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BBK 퇴임 프로젝트’ 전모

정권 바뀌면 터질라…미리 치고 빠져라?

‘창’ 들었던 에리카 김, ‘방패’ 김재수, 의혹의 키 쥔 한상률
MB 대선 아킬레스건 관련 인물 줄줄이 귀국, 검찰 조사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했던 사건들이 깨어나고 있다. 대선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도곡동 땅과 BBK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이 귀국한 데 이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해외대책팀장으로 BBK 의혹 방어를 담당했던 김재수 전 미국 LA 총영사까지 귀국길에 오른 것. 이에 정치권에서도 관련 의혹들이 하나 둘 눈뜨고 있다.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이 하루의 차를 두고 귀국길에 오른 데 이어 김재수 전 미국 LA 총영사도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중 핵심 키는 한 전 청장이 쥐고 있다. 그는 그림 로비와 연임 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 남용 등에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사 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하고, 2008년 12월에는 경북 포항에서 정권 유력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 등 ‘연임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의혹도 있다.

돌아온 주인공들, 사건 퍼즐 맞추기 시작


하지만 한 전 청장은 ‘한상률 게이트’로 불리는 권력형 게이트의 핵심 고리였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 지난 2009년 1월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국세청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얼마 후에는 연구를 이유로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언제든지 귀국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언제’라는 말에는 말을 흐렸다. 결국 한 전 청장은 출국 1년11개월 만인 지난달 24일 전격 귀국했다.

한 전 청장은 귀국 이유에 대해 “출국 당시 2년 일정으로 방미했고 예정됐던 공부가 끝나서 들어온 것”이라 말했지만, 2009년 당시 기자회견에서 “5년 예정으로 유학을 왔다”고 말한 바 있어 ‘진짜 귀국 배경’은 아직까지 안개 속에 싸여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법무부가 처음에 ‘언제든지 귀국시킬 수 있다’고 말한 대로 이제 귀국시킬 형편이 됐으니까 정부가 귀국시킨 것 아니냐”며 학동마을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형기를 마치고 나온 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재판도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정황을 봤을 때) ‘전군표, 박연차 사건이 사실상 종료되고 형기를 마쳐 가니까 귀국을 했다, 그리고 형님에게 인사 로비를 한 것은 입을 맞췄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귀국 후 행보도 ‘기획 귀국’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귀국 직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정치권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25일 BBK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돌연 귀국했다.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고 다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처벌을 받을 것이 명백하다면 이 시점에 귀국했을 리는 없다. 입국한 바로 다음 날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검찰과 사전 조율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의혹을 드러냈다.


그는 또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돌연한 귀국이 과연 우연일까”라며 “왜 두 사람의 조사가 지금 이 시점에 동시에 이루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 날 “전에는 그렇게 귀국을 종용해도 들어오지 않던 사람들이 요즘은 잘도 들어온다”면서 “‘힘 있을 때 털고 가자’는 정권 마무리 작업으로 어차피 터질 것을 막아보려고 하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시선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이가 귀국을 종용했다”는 것보다는 이 대통령의 퇴임 준비로 기울고 있다.

흔들리는 진실‘진짜’ 노림수 무엇?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통상 퇴임 1년 전부터 벌려 놓았던 일을 하나 둘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하산 준비가 바로 주변을 깨끗이 치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살아있는 권력이었을 때 미처 치우지 못한, 지우지 못한 의혹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며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연착륙을 준비한다면 ‘대통령 잔혹사’를 되풀이할 만한 사안에 먼저 손을 뻗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BBK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얽힌 사안들을 단번에 풀어내려 했다는 것.

야권 한 인사도 “한 전 국세청장은 이명박 정권의 운명을 쥔 시한폭탄”이라며 “한 전 청장이 어떻게 입을 여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과 형님에게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가 일각에서는 정권 4년 차로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권의 지뢰를 미리 제거하기 위한 정략적 계획이 가동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의혹을 키우는 데는 검찰 조사도 한몫하고 있다.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귀국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검찰은 이들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한 전 청장의 자택과 서미갤러리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이 귀국한 지 7일 만에 이뤄진 압수 수색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에리카 김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질적 소유주임을 증명하는 이면계약서를 갖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사람이 3년 만에 말을 바꾼 것.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 전 청장과 에리카 김의 연이은 귀국과 검찰 조사에 대해 “우연이 아니라 우연의 극치”라며 “권력기관이 만들어 낸 극치”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아닌 게 아니라 3년 전에는 BBK가 이 대통령의 소유였고 옵셔널 벤처스 주가 조작에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당당하게 발표했던 에리카 김이 이제 검찰에 와서 허위라고 했다고 한다. 3년 전 사실이 어떻게 해서 허위로 둔갑할 수 있는지, 허위라고 한다면 왜 검찰은 3년 전에 에리카 김을 기소중지 했었던 것인지. 또 300여억원을 공금횡령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것은 새로운 수사를 시작한다는 자세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한폭탄 째깍째깍…거짓말쟁이를 찾아라!

검찰은 그러나 에리카 김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시인했지만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인 5개월이 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한 인사는 이와 관련, “한 전 청장의 귀국이 기획 입국이라는 의혹이 짙었던 데다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됨에 따라 ‘기획 수사설’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탄’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가 민주당 회유로 ‘기획 입국’했다는 김씨 수감 동료의 편지가 이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의 개입 하에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당시 이 편지는 대선 직전 BBK 의혹의 불길을 잠재우는 데 쓰였으나 검찰은 이듬해 6월 “김경준 입국에 정치권이 개입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씨의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가 신씨가 아닌 자신이 편지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신명씨는 지난 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형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는 사실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편지 조작을 제안한 것은) MB 가족이다. 직접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중간에 두 사람이 더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이 핵심 A의원과 현직 고위 관료 B씨가 기획 입국설 유포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 맞지만, 내가 얘기할 입장은 못 된다”며 “대통령 임기가 2년이 아니고 1년만 남았어도 지금 청문회 하는 데 가서 떠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작할 땐 밝았는데 내려갈 때는 깜깜한 밤


청와대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리카 김 등 BBK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청와대에서 중간에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10일 박영선 의원을 반장으로 하는 ‘BBK 김경준 검찰수사대책반’을 구성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검찰에서도 이 편지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수사를 종결시킨 것”이라며 “민주당은 BBK 김경준·에리카 김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가, 또 이 가짜 편지 사건은 무엇인가를 규명키 위해 ‘BBK 김경준 검찰수사대책반’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BBK를 둘러싼 의혹이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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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