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손학규

‘이랬다 저랬다’ 몸값만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손사래치던’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드디어 돌아왔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간 지 꼬박 2년 만이다.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선언에 대선판이 어떤 방향으로 요동 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의 그간 행보와 정계 은퇴 번복 과정, 향후 반향에 대해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주십시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하 손 전 고문)이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서 정계 복귀를 공식선언하고 다시 정치권으로 뛰어들었다.

손 전 고문의 복귀 선언에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구도에 또 하나의 변수가 더해졌다. 그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 국회의원·장관·도지사·당 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탈당도 선언했다. 그의 더민주 탈당으로 제3지대 정계개편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판짜기
안철수와 연대

손 전 고문은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서 경기 수원병에 출마했으나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에게 패했다. 그는 다음날인 7월3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칩거에 들어갔다.

당시 손 전 고문은 은퇴 기자회견서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저의 생활 철학”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하는데 재보선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의 정계 은퇴 선언이 영구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허다했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야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강진 칩거 2년2개월 동안 정치권 인사들과 언론은 그의 행보에 수많은 억측을 내놨다. 그 사이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론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흘러 나왔다.

손 전 고문이 칩거생활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에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려 당대표 후보군들이 손 전 고문을 연일 찾아간 것이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내부 계파끼리의 경쟁이 첨예한 상황이었다.

그 과정서 친노 진영과 대척점에 있던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박지원 원내대표, 더민주 박영선 의원 등은 손 전 고문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 측은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지난해 5월에는 손 전 고문이 서울 구기동으로 거처를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정계 복귀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경조사 참석 차 두 차례 상경하는 등 취재진 앞에 몇 번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평창·구기동 일대는 정치계 인사들이 많이 살고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구기동은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이사해 살고 있는 곳인 만큼 그의 거처 이전은 묘한 해석을 낳았다.

위치뿐만 아니라 시기도 미묘했다. 손 전 고문이 이사한 시기는 새정치연합이 4·29재보궐선거서 새누리당에 참패한 직후였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던 서울 관악을 의석을 빼앗긴 것은 물론 광주 서구을에서 천정배 당시 무소속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지는 등 완패했다.
 

새정치연합의 재보궐선거 패배는 당대표였던 문 전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선거 패배로 문 전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손학규 대안론’이 급부상한 시기이기도 했다.


2년 만에 정계 복귀…은퇴 또 번복
더민주 탈당 선언 당적도 오락가락

또한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호남발 신당 바람도 불고 있던 때였다. 손 전 고문의 측근은 “분당 아파트 전세를 더 이어갈 이유도 없고, 마침 손 전 고문의 딸이 구기동 인근에 거주해 딸 가족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측은 복귀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지만 일각에선 정계 복귀를 위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여기저기서 울리는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초심 그대로, 조용히 있겠다”며 복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8월에는 박영선 의원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서 정계 복귀를 촉구한 적도 있다. 박 의원은 “그 분(손 전 고문)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등을 봤을 때 커다란 역할이 부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손학규 역할론을 내세웠다.

손 전 고문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당시 내세웠던 메시지를 언급하며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무언가, 그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야당 지도자를 찾고 있는데, 손 전 고문도 분명히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설로 세간에 오르내리던 천정배 의원 역시 “한국 정치 상황이 워낙 어렵고 특히 야권이 지리멸렬해 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큰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솔직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행보…
찻잔 속 태풍?

그 와중에 손 전 고문이 음악회 참석으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 전 고문의 등장에 야권은 들썩이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당시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에 달해 있었다.

야권 재편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손 전 고문을 구심점으로 판을 바꿔보려는 인사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4월 총선서 ‘새정치연합 80석 예상’ 등 참패론이 나오고 있던 시기라 손 전 고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정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본격적으로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1월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계 은퇴 선언 후 카자흐스탄서 첫 해외강연 후 뒤 귀국 현장에서 그는 취재진과 만나 “정치가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묘한 뉘앙스로 발언했다.

박근혜정부의 현안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르게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정교과서 논란에 대해 “우리 학생들은 편향되지 않은 역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편향되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담보해줘야 한다”면서 “역사 교과서는 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필할 수 있도록 맡겨줘야 하고, 국가는 그런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2년 넘는 칩거기간 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손 전 고문은 이후 11월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매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지켰고, 정치권에선 이를 계기로 그가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조문 정치, 빈소 정치로 불린 손 전 고문의 행보는 그가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 후 강진 토굴로 되돌아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의 이름은 야권 분열, 신당 창당, 제3지대론 등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됐다. 지난해 12월,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도 손 전 고문은 ‘대안, 역할, 구심점’ 등 정치권 지각변동의 변수로 언급됐다.

