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사내 자살 미스터리

끙끙 앓다…목숨 던져 목소리 내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현대인에게 직장은 일터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직장은 삶 자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일터에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경,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순위 1위 넷마블게임즈 구로동 사옥 20층서 퇴사 직원 박모씨가 몸을 던져 자살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망한 직원은 회사 내부서 회사 재화를 무단으로 취득해 사적으로 이득을 취한 비위로 인해 징계를 받았고 극한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절실한 목소리
마지막 몸부림

넷마블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박씨는 현금 기준 억대 수준의 게임머니를 불법유통시킨 혐의가 드러나 사내 조사를 받았다. 관련 혐의는 박씨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씨는 징계 조사 과정서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자살 전 메신저를 통해 “윤리경영팀장의 고압적이고 인신 모독적 발언과 비아냥까지 감수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유서는 이미 지난 주에 인사에 보냈으니 가족에게 전달 부탁드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넷마블서 다들 건승하길”이라며 회사측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비위사실에 대한 정상적인 조사절차를 진행했고 고압적인 자세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한쪽에선 죄가 있더라도 조사 과정서 인격 및 인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넷마블이 숨진 직원에 대해 고압적인 분위기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개인 비위 규모가 큰데 조사 과정이 거칠다고 회사 탓을 하며 목숨을 끊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회사가 지난해 말 박씨의 비위를 한 차례 눈감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직장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 끊어
왕따에 내부고발 사연도 가지가지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지난 7월 넷마블서 직원이 돌연사 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 당시 넷마블 소속의 30대 사원이 사우나서 사망했다. 넷마블 모바일 RPG ‘길드 오브 아너’ 배경 원화를 담당한 30대 남성 직원이 휴가 중 사우나서 쓰러진 채 발견돼 숨졌다.

당시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넷마블의 높은 근무강도가 사망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넷마블이 업계에서 업무강도가 높은 회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씨의 죽음이 넷마블의 높은 근무강도가 원인이 됐는지는 그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유족 측도 사망의 원인이 과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선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넷마블은 ‘구로역의 등불’이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야근이 많은 것으로 전해져 실체 없는 의혹이 떠돌고 있다.

한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넷마블 직원들이 구로역의 등불이라는 별명을 의식해서인지 블라인드를 치고 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넷마블은 올해 두 차례나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탄압에 의해 근로자가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유성기업의 근로자였던 한광호씨는 지난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공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유성기업 노조원인 한 씨는 2011년 회사와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던 때 불법파업을 이유로 견책을 받았고, 2013년 노조활동에 대한 회사 관리자들과의 대치과정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출근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10일엔 회사로부터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 출석요구서’를 받은 뒤 동료들에게 우울감을 호소했다. 7일 뒤 그는 세상을 등졌다. 그의 자택에는 뜯지도 않은 경찰 출석요구서가 발견됐다.

억울한 사람들
사연은 제각각

유성기업은 한씨가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간부로 활동했던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11차례 고소했다. 이 가운데 2건만 기소되고 나머지 9건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노조 측은 “한씨가 사실조사 출석요구를 해고 수순으로 받아들였으며, 평소에도 치료는 받지 못했지만 회사의 임금 삭감·고소고발·징계 등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해왔다”며 “한씨의 죽음에 유성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측은 한씨가 숨지기 전에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았고, 우울증 진단경력이 없었던 점을 들어 “자살이 유성기업의 노무지휘권을 사실상 박탈당한 상태서 불법적인 노조 활동을 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사업주인 유성기업의 지배 관리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서 이를 원인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지난 달 18일, 근로복지공단은 한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는 한씨의 유족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질병판정위원회는 “한씨가 수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건 발생 1주일 전 (회사로부터 받은 무단결근) 사실조사 출석요구서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다. 롯데의 2인자로 평가받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이 이 같은 경우다. 지난 8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자살을 선택한 이인원 부회장의 죽음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총수 일가의 경영활동을 보좌하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두 가지 분석이 나왔다.

하나는 단순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압박감을 느껴 개인적인 압박감에 자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자살하는 경우에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 수사 가운데 자살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17명의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검찰 수사에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핵심 인물인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가 그룹사 전체에 강도 높게 진행되자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인격모독 참을만
폭력에 노예생활

실제 이 부회장이 자살하자 검찰의 수사는 흐지부지 되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17곳, 관계자 500여명을 조사했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롯데그룹 3부자의 구속영장은 줄줄이 기각됐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롯데수사가 ‘용두사미’ 수사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진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평사원부터 시작한 이 부회장이 회사에 갖는 애사심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경우도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경북 포항서 A건설사 간부 2명이 함께 목을 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서 회사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구 A건설사의 중견 간부로 지난달 13일 오전 8시께 포항시 북구의 한 야산서 같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숨진 현장서 유서가 발견됐다. 분량은 A4용지 4장.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내용과 함께 회사 내의 비리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회사 대표가 법인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대구 모 사립학교 건설 공사 수의계약 수주 과정서의 비리의혹과 함께 공무원 등에 뇌물성 편의를 제공한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하다 갑자기 왜?
잇달아 터지는 비보

사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례도 있다.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달 20일, 2년 간 직장 후배로부터 월급 등 3900만원 상당을 금품을 빼앗은 강모(22)씨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직장 후배를 상대로 ‘조폭생활을 했다’며 문신을 보여주며 위력을 과시하는 등 지난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42회에 걸쳐 폭행과 강요 등으로 3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직장 후배에게 사소한 이유로 폭행을 일삼으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군입대 강제 연기에 이어 실행되지 않았지만 보험사기 제의와 허위 신고 등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직장 후배는 더 이상 노예로 살수 없다며 최근 3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상태”라며 “강씨를 구속해 여죄를 수사 중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를 위해 지역 내 고질적인 갑질 횡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 왕따(따돌림)가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초에는 직장서 왕따를 당하던 여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사실상 자살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유족들은 직장내 따돌림이 자살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서 A(29·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살던 남동생이 A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흔적이 없어 경찰은 A씨가 자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녀의 자살 원인은 직장 내 왕따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은 모 대기업 인턴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가 지난 25일 지인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 ‘죽으라는 소린가 보다’, ‘내가 없어지면 그만이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직장 내 왕따도 혐의가 입증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2014년 판례를 살펴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직장 내 왕따로 자살을 기도하고 우울증 판정을 받은 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동사무소 직원인 A씨는 일처리 과정서 동료 직원들과 갈등을 빚어오다 동료 직원이 민원인들 앞에서 자신을 모욕하자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이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동료 여직원과 폭행 시비가 붙기도 한 A씨는 우울증이 심해지자 자살기도를 한 뒤 2008년 주요우울장애 판정을 받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다.

사측의 압박
못이겨 그만…

그러나 공단 측은 A씨의 우울증 등이 업무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2심 재판부는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지만 근무지에서 상급자나 주변 동료들로부터 적절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며 “이 과정서 과도한 업무량이 부여돼 증상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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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