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떠난 박세리 ‘과거와 미래’

그녀의 골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은퇴했다. 지난달 13일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직후 팬들과 함께하는 ‘열린 은퇴식’을 거행했다.

살아있는 전설에 찬사 쏟아져
통산상금 1000만달러 넘어서
아시아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

박세리는 지난 7월 US여자오픈 이후 해외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였지만 공식 은퇴 무대는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선택했다. 박세리는 ‘한국 골프 역사의 개척자’다. 중·고교 시절 이미 국내 아마와 프로 무대를 평정한 그는 1998년 LPGA 무대에 뛰어든 뒤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수확했다.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넘어선 한국인 최초의 프로골퍼로 기록된 그는 2007년에 아시아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 세계 여자골프계의 산 역사로 올라섰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샷’ 투혼은 외환위기로 시름에 잠겨 있던 많은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후 수많은 ‘세리 키즈’가 생겨났고 이들이 진출한 LPGA투어는 ‘K골프의 독무대’가 될 정도로 그가 후배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컸다. 그 중 한 명인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슬램(커리어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은 박세리였다. 그는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후배들이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며 “나보다 후배들이 더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IMF 잊게 했던
LPGA 명장면
 

은퇴 후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세리는 “한국 선수들의 훈련 여건은 역설적으로 후배들을 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은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후배들이 해외 무대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세리는 “후배들이 은퇴 이후 인생에 대해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틈틈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휴식과 재충전이 연습량과 맞물릴 때 더 좋은 성과가 따라오고, 더 많은 기간 투어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세리는 원래 육상 선수였다.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기 전 소년체전에서 단거리, 중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튼튼한 하체를 다진 그는 골프에 입문하자마자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대전 갈마중 3학년 때인 1992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라일앤드스콧여자오픈을 제패, ‘천재의 등장’을 알렸다. 프로 무대에 뛰어든 1996년에는 12개 대회에서 4승을 쓸어 담아 상금왕에 올랐다.

박세리대회서
떠난 박세리

1997년 LPGA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박세리의 파란은 LPGA에서도 이어졌다. 1998년 5월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 7월 US여자오픈 등 2개 메이저 대회를 잇달아 제패했다. LPGA투어에서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선수는 박세리로 당시최초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선수 이름을 내건 대회가 있다. 지난 9월30일부터 사흘간 경기 여주 솔모로CC에서 열렸던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이다. 이 대회는 KLPGA투어의 대표적인 자선 대회로도 유명하다.

대회 기간 중 15번 홀(파 4)에서 선수들이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에 조성된 ‘OK-PAY존’에 들어가면 대회 주최사가 장학기금 300만원을 낸다. 또 선수들은 상금의 10%를 기부한다. 이렇게 조성된 장학 기금은 배정장학재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골퍼들에게 전달된다. 배정장학재단은 지난해부터 중고생을 대상으로 ‘세리키즈 장학생’을 선발, 프로선수가 될 때까지 장학금과 훈련비 등으로 1인당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해마다 대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20여명의 ‘행복 나눔 스포츠 장학생’을 뽑아 프로골퍼를 향한 꿈을 키워주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그동안 골프 대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캐디빕에는 이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감사와 응원 글귀가 적혀 있었다. 캐디빕은 기본적으로 선수 이름과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 기업의 명칭이나 로고가 적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출전 선수들이 각자 캐디빕에 대선배 박세리에 대한 감사글을 적어 넣은 것이다.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박세리는 1번홀부터 눈물을 흘렸고 18번홀의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걸어올 때는 내내 울었다. 18번홀 그린에서 열린 은퇴식을 끝으로 지난 25년간의 골프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식장은 눈물바다였다. 박세리는 본인은 물론이고 ‘영원한 스승’이자 아버지 박준철 씨, 그리고 ‘세리 키즈’의 후배와 팬들까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박세리는 “너무 감동적이다. 세계 어느 골프대회에서 이 같은 캐디빕을 볼 수 있겠는가. 후배들의 정성에 내가 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감격했다. 박세리는 특히 “아빠와 긴 포옹을 하면서 아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심장 같은 분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과 똑같이 울고 계셨다”며 “덕분에 내가 이렇게 잘 성장했고, 친구이자 애인 같은 역할을 해 줬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골프 알린
진정한 선구자


은퇴식에는 첫날 경기를 마친 후배 동료 선수들을 비롯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박인비(28·KB금융그룹), 야구선수 출신 선동렬(53)과 박찬호(43)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미 은퇴한 뒤 내년 2월 둘째 출산을 앞둔 박지은(37)도 참석했다.박세리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IMF 시절 온 국민에게 힘을 줬던 마지막 ‘전설’이 떠났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한국 스포츠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선구자였다.

이날 박세리의 은퇴식엔 많은 유명 선수들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세리가 은퇴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치고 왔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외환 금융위기를 겪던 90년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국민 스포츠 스타였다. 해외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소했던 시절 박찬호와 박세리는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과 함께 한국을 알렸다.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고 자란 다음 세대들은 선구자가 닦아 놓은 길을 더욱 넓히고 있는 중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는 추신수,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 류현진, 이대호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리그의 위상을 높이고 있고 LPGA서도 ‘박세리 키즈’들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는 “세리에게 ‘너와 난 나무다. 열매였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무가 자라서 열매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열매가 됐고 사람들이 취향에 걸맞게 즐기고 있다. 이제 그 열매들을 따 먹은 사람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박세리도 “아마 같은 시기였던 것 같다. 90년대는 한국 스포츠가 외국에 나가서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찬호씨와 저는 시도를 했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키워준 것 같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구자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단어 자체도 힘들고 부담스러운 자리다. 다행히 후배들이 있어서 제가 올라갈 수 있었고 박찬호씨도 마찬가지다”고 힘줘 말했다. 선구자들이 심은 풍성한 나무에서 달콤한 열매들이 열린 것이다.

업적 설명하는
명예의 전당

<골프닷컴>은 골프전문 기자들의 방담을 담아 골프계 주요 소식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코너를 싣는다. 최근호에서 복귀를 번복한 타이거 우즈 이야기 등과 더불어 공식 은퇴식을 한 박세리에 관한 분석도 했다. <SI>의 시니어 에디터 마크 고디치는 “크리스티나 김(미국 골프선수)은 박세리에 대해 ‘선수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그렇게 많은 영향을 끼친 선수는 남녀 통틀어 또 없었다’고 평가했다”며 타 매체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마이클 뱀버거는 “홀오브페이머(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선수)들의 홀오브페이머”라는 한마디로 박세리를 정의했다. 그는 “박세리는 가장 리드믹하고 파워풀한 스윙을 반복했던 선수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개리 반 시클은 “아놀드 파머가 미국 골프에 한 일을 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에 했다”고 평가했다. <SI>의 시니어 라이터 앨런 십넉은 “박세리는 여자 골프의 혁명이었다. 박세리의 은퇴식에서는 대회 중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선수들까지 한마음으로 축복을 보내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골프매거진의 시니어 에디터 조 파소브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그는 “2004년에 한국에서 나온 한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인들은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박세리의 플레이를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많은 걸 말해주는 데이터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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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