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제2의 노무현 프로젝트’ 막후<2> 예비후보군 탐색



이재오 고향 경북서 강원도로 고치고 광폭행보
광주 출신 정두언, 호남 인연 강조하며 애정공세
‘정통 영남’ 김문수, 영남+경기도 집토끼 잡을까

누가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까. 한나라당 일각에서 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인 영남과 +α할 수 있는 친이계 대선주자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영남 출신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친이계 유력 인사들이 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의 지지 기반에 개인적인 지지층까지 더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판세를 좌우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이들의 최근 행보와 영남 지지층과의 +α 가능성을 따져봤다.

‘박근혜 대항마’가 될 친이계 정치인은 누구일까.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 충청,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앞을 막아서기 위해서는 영남+α 의 지역적 지지 기반을 가진 인사를 집중적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정가 안팎에서 친이계 유력 주자로 평가받는 이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 원희룡 사무총장, 홍준표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이 있다. 또한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 조윤선 의원 등도 손에 꼽힌다.

영호남 잡은 박근혜, 더 큰 판 벌일 이는?

주호영 소장은 영남 출신에 영남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오세훈 시장, 나경원 최고위원, 조윤선 의원은 서울 출신으로 수도권을 주 활동 무대로 한다. 진수희·정병국 장관, 원희룡 사무총장, 정두언 최고위원은 각각 충청, 경기도, 제주, 광주 출신이지만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이 지역구다. 김문수 지사와 안상수 대표, 남경필 의원 등은 영남 출신이지만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최고위원도 지역구가 서울이다.

이처럼 친이계 유력 인사 대부분이 수도권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정치적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몇몇 이들만이 친이계 대표주자감으로 한손에 꼽히고 있다. ‘박근혜 대항마’가 되기 위한 시간은 1년여 남짓한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바탕’이 마련되지 않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적지 않은 친이계 인사들 중에서도 현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그동안 본적지인 경북 영양으로 표시돼 왔던 출생지를 ‘강원도 동해’로 바꿔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뀐 출생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 장관은 1945년 1월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났으나 1948년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내려와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출생지를 바꾼 후 강원도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1월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원도민회 2011년 정기총회 및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등 강원도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해시도 이 장관의 명예시민 선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묵호 출신인 데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현안 해결 및 시정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경북 영양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월15일 경북 영양의 한우 농가를 찾아 직접 소에 구제역 백신 주사를 놓은 것.

이 장관은 이날 영양군청 상황실에서 군청 관계자들로부터 지역 민원사항 등을 청취하면서 “고향이기 때문에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물었으니 이해해주기 바란다”라며 영양이 고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17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구경북시도민회 주최 신년 인사회에 참석, “한나라당 국회의원 중에서 서울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며 “은평구에서 4선을 하고 있는 것은 낙동강 칠백리 내 고향 일월산의 정기를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고향 사랑가를 불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이 장관이 ‘고향’을 매개로 정치적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은 이 장관이 오랜 시간 활동해온 지역구가 있는 곳이며, 강원도 동해를 고향으로 강조하며 ‘강원도’ 민심을 잡고, 경남 영양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이 드러내면서 ‘영남’에 대한 뿌리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표 분산이 일어난다”며 “영남의 지지는 양분될 수 있는 부분이고 호남의 지지가 ‘그림의 떡’이라면 박 전 대표의 세가 강한 충청권보다는 수도권이나 강원도 등에서 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 연고가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며 “지역 인맥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지지 기반을 다지면 +α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빨리 드러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장관만큼이나 ‘고향’으로 인해 주목받는 이가 정두언 최고위원이다. 한나라당에서 드문 광주 출신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가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계자’로 호남 인사가 아닌 민주당에게는 척박한 땅인 영남의 지지를 끌어오려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골랐던 사례가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광주 출신 ‘MB 복심’노무현 따라가나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영남, 민주당은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바닥 민심은 점차 희석돼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였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영남에서 축배를 든 것이나, 비록 당선은 하지 못했지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정운천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사상 호남 지역 최다 득표율인 18.2%를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올해 들어 첫 현장 방문 일정을 ‘호남’으로 잡는 등 호남 공략에 나섰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게는 ‘적진’이라 할 만한 곳부터 지지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1월26일 정치적 불모지인 광주로 향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광주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평균 8.9%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에 출마한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10%의 득표율을 넘어섰다. 우리당 대선 후보 한 분이 호남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척박한 호남 땅에서 헌신적인 자세로 노력해 온 끝에 지금은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고, 생명력 강한 풀뿌리가 자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희생과 눈물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새 시대정신으로 광주시민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호남인의 마음을 얻는 것은 진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으며, 돌부처도 1천 번 절하면 돌아앉는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왔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도 호남 지역의 숙원사업을 거론하며 당의 관심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 개인적으로 호남에 들이고 있는 공이 상당하다. 그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큰 아버지는 광주에서 6선 국회의원과 야당의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낸 정성태 전 국회부의장으로 호남출신 큰 정치인이자 지조와 청렴의 상징인 제 인생의 큰 그림자였다”며 “이 같은 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항상 지조를 지키며 사욕이 없는 정치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큰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한나라당 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양지를 마다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그 길이 비록 외롭고 힘든 길이어도 호남인들과 국민 여러분의 사랑과 믿음을 생각하며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한나라당 내에서 호남 출신으로 최초 선출직 최고위원이 될 수 있었던 큰 힘에는 호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며 “호남의 사랑과 후원은 제가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영남색 약해진 김문수 “내가 진짜 정통 TK”

이 장관과 정 최고위원이 각각 강원도, 호남에 구애를 하고 있다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보다 ‘진짜 고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온 TK(대구·경북) 토박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TK의 맹주로 자리잡은 박 전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어야 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주변에서는 “김 지사가 오랜 기간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서 그렇지, 알고 보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성장한 박 전 대표보다 TK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이러한 점이 부각되면 영남과 경기도 모두 ‘집토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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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