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준공을 앞둔 해당시설을 두고 경북도와 구미시 간 물밑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해당 시설물을 떠맡을까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경상북도 구미시 상모사곡동 일원에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이하 테마공원)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 10월30일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당초 올해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던 사업은 건축 과정서 신라시대 유물이 발견되며 공사가 1년 지연된 것으로 알려진다. 덕분에 우연의 일치(?)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100주년(2017년 11월14일) 보름 전 공사가 완료될 전망이다.
누가 맡나?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해당 테마공원은 총 사업비만 792억원(총 공사비 620억원, 부지매입비 172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공사다. 국비 270억원과 도비와 시비를 합쳐 550억이 투자됐다.
테마공원은 대지면적 25만949㎡(7만5912평)에 건축면적 1만58㎡(3042평)에 달한다. 건물규모는 지하1층∼지상3층으로 ‘명예의전당’ ‘시대관’ ‘이념관’ ‘연수편의시설’ ‘복합편의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경상북도보>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화합의 장 마련 및 성과 공유’ ‘세계화의 공간 마련’을 공사의 목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새마을운동의 재조명’ ‘학습·체험을 통해 다양한 계층에게 새마을운동 알림’ ‘새마을운동 글로벌화를 위한 허브 공간’ 등을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건립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도군의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공원건물’과 포항의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등 과 중복시설이라는 여론의 질타에는 귀를 막고 있다.
문제는 800억원에 달하는 테마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테마공원’ 사업 타탕성 조사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유지비만 4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준공이 불과 1년여 밖에 안 남은 시점서 40억원에 달하는 테마공원 관리운영 주체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관련 단체들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 7월 경운대학교 산합협력단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전시콘텐츠 및 시설운영 방안 연구용역’을 맡겼다. 용역비용은 7000만원에 달하고 연구용역결과는 내년 7월 중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경운대가 내놓을 시설운영 방안은 강제성은 없지만 각 단체 간 협상테이블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테마공원 건설사업관리단 A모 부장은 “내년 7월 예정된 연구용역 결과가 너무 길기 때문에 올해 전 미리 연구 결과를 받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운대 연구용역 시설운영 방안에 대해 4개 단체(경상북도, 구미시, 새마을운동중앙회, 새마을세계화재단)가 거론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수익사업조차 할 수 없는 해당시설을 4개 단체 모두 운영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에 있다.
A부장은 우선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운영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앙회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직원이 500명이 넘어서 정확히 누가 담당하는지 모른다. 그런 사실 자체가 없고 거론된 적도,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800억짜리 건물 애물단지로 전락 되나
경북도-구미시 엇갈린 주장…속내는?
하지만 실제 연구용역을 실시한 경운대학교 새마을아카데미 TF팀장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새마을중앙회와 새마을세계화재단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진행 중인 사항”며 경북도청과 구미시가 아닌 새마을중앙회와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운영주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발주처(경북도청)가 아니라서 함부로 오픈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새마을중앙회와 아울러 운영주체로 거론되는 새마을세계화재단 관계자도 “경북도 출현기관으로서 운영의지가 ‘있다’ ‘없다’를 저희가 이야기 할 것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경운대와 새마을세계화재단 모두 테마공원의 발주처인 경북도청에 공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공식적으로는 시설 운영 주체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맡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 지역시민단체의 중론이다.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소통도 안 되고 서로 미루는 상황에서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서로 안 맡으려고 하니 재단을 끼워 넣은 것”이라며 “서로 미루는 상황으로 봐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설 운영의 핵심키를 쥐고 있는 경북도청 새마을운동테마공원TF팀 관계자는 “연구용역에 대해 시설주체는 구미시이고 그건 정해진 것”이라며 “직접 운영할 것인가 중앙회에 주든지, 세계화재단에 주든지는 구미시에서 차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과 운영주체는 관련이 없으며 단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 뿐 연구할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도청 관계자는 연구용역과 관계없이 시설운영은 이미 정해진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시콘텐츠와 시설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미시가 위탁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 그는 “(경운대서) 의견도 안낼 거다. 낼 이유도 없다”며 앞서 시설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는 발언을 곧바로 뒤집었다. 연구용역을 준 발주처가 ‘의견도 안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는 점에서 경운대에 외압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구미시는 경북도청 관계자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준공 전에 결정할 사항이다. 아직까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이어 “도 직원이 바뀌어서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처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유관단체와의 소통 부재, 새마을세계화재단은 떠넘기기, 경운대는 눈치보기, 경북도청과 구미시는 상호 간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불협화음
시설운영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경운대 자체도 연구한 내용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연구할 것이 뭐가 있느냐, 경북도냐 구미시냐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질질 끌다가 결과는 딱 나오지 않게 두루뭉술하게 서술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용도변경을 하면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앞으로 불협화음이 심하게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