 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총의가 모아졌다”며 “의원총회의 뜻을 존중해 영수회담은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수회담 제의를 불과 14시간 만에 번복하면서 추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 표명도 없고 민심도 읽지 못해 제1야당 대표로서 민심을 전달코자 영수회담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을 피하기에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더민주 강창일 의원은 추 대표에 대해 “카드를 잘못 썼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반대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만난 격”이라며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인지 목적이 불분명하다. 가서 악수하려고? 신문에 크게 나려고? 돌출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추 대표를 비난했다.
이처럼 당내 의원들뿐만 아니라 함께 야권 공조를 약속했던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추 대표의 판단에 실망감을 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회담을 제안한 추미애 대표나 덜컥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두 분 다 똑같다”면서 “두 분은 11월12일 촛불 민심을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다른 야당에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단독회담을 추진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영수회담이 철회되자 정치권의 폭풍공세가 시작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정 수습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꼬았고 이정현 대표는 “제1야당이 제안해 청와대가 수용한 것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말해 각을 세웠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해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제1야당을 이끄는 추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100만 촛불 민심을 전달해서 최후통첩을 하고자 의욕을 가지고 하셨는데 야권과 상의하지 않고 한 것이 실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두환 예방 이어 또 철회…정치권 폭풍공세
야권 공조 깨질 뻔…친문-비주류 계파갈등↑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서 “추 대표가 잇따른 실책으로 당대표로서 리더십이 어렵게 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며 “추 대표가 한번 더 실책을 범한다면 국민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대표의 돌발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추 대표는 더민주 대표로 취임 직후 갑작스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었다. 당시 추 대표의 전 전 대통령 방문은 당내 의견 조율이 없었던 이번 박 대통령 회담 과정처럼 당내 집단 반발에 시달렸다.
당시 논란이 일자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월8일 “추 대표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회의서 “국민통합을 위한 예방”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모두 전원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더민주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헌정찬탈, 내란목적 살인범을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키도 했다.
이처럼 추 대표의 불통 리더십이 계파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앞서 추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8·27전대서 당권을 쥐었다. 친문계의 후방지원을 받고 있는 추 대표의 행보에 비주류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비주류 측은 문재인 전 대표와의 사전교감설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민주 강창일 의원은 영수회담 영수회담철회로 결정 지은 의원총회 직후 전해철, 홍영표 등 친문 인사들이 영수회담 철회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친문 라인 의원 몇몇이 잔머리를 굴려서 작품을 만들어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주류 측에선 현재도 친문계인 추 대표가 불통정치를 하고 있는데 과연 내년 대선경선 과정서 공정함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리더십 상처
최근 추 대표의 갈지자 행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추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런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이 또 다시 나타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오락가락하면 국민 입장에선 정치권 전반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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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추미애 막후 권력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추진 및 철회에 대해 “추미애의 최순실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추 대표가 중간에 한 사람을 두고 며칠간 (영수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추미애의 최순실”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언급한 추 대표의 비선실세로 더민주 김민석 특보단장을 꼽았다. 김 단장과 같은 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밑에서 영수회담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단장은 “어떤 사람이 현재 민주당 비선실세인지 저도 궁금하다”며 “또 정치를 오래한 박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써서 특정인을 키우려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김 단장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은 “저는 김민석 특보 단장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왜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며 “그분은 그냥 특보단장을 잘하라고 하세요”라며 김 단장의 사과요구를 일축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