그쯤에는 손 전 고문도 칩거 초반보다 훨씬 더 열린 태도로 정계 복귀에 대해 논했다. 손 전 고문은 “강진의 산이 나보고 ‘아우 더 이상 너는 이제 아주 지겨워서 못 있겠다, 나가 버려라’ 그러면 뭐 그때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부 기자는 만나지 않겠다’ ‘돌아갈 가능성 없다’ 등 단호하게 복귀를 부인했던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였다.

야권 유세 거절
복귀 시점 놓쳐

안 전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고 있을 무렵 손 전 고문에 대한 러브콜이 사방팔방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총선 시기와 맞물려 정동영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던 것과는 달리 손 전 고문은 상황을 관망하는 쪽에 가까웠다.

특히 더민주 내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야권 재편에 따라 탈당과 잔류 등으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손 전 고문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권의 러브콜에도 묵묵부답을 유지하던 손 전 고문은 올해 1월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뒤 귀국한 자리에서 “새판을 짜서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새판짜기’는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를 전격 선언한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된 단어다.


‘정치권 복귀 의사는 없다’면서도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던 손 전 고문은 총선이 다가오자 자신의 측근들을 측면 지원하기 시작했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 이찬열, 우원식, 이언주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격려 메시지를 보냈고, 국민의당 최원식·김성식 의원의 개소식 때도 격려사를 전했다.

손 전 고문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찬열 의원은 그가 정계 복귀를 선언한 후 탈당을 발표할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
 

4월이 되면서 손 전 고문에 대한 SOS는 간절한 수준으로 변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총선을 일주일가량 남긴 시점에서 “손 전 고문께 남은 선거기간 동안 유세를 간곡히 요청할 예정”이며 “공식적으로 더민주를 도와달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고 있던 손 전 고문은 소속 정당 대표의 공식 요청에도 유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계 은퇴 약속과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결국 다시 토굴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손 전 고문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후 야권이 총선에서 뜻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이 분석은 힘을 얻었다.

슬슬 간보다 이미지만 나빠졌다
기회 많았지만 결국 최악 타이밍

총선 이후 손 전 고문은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등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수를 높였다. 또한 총선 당선자들과의 오찬 자리서 “20대 국회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제도 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새판짜기로 대변되는 손 전 고문의 정치적 발언은 무수한 해석을 낳았지만 그는 “(4·19 묘지 참배가) 정치적 의미를 둘 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또 한 번 복귀설에 대해 일축했다.

지난해 11월이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가시화한 시점이라면 올해 5월은 구체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7월 복귀설, 8월 복귀설, 9월 복귀설 등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시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총선 때 국민의당의 약진으로 야권 개편이 이뤄진 상황에서 더민주 김 전 대표가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손 전 고문은 그 대항마로 정계 인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 사이 손 전 고문은 5·18 시기에 야권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에 방문했다. 당시 손 전 고문은 “국민이 새 판을 시작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광주의 5월은 그 시작”이라며 또 다시 새판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 게이오대학 강연에선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 방법”이라며 개헌론을 제기했다. 부쩍 잦아진 손 전 고문의 공개 행보와 발언에 그의 정계 복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해외에 나갔다가 귀국할 때마다 정치적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손 전 고문은 일본 방문 뒤에도 “국민적 요구를 담아낼 그릇인 정치에 금이 갔기 때문에 새 그릇이 필요하다”며 새판에 이어 새그릇론을 내놨다. 새판, 새그릇 등은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를 위해 쌓는 명분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사실 그의 정계 은퇴 번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 전 고문은 2008년 통합민주당 대표로 있을 무렵 18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2년여간 강원도 춘천에 칩거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손 전 고문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 “필요할 때 역할을 할 것” 등의 말로 복귀설을 부인했다. 이에 손 전 고문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2010 6·2 지방선거서 야권연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그때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출마 희망자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했고, 결국 수원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찬열 의원의 당선을 견인하는 등 손 전 고문의 영향력이 확인됐기 때문에 ‘부드럽게’ 정치 복귀가 가능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는 그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4월 총선 당시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다.

국민 무관심
지지율 3%

게다가 총선이 야권의 승리로 마무리 되면서 손 전 고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새누리당은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큰 폭발력은 없을 것”이라는 구두 논평을 내놨다. 더민주서도 이찬열 의원 외에 추가 탈당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제3의 길은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 대형 이슈가 언론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서 복귀 선언이라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9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손 전 고문의 지지율은 3%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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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