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계류 중인 이색 청원들

또 빛 못보고 사라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 청원은 국민들의 ‘신문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역대 국회에 제출된 청원은 회기 동안 계류 상태로 있다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동시에 폐기되는 등 빛도 못 보고 사라진 청원들이 상당수다. <일요시사>는 20대 국회를 맞아 국회에 제출된 계류 중인 이색 청원들을 꼽아봤다.

 

20대 국회는 지난 5월31일 ‘훈민정음 해례본의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이 접수된 이래로 4개월여 흐른 지난 18일까지 총 31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31건의 청원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청원, 기념일 제정, 광역시 설치 제정 등 각종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색법안들이 눈에 띈다.

상정될까

첫 번째로 접수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은 혜문 문화재제자리 찾기 대표, 김상철 우리문화지킴이 대표, 이대로 국어문화실천협의회 회장 등이 대표자로 나섰다. 청원은 국회의원 1명이상이 소개자로 되어 있어야만 청원으로써의 효력을 얻는데 이 청원의 소개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다.

노 의원은 지난 6월, 해당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보 1호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변경해 한글의 우수성과 존재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것은 1934년 조선총독이 경성 남대문을 1호로 지정했기 때문”이라며 “1996년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 국보 1호를 조선 총독이 지정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 국보 1호에서 해지하려고 노력했으나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감사원 권고 이후 10년이 경과한 시점까지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겨레의 얼이 서린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기 위해 국회청원을 제출한다”고 덧붙였다.

4개월여 동안 계류 중인 해당 법안에 대해 노회찬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청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달해 1차적 역할은 끝난 상황”이라며 “위원회서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색 법안으로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청원이 있다.

해당 청원자는 이갑상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 외 15명이고, 소개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청원서에는 “존경하는 정세균 국회의장님!”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이 되어야 하는 취지와 당위성이 3페이지 분량으로 서술돼 있다.

청원서에는 “동학농민혁명은 지금으로부터 122년 전인 1894년, 왕조정치의 부정부패와 탐관오리의 탐욕과 수탈 및 착취, 일본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위기의식 등이 농촌사회의 파탄을 불러일으켰다”며 “농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으킨 민중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고 기재돼 있다.

입법 청원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이 지난 10여년간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전주화약인(6월11일)’을 추천해 지역 간, 단체 간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18일 접수된 해당 법안은 다음날 교문위에 회부됐고, 교문위의 심사를 앞두고 계류 중에 있다.
 

20대 국회 청원 중에는 한 개인의 대한민국 입국 허가에 대한 청원도 접수돼 눈길을 끈다. ‘재일동포 정영환 입국 허가’를 명칭으로 하는 해당 청원은 현재 메이지가쿠인 대학 준교수로 재직 중인 정영환 교수의 입국 허가를 골자로 한다. 청원자는 정연순 민변 회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까지 총 4명이다.


‘훈민정음 국보1호 제정’ 필두
4개월여 동안 31건 접수 집계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정연환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한국과 일본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박유하 교수의 저작 <제국의 위안부>를 정면 비판한 저서를 올해 3월 일본에서 출판,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정영환 교수 입국금지는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14일 정영환 교수는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출판기념강연회를 위해 한국영사관에 입국허가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실행위원회는 정 교수의 입국이 허가될 수 있도록 같은 달 20일, 21일 각 외교부장관과 국회 외교통일분과위원회 심재권 위원장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 정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 불허 통보를 받았다.

정 교수는 "입국 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조선적 재일동포 모두를 포함하는 문제일 것"이라며 "그들을 대표할 순 없지만 정치·사상적 목적 때문에 재일동포 이동권이 침해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조선적 재일조선인 3세이자 소장파 역사학자로 일본 역사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학계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2009년 9월 민족문제연구소 주최의 학술심포지엄 발제자로 초청됐지만 이명박정부 시절 내려진 5·24조치로 인해 입국이 불허됐다.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해당 청원은 법사위와 외통위의 안건 상정 여부 심사를 앞두고 계류 중에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창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요청하는 청원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을 소개자로 하는 해당 청원의 청원인은 안상수 창원시장 외 74만8548명이다. 이들은 5가지 항목으로 나눠 창원시 승격의 당위성을 밝혔다.

우선 기초자치단체로서 광역행정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통합 자치단체로서 재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창원광역시 승격은 국가 및 지역 균형발전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행위에 회부된 해당 청원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이색 청원들은 처음에는 반짝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국회 말에는 결국 폐기처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 접수된 입법청원은 총 224건이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청원은 2건에 불과했다. 가결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19대 뿐만 아니라 17, 18대 국회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속타는 민원인

청원이 처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회 사무처 청원담당 사무관은 “청원을 처리하는 상임위서 법안 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높다”며 “법안뿐 아니라 결산과 예산 검토로 바쁘기 때문에 청원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처에서는 청원처리를 독려하기 위해 연말에 위원회에 안내문을 보내기도 한다”며 “청원을 제출한 일반인들은 본인이 낸 청원이 처리되길 학수고대하지만 실상 국회 사무처에서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용지물 청원제도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른 역대 청원제도 살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폐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국회서 입법청원 폐기율은 55.7%를 기록했고, 17대 국회에선 73.1%를 기록해 20%가까이 상승했다. 18대 국회에선 74.6%를 기록했고, 19대 국회선 80%를 하회했다. 청원을 해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시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입법청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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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