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미국 접수한 트럼프

‘트럼프 공포’ 한반도 큰일 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박사들, 해외 유력 언론들은 힐러리가 맡아놓은 자리를 찾아가듯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다운 승리였다. ‘정치계의 풍운아’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트럼프는 미국 정치권에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였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지난 8일(현지시각)까지만 해도 20%에 불과했다. 미국 언론과 예측기관은 대선일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수직 상승했다.

경합주 독식
대이변 연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서 힐러리를 앞서나간 게 대이변의 전주곡이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텃밭서 착실히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경합주에서 힐러리를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다 플로리다서 최종 승리하고 오하이오까지 손에 넣으면서 당선 가능성이 치솟았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67명이 걸린 3대 경합주로 꼽힌다. 1960년 이후 이 3개 주 중 2곳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서까지 이기면서 3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여유 있게 넘어섰다. 트럼프는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에 뒤졌지만 승자 독식제인 미국 대선 방식 결과에 따라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 방식은 유권자가 뽑은 각 주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주별 선거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제도는 개인이 아니라 각 주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연방제 전통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뉴욕 힐튼호텔서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먼저 상대였던 힐러리를 언급했다. 그는 “조금 전 힐러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클린턴 후보는 나를 비롯해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클린턴은 오랫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이어 “지금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다”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제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미국인을 향해서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대로 “미국을 재건하고 모든 미국인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세계와 협력하겠다.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 깨고 아웃사이더 백악관 입성
당선 직후 일단 전 세계에 안심 메시지

힐러리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서 선거 결과 관련 입장을 내고 패배를 시인했다.

힐러리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고통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 앞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은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확실성 공포가 치솟으면서 증시가 흔들린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시아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개표 시간이 개장 시간과 겹치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5% 떨어진 1958.38, 코스닥 지수는 3.92% 내린 599.74로 마감됐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6% 하락했다. 힐러리의 승리가 예상되던 초반에는 상승 출발했지만 판세가 기울자 장중 최대 6.17%까지 폭락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공포에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치솟았다.

불확실성 공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그 덕에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다시 반등, 1.4% 상승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초반에 출렁이다 상승세로 장이 끝났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한미관계, 경제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미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발송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45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와도 한미 동맹 관계의 심화·발전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보호무역

정부는 지난 10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요동친 금융시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정책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3%가 트럼프 당선이 ‘대북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경제(26.7%) 외교(18.1%) 정치(5.2%) 순이었다.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트럼프 당선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서 외교·안보를 이끌어갈 인물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북 정책의 궤를 같이 해온 힐러리와는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명확하지도 않고 셈법 자체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고심 중
모든 분야 흔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중요시 해왔다. 이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의 성향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로 분류된다. 그는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라’로 요약되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민주주의 확산 등을 위해 세계경찰을 자청해왔던 이전의 미국의 안보 노선과 완전히 달라 주변국들은 이를 고심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선 방위비 분담금 문제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 간 산적해 있는 안보 현안 모두 불명확한 상황에 빠졌다. 그 중 안보 비용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14년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9400여억원이다. 이는 주한미국 유지비용의 5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서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한 바 있다.


국내 안보·경제·외교 ‘휘청’
주한미군·한미 FTA 어떻게 되나

분담금 협정 만료 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협상서 미국이 전액 부담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증액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 감축 및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안보 비용과 주한미군을 연계해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경제 공약의 핵심은 보호무역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높여 미국 제조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서 거론되는 게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다. 지난 8월 디트로이트 연설서 “클린턴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는 한미FTA를 지지한다”며 “나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창출하는 협정을 원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미FTA 재협상론과 한국 산업에 대한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한미FTA 재협상으로 관세 양허가 중단되면 2017∼2021년 향후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자리는 24만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 양허란 국가간 관세, 무역 등에 관한 협상에서 협상 당사국이 특정 품목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한경연은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순으로 손실이 클 것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기에 실제 대통령이 되면 워싱턴 관료나 싱크탱크 등에 의존, 기존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끝까지 함께?
미군 철수하나

일단 트럼프는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럼프와 10여분간의 전화통화서 “한미동맹 관계는 아태지역 평화 번영의 초석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맹 관계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의 과거
막말에 성추문…트러블 메이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야말로 미국 내 팽배했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중견 부동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통령의 야망을 키워오던 트럼프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다 번복하기를 수차례, 그 사이 당적도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을 거쳐 다시 공화당원으로 정착했다.

정치 경력 전무한 부동산 재벌
그가 통치하는 미국은 앞으로?

지난해 6월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백악관 입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반이민자 정책 등을 강하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어필하면서 보수 백인층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받았고, 대선 투표 직전에는 성폭행 시도 경험 등이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세 의혹도 명확히 해명된 것이 아니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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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