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KTX광명역 역세권에 조성될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초 계획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성토하는 입주예정자들과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맞선 시공사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합의점은 요원해 보인다. 광명시의 애매모호한 태도까지 겹쳐 갈등을 부채질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시공을 맡은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은 2018년 3월 입주를 목표로 하는 대단위 아파트단지다. 12개동 총 2028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은 뛰어난 입지 조건을 내세워 분양 초기부터 대박을 예고했다. 견본주택이 개관한 지 4일만에 3만명이 몰릴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고 공사도 착실히 진행되는 듯 했다.
석연찮은 실수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공사 과정서 입주예정자들과 시공사 사이에 잡음이 부각되기 시작한 탓이다. 입주예정자들이 지적하는 내용은 크게 ▲단열재 두께 ▲창호 종류 ▲혐오시설 고지 ▲분양권 전매 등 4가지로 압축된다.
확인 결과 아파트 설계도면 ‘부위별 성능관계내역’과 ‘단열결로방수 평면도’ 상의 단열재 두께는 당초 계획에서 수정이 가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단열결로방수 평면도에는 아파트 최상층 지붕의 단열재 두께를 165㎜로 표기했지만 실제 공사에 사용된 건 130㎜짜리 단열재였다.
창호를 둘러싼 잡음도 비슷한 맥락이다. 2014년 11월 분양 당시 일직동에 설치된 호반베르디움 견본주택 확장 발코니 유리창에는 ‘하이브리드 PL창호’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확장 발코니 공사에 사용된 자재는 일반 ‘PL창호’였다. 일반과 하이브리드의 주요 차이는 인면분할의 가능 여부다.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단순 실수라는 호반건설의 해명을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상 입주예정자를 속여 부실공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단열재는 당초 계획대로 165㎜로 사용하고 창호는 견본주택서 홍보했던 하이브리드 PL창호로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반건설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단순 착오로 발생한 일인 만큼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이 입주예정자들에 보낸 답변을 보면 단열재 도면으로 일부 치수오류가 있었지만 적법하게 시공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PL창호에 대해서는 “업무착오로 견본주택 유리창에 3일 동안 하이브리드 창호라고 명기했지만 사실 확인 후 곧바로 안내문을 제거했다”며 “계약자의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분양계약 시 PL창호를 설치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약속 어겼다” 뿔난 입주민들과 잡음
단열재·창호 곳곳에 원가절감 흔적
혐오시설 및 분양권 전매를 둘러싼 논란은 시공사 측이 입주예정자들에게 분양 이전에 이 사안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광명역 호반베르디움 공사 현장 인근에는 공설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견본주택만 확인했던 상당수 입주예정자들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호반건설 측은 묘지가 약 300m 거리에 있고 수인불가한 정도의 혐오감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 전 현장 방문의 필요성을 고지했고 계약자의 미확인에 따른 이의 제기는 할 수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가장 가까운 동을 기준으로 묘지와의 거리가 100m 남짓에 불과한데다 혐오시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건 분양고지의무 위반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분양권 전매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입주예정자들은 분양자의 분양권 전매 시 호반건설 측이 내부 규정에 의한 요구라며 추가소득징빙자료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자행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호반건설 측은 분양권 전매에 따른 양동 합의는 애초부터 시공사 측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주예정자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건 광명시의 애매모호한 태도다. 그간 입주예정자들은 광명시 민원창구를 통해 수차례 걸쳐 앞서 열거했던 내용을 지적했지만 광명시는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광명시가 호반건설의 입장만 대변한다며 입주예정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열렸던 민원설명회는 이 같은 갈등이 극명히 표출된 시간이었다.
호반건설은 지난 2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서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민원설명회를 개최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설명회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시공사 측이 일정부분 받아들일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설명회는 반발하는 입주예정자와 반박하는 호반건설이 입장차를 재확인 한 채 끝났다.
공교롭게도 광명시에선 설명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다수의 시의원이 참석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 셈이다. 광명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원했던 입주예정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광명시 누구 편?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호반건설의 불성실한 대응도 문제지만 시공사의 뒤에 숨어 귀를 닫아버린 광명시야말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원만한 합의를 바라지만 강력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