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말 많고 탈 많던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여권의 비선실세 ‘감추기’ 대통령 ‘감싸기’를 국민들은 허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정책보다는 이슈에 치우쳐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국감으로 전락했다. <일요시사>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에 시달린 올해 국감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법률법률소비자연맹과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지난 12일, 국정감사 중간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감이 시작된 9월26일부터 10월7일까지 20대 국회 1년차 국감 절반에 대한 성적을 종합한 결과 F학점이란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F학점은 국감 모니터단이 활동을 시작한 15대 국회 말 이래 18년 만에 내놓은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D학점)보다 못한 성적이다.
파행
20대 국회 첫 국감은 파행으로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국감은 일주일 동안 야당 단독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목숨을 바치겠다”며 강수를 뒀다.
단식을 이어가던 이 대표가 국감 복귀를 전제로 단식 중단을 선언하며 야권으로부터 ‘명분 없는 투쟁’이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게다가 파행으로 인해 국감은 19일까지 연기를 해놓고도 사실상 14일 주요 국감 일정이 종료돼 ‘부실국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최순실
국감 초기부터 ‘비선 실세’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최순실씨가 재벌에 압력을 행사해 800억원을 모금한 의혹이 일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 관계자들을 소환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가 거셌다. 또한 최씨의 딸 정모씨가 지난해 이화여대 입학 당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상황은 ‘최순실 게이트’로 번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해 무분별한 증인 신청으로 언론의 중립성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면서 증인채택을 거부했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안건조정위원회에 최순실과 차은택의 증인채택 건을 회부하면서 증인채택은 무산됐다. 이로써 국감 파행의 단초를 제공하고 대부분의 이슈를 집어삼킨 최순실 의혹은 ‘설’만 무성한 채 사법기관으로 공이 넘어갔다.
전경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원을 중심으로 전경련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은 지난 14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전경련은 재벌과 정치권력의 카르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더민주 홍익표 의원도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전국경제사범연합회’”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미르재단에 돈을 내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 물었지만 이 부회장은 “검찰수사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주요 답변들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게다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법인의 설립 허가·취소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사안이라 신중해야 한다"고 답해 전경련을 감싸는 모양새를 취했다.
백남기
백남기 농민 사태 또한 국감 내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전행정위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과 더불어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을 당시 경찰 대응이 주된 논란거리로 부각됐다. 백씨 부검 집행에 대해서도 여야의 해석이 엇갈렸다. 이와 관련해 법제사법위에선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 발부를 두고 여야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모니터단 F학점 ‘역대 최악’ 평가
초유의 파행…정쟁만 남은 첫 국감
보건복지위에선 백씨의 사인이 ‘외인사냐 병사냐’를 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백남기 농민을 둘러싼 책임 소재는 제대로 가려지지 못했다.
MS
지난 6일 교문위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국감 도중 ‘MS오피스’와 ‘한컴오피스’를 언급하면서 “왜 공개 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 했느냐”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다그쳤다.
이에 조 교육감은 MS외에는 살곳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여기에 이 의원이 “(수의계약은) 법률 위반이며 사법기관에 고발돼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국감 이후 이 의원은 ‘황당 질의’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의원은 언성을 높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질의 자체가 틀리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MS오피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각종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불량 증인
올해 국감에선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교문위 국감에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화장실에서 본인을 겨냥한 야당의원을 두고 “내가 안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 이런 수모를…이라고 발언한 것이 들통나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일 KBS와 EBS를 상대로 국정감사가 실시된 미방위에선 고대영 KBS사장의 자세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더민주 유승희 의원이 현 KBS 보도국장에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있었던 청와대 보도외압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고 사장은 보도국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야당은 고 사장의 고압적 태도를 비난하면서 증인이 증언을 방해한 행위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송민순
운영위원회 국감장에선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날선 공세가 이어졌다. 여권은 이성호 인권위원장을 향해 질의를 했지만 실상은 야권을 질타하는 모양새였다.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은 “인권결의안에 대해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며 “이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성호 위원장은 여권의 공세성 질문에 일관적으로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현재 인권위는 북한인권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환영성명을 냈다”면서 “과거 정부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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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매년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국감이 끝나고 나면 매년 ‘국감 무용론’이 제기된다. 우선 국감의 권한과 범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국감의 한계”라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전반적으로 보면 국감을 앞두고 행정부가 거의 한 달 이상 마비된다”고 말해 국정감사가 행정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키도 했다.
또한 피감기관은 700여개에 달하지만 국감은 단 2주밖에 되지 않아 부실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처럼 국감 파행이 발생하면 국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새누리당이 불참한 1주차 국감에선 대법원, 기재부, 국세청, 경찰청 등 주요 국가기관 98개가 국감을 피해갔다. 또 같은 기간 137개 기관은 야권만 국감을 진행한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