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한나라당 대변인 배은희 의원

“이공계 출신 스스로 공직에 적극 진출해야”

기업 99%는 중소기업이지만 국회의원은 10% 안돼
소상공인들 어려움 극복에 미력이나마 돕고자 노력

“대변인에 선임됐을 때 목표로 한 것이 있습니다. 대변인 활동을 통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사나 정치인들만의 게임도 지양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대변인은 국민에게 말하고 시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최대한 ‘국민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정도에 어긋나고 올바른 법 집행을 위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추궁했지만 그런 경우에도 말로 상처 입는 경우는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잘 하고 있나요?”

지난 9일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을 만났다.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 사회를 보고 막 도착해 보좌관들의 보고를 받고 난 직후 인터뷰가 이뤄졌다. 특이한 점은 배 의원이 보좌관들의 보고를 벽에 걸려있는 ‘보드’와 커다란 LCD 액정 화면을 통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명실상부’ 이공계 대표 주자다운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나라당의 유일한 이공계 출신 대변인인데.
▲ 학부에서 미생물학(서울대)을 전공했고, 이학박사 학위(뉴욕 주립대)를 소지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선임연구원, 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 출신으로 단순히 이공계 학과를 나왔다는 수준을 넘어 정말 이공계 잔뼈가 제대로 굵은 셈이다. 국회의원 정수가 299명인데 이공계 국회의원은 28명이고 그나마 순수 기초과학이라 할 수 있는 분야로 한정하면 16명에 불과하다. 1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 이공계 출신 인재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공직에 진출해야 된다고 본다.

-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할 복안은.
▲ 자동차, 조선, 그리고 최근의 IT(정보통신 기술), BT(생명공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이공계 분야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성장 동력이 최근 점차 고갈돼 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 때문에 그렇다. 이공계로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국가가 이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자리도 하나의 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국회의원은 물론 행정부 고위 공무원까지 8:2 수준으로 인문계 일색이다. 인문계 편중 현상의 대안으로 현재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에 이공계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안을 추진 중이다.

- ‘중소기업의 대변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 중소기업 지원책이 열악한 실정이었기 때문에 정치권에 직접 들어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데 중소기업 출신 국회의원은 10%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정책이 나오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R&D, 마케팅, 자금 등을 입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원내에 들어와 벤처 창업, 중소기업 분리 발주 등 중소기원 지원법을 다각도로 추진해 왔고 정부 출연 연구 기관, 대학 등과 중소기업을 연계해 원천 기술 취득을 돕고자 했으며 정부 기관을 통해 자금지원을 대폭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 일명 ‘배은희 안전 3종 세트법’을 발의했는데 내용을 소개해 달라.
▲ 아이들과 여성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폭력 예방법, 학교폭력 예방법, 동물보호법’ 3개 법안이 바로 안전 3종 세트법이다. 기존 아동 성범죄자에게만 가능했던 신상 공개를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게도 확대한 것이 성폭력 예방법이다. 최근 미성년 성폭행범 중 상당수가 과거 성인 대상 범죄 전례가 있어 성폭력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동물 학대는 인간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강호순 사건의 경우처럼 동물 학대와 인간 범죄에 대한 연관성은 경험적, 이론적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많은 국민들께서도 이런 취지에 많이 공감하시고 성원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잘 활용하는 의원이라고 들었다.
▲ 소통을 중시하다 보니 트위터나 블로그에 틈날 때마다 들어가 정책이나 법안, 논평 등에 대한 의견을 담아내기도 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주로 스마트폰, 갤럭시 탭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의견을 듣고 있어 ‘얼리 어답터’라는 평도 듣는다.
- 의정 활동 중에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 국회의원 최초로 소상공인 단체에게 감사패를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에 진출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막는 법을 발의해 통과됐다.
또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연구단체 ‘선진정치경제포럼’이 3년 연속 우수 단체로 뽑혔고, 법률안 발의와 통과 건수가 가장 우수한 의원으로 선정됐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도 다시금 해본다.

- 얼마 전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여성 국회의원으로 고언을 한다면.
▲ 여성 정치인은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민주성, 도덕성 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조금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 이후 정치가 삶의 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고 봤을 때 실제적이고 섬세한 정책 설계에 여성의 장점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본다. 최근 여성의 지위와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아직도 유리천장은 존재하고 사회 환경에 개선될 부분이 있다. 슈퍼맘이 아닌 평범한 여성도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여성들도 능력을 키워 스스로 ‘인재’가 되려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다면 반드시 본인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 보좌진이 뽑은 ‘같이 일하고 싶은 의원’으로 선정되었는데?
▲ 어떤 상보다 가치 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그와 같기를 바라며 그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 부드럽고 효율적인 조직,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 모든 경험 속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해가는 모험을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다양성과 문화의 차이는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처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적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보좌관은 나와 다소간 연령차가 있지만 폭넓은 관심사와 개성으로 내게 큰 교훈을 준다.

·1959년 생
·서울대 미생물학 학사
·뉴욕 주립대 세포분자생물학 박사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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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