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향후 웅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금 웅진 회장의 두 자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에 나선 혐의가 드러났다. 웅진일가의 ‘주식 먹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오너일가가 회사의 이미지를 구기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한 혐의로 웅진그룹 윤석금(70) 회장의 두 아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지난 4일, 윤 회장의 두 자녀웅진에버스카이 대표와 차남 윤새봄(37) 웅진씽크빅 대표이사, 웅진그룹 직원 1명을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부당이득 챙겼나
윤 회장의 두 아들은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실적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지난 1월15일부터 20일까지 4차례에 걸쳐 웅진씽크빅 지분 0.52%에 해당하는 주식 17만9765주를 각각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실적이 양호하다는 정보를 사전에 인지한 뒤 주가 상승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웅진씽크빅은 윤씨 등이 주식을 매수한 뒤 약 보름이 지난 2월1일 2015년 실적을 공시했다. 웅진씽크빅이 공시한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33억6999만원, 133억9917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1%, 28.8% 증가했다.
윤씨 등은 사들인 주식을 매도를 통해 현금화하지는 않았고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 등은 검찰 조사 과정서 웅진씽크빅 주식을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매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웅진씽크빅 주식을 분할 매수할 당시 주가는 1만900원∼1만1500원이었다.
웅진씽크빅 주가는 2월16일 1만59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보여 이날 종가 기준 9270원까지 떨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윤 회장의 두 아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윤씨 등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들의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주식을 샀을 때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내려가 오히려 손해를 봤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서 두 아들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구매한 것이고 이득을 본 것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윤석금 회장일가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편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이번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윤 회장의 부인이 주식을 매도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임원진까지 매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정현 웅진코웨이 상무는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인 2012년 9월26일 보유주식 4846주 가운데 4010주를 장내서 매각했다. 이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밝히기 전 보유주식의 82% 가량을 처분한 것이다.
윤석금 웅진 회장 두 아들 조사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당시 장내 매도가격은 주당 4만1931원으로 매각 대금은 1억6841만원에 달한다. 장내 매도 후 웅진코웨이 주가가 연일 하락해 현재 3만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45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피한 셈이다.
앞서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같은달 24일과 25일, 보유 중이던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를 전량 매각했다. 윤 회장의 친인척인 윤석희씨와 계열회사 임원인 우정민씨도 8월27일과 9월19일 사이 각각 웅진코에이 주식 1200주, 1만45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일각에선 그룹 내에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의 부당행위를 일제 점검토록 지시했다.
권 원장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서 계열사 차입금을 만기 전 조기 상환하거나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 처분 등 웅진 계열의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일제히 점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웅진은 사과를 해야 했다. 신광수 웅진 사장은 같은달 27일, 충무로 본사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금 웅진홀딩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가 주식을 매각한 것은 법정관리와 관계가 없다”며 “미리 단속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조사는 무혐 처분이 됐지만 오너일가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특히 4년만에 오너일가의 주식 먹튀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 A씨는 “당시 회사의 위기 앞에서 오너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위기 회피하는 모습에 실망한 투자자가 많다”며 “웅진의 가치를 오너일가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는?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한 차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편취 의혹이 있었던 만큼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향후 이미지 쇄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