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이후…' 삭막 살벌한 사회상 백태

떡 돌려도 걸리고 케이크 보내도 걸리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달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공직사회가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해가자’란 인식 때문이다. 외부인사들과의 만남을 취소하거나 자제하는 등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이 깨끗하고 건강한 사회로 가는 과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정(情)에 의존해왔던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조차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청 감사부서에는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문의하는 각 부서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막 시행돼 판례도 없는 데다 워낙 다방면에 적용되는 까닭에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모임을 하려는데 법에 저촉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행사개최 시 저촉 여부, 경·조사를 둘러싼 적법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시한 사례를 찾아 해답을 제시하느라 일상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다. 한 직원은 “적용 사례가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실무자 입장서도 헷갈릴 때가 있다. 저도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감사 떡 보냈다…
김영란법 1호 수사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로 떡을 선물한 민원인의 사례가 김영란법의 1호가 됐다. 춘천경찰서의 A경찰관은 4만5000원짜리 떡 한 박스를 배달받았다. A경찰관은 이 떡을 바로 돌려보낸 뒤 청문감사실에 자진신고했다. 떡을 보낸 시민 B씨는 “자신의 고소 사건을 맡은 경찰관에게 개인 사정을 고려해 조사 시간을 조정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선물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선물이 직무 연관성이 있는 수사관에게 떡을 보내 김영란법 위반으로 판단해 사건을 법원에 넘겼다. 경찰관 A씨는 자진신고 했기 때문에 처벌 받지는 않지만 법원이 위법이라 판단할 경우 B씨는 금품 가액의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커피 2잔도…
놀라 자진신고

수원지검 형사부 소속 수사관 C씨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4000원 상당의 테이크아웃 커피 2잔이 올려져 있던 것을 발견, 청탁방지 담당관에 자진 신고했다. 이 커피는 C씨에게 조사를 받은 한 사건 피해자 D씨가 조사를 끝낸 뒤 놓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조사에서 D씨는 통상적인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를 놓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과태료 대상이긴 하지만 사회적 상규 상 처벌해야 할 대상인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1만원
2∼5배 과태료

서울서도 경찰관에게 1만원을 건네려던 7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모(73)씨는 폭행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친절하게 조사해줘 고맙다”며 담당 경찰관에게 1만원을 건넸다. 해당 경찰관은 곧바로 돈을 돌려줬지만 박씨는 몰래 사무실 바닥에 돈을 떨어뜨리고 갔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경찰관은 경찰서 내부망인 ‘클린선물신고센터'에 신고한 뒤 이날 오전 박씨의 집을 찾아가 돈을 돌려줬다. 경찰은 조사를 거쳐 박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찰관에게 몰래 돈을 준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마움 담긴 선물 잇따라 신고
시골 인심마저 ‘법으로’ 심판


박씨의 혐의가 인정되면 박씨는 제공한 금품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위반 사실의 소명이 불충분하면 보완을 요구하거나 처벌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학부모들 선물
징계로 돌아와

대구 달서구 모 초등학교에선 한 교사가 상담 중 학부모에게 받은 선물로 징계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지난달 학부모 상담주간에 세 명의 학부모로부터 각각 조각 케이크, 화과자 세트, 수제 비누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먹은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익명의 제보를 받은 교육청은 선물을 받은 시기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지만 사실 확인을 거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할머니의 호박
다시 돌려보내

전북 고창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 E(38·여)씨는 최근 방과 후 학교를 방문한 F(77) 할머니를 되돌려 보낸 뒤 미안함에 한참이나 교실을 떠날 수 없었다. 조손가정이 많은 시골 특성상 손주를 가르쳐준 보답으로 약간의 농작물을 가져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마지못해 받았지만 이날은 김영란법 때문에 F할머니가 보자기에 싸온 늙은 호박 한 개를 한사코 사양했다. E씨는 “법에 걸리니 큰일난다. 대신 아이는 제가 더 잘 챙기겠다”고 말했지만 “호박이 무슨 뇌물도 아닌데…”라며 서운해하며 쓸쓸히 돌아선 F할머니의 뒷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운영비 마련하려고
고육지책 일일찻집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름의 자구책을 내놓기도 한다. 강원도 춘천서 30년간 맥을 이어온 예맥야간학교는 학교 강의실서 일일찻집을 열었다. 예년에 없었던 행사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된 탓에 운영비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예맥야간학교 관계자는 “매년 지방자치단체 지원금도 줄고 있는데 김영란법으로 부정기 후원금도 줄어드는 분위기라 그 대안으로 어렵게 일일찻집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녀 같아 준
음료수까지 NO

옥천군 군북면의 한 할아버지(85)는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 상태를 체크하고 한 달 동안 먹을 약을 받기 위해 매월 한 차례 옆 마을에 있는 보건지소를 찾는다. 그곳에 갈 때마다 자신을 반겨주는 직원들이 고맙고 언제나 챙겨주는 게 마음에 걸려 이달 초 약을 받으러 가면서 1만원짜리 비타민 음료를 샀다.


손녀뻘 되는 직원들을 위해 감사의 선물로 음료 상자를 전해주려다 직원들이 김영란법을 문제 삼아 한사코 받기를 거절하는 바람에 승강이 끝에 하는 수 없이 가져갔던 음료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는 할아버지뻘 되는 촌로의 순수한 성의까지 받아주지 않는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그동안 보건지소에서 건넨 음료만 해도 내가 들고 간 것보다 많다”며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골 늙은이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없게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호형호제하다
남남처럼 식사

옥천군의 한 면사무소에선 이장단 회의 뒤 이장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따로 식사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이 지역 이장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면사무소에 모여 회의를 한다. 군정 현안을 설명 듣고 건의사항 등을 내놓는 자리인데, 당연히 면장 등 공무원이 배석하고, 회의 뒤에는 자연스럽게 식사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면의 이장단협의회장은 “회의가 끝나면 으레 국밥이나 칼국수 한 그릇 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면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식사는 우리끼리 했다”며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도 갑자기 삭막해진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 만나기가…
제약회사도 타격


환자나 보호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의료진에게 선물하는 음료수나 과일 등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의료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동안 ‘정’으로 생각하고 오가던 소정의 선물 등이 차츰 없어지는 분위기다. 제약회사들과 의사들의 만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형 제약회사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립 대학병원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적용을 받게 되고 사립 대학병원에 재직하는 직원들은 교직원에 준하는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입원 병동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에는 정을 담은 사소한 선물이나 다과 등을 의료진에게 건네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게시물이 붙었고, 환자나 보호자의 성화에 선물을 받더라도 총무부 등에 신고하는 분위기다.

성의 무시한다
환자들은 무안

울산대병원은 최근 각 병동 게시판에 환자에게 받는 음식물은 무조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고 빵 등을 건네는 노인 환자들을 설득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부는 자신의 성의를 무시한다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적용 사례 광범위…실무자도 헷갈려
권익위마저 뚜렷한 기준제시 못해

한 간호사는 “음식물을 받지 않으면 무안해 하는 환자들 때문에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똑같은 간호 업무인데 일반병원은 예외로 인정해주고 대학병원만 법 적용을 받는 등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특별한 꽃 선물
찾아보기 힘들어

서대문구의 한 웨딩홀 복도는 화환 하나 없이 한산하다. 웨딩홀 관계자는 “오전 11시30분과 오후 12시30분 잇따라 예식이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화환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화환업계에선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화환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며칠 새 화환 주문이 20∼30%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동대문구서 꽃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아직 김영란법 영향은 크게 없었다”면서도 “졸업식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꽃을 주고받을 일이 없는데 법으로 한도를 정해버려 이마저도 부담스럽게 만들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계 논란
졸업생 혼란

취업이 확정된 대학 예비졸업생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24)는 최근 한 기업으로부터 입사가 확정됐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그는 “취업계를 내고 일을 하려고 했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계획이 다 틀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권익위는 이른바 ‘취업계’가 학점당 이수시간과 관련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4조를 위반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제10호의 부정청탁 대상직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만약 교수가 조기 취업생들의 취업계 부탁을 받아줄 경우 김영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어렵게 잡은 취업 기회를 잃을 처지에 놓인 대학 예비 졸업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애매하게 해석

시민들은 법 적용 기준을 둘러싸고 국민권익위원회마저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다 법 해석과정서 이런저런 고려사항을 무시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포괄적 법 적용이라는 김영란법의 모호함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사회가 삭막해질 것을 우려했다.

상하 간, 동료 간 ‘호불호’ ‘개인적 감정’에 의해 누군가를 골탕 먹이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조직 분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내부고발자가 양산될 것이란 설득력 있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평소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발언조차도 자칫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출신 인사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나눔의 미덕’마저 모두 범죄시하는 이런 법이 인간관계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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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