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벼랑 끝 전술 막전막후

앞면엔 ‘통 큰 정치’ 뒷면엔 ‘배수의 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통 큰 정치’를 꺼내 들었다. 4·27 재보선과 관련, 야권 단일화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하겠다고 나선 것. 심지어 순천 재보선에서는 무공천 의사를 밝혀 정가 안팎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야권 연대와 희망대장정으로 민심을 향한 잰걸음을 하고 있는 손 대표.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그의 결단이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재보선이 가지는 의미와 지난 지방 선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총선, 대선까지 큰 그림을 보면 ‘필연적 선택’인 동시에,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다. 

4·27 재보선 앞두고 야권 단일화 위해 ‘통 큰 양보’
당내 반발에도 흉흉한 재보선 전망 속 ‘순천 무공천’

4·27 재보선이 성큼 다가오면서 여야가 선거 전략을 가다듬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반면 당초 계획했던 ‘필승 전략’은 하나 둘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수 띄운 손학규
통 크게 정치판 흔든다

김해을 재보선에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카드를 잃은 손 대표의 선택은 야권 단일화였다. 야권 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양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그러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통 큰 선택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0일 저녁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통 큰 양보를 하겠다. 순천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그의 최측근인 차영 대변인을 통해 전해졌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그러나 이날 밤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통 큰 양보’ 발언은 특정 지역과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다음 날인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순천 무공천 방침을 확인시켰다. 그는 “(재보선)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라며 “민주당은 오늘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보고 큰 걸음으로 나갈 것이다. 더 큰 민주당, 더 큰 진보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정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이 외쳤던 ‘기득권 포기’와는 강도가 달랐다. 재보선, 지방 선거 등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대’로 야권 정당들이 ‘야권 연대는 허울 좋은 것일 뿐 민주당의 들러리를 선 것’이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야권 연대의 칼자루를 건네는 것으로 답한 것이었다.
순천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호남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민주당이 ‘무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야권 단일화를 했을 때 야당들에게 ‘잘 차려진 밥상’을 건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야권 단일화를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던 민주당이지만 목소리의 크기만큼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상쇄시킬 패를 꺼내든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현 정권 출범 후 각종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승리의 열쇠가 돼 왔다. 민주당은 야권 정당들과 시민사회 진영을 야권 연대의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기득권 포기를 외쳤지만 정말 기득권을 포기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야당이 연대를 하면서 파이가 커졌고 소수 정당들도 그들이 가지지 못할 지역과 표를 얻게 됐다고 하지만 압도적인 정당의 크기 차 등으로 야권연대의 중심축이 민주당을 향해 돌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면서 후보 단일화의 무게 중심도 민주당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이번 재보선은 야권 연대의 역량을 확인해 보는 자리인 동시에 야권 연대를 대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야권에 확인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즉, 야권 연대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이 되는 셈이다. 

지방 선거 뒷마무리
총선 위한 ‘기회비용’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재보선은 야권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야권 연대의 중요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총선을 향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 대표도 이 점을 깊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순천 무공천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총선 승리, 정권 교체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재보선의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재보선을 치르는 민주당의 자세와 후보 단일화의 과정일 것”이라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어떤 지역을 어느 당에 양보할지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필요하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이고 주도적이고 책임있게 나서서 4·27 재보선에 연대 연합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손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통 큰 정치’가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호남권 의원들과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선 최고위원이 “적어도 민주당이 야권의 승리를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통 크고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양보도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양보를 해야지 떼쓴다고 달래기 위해서 양보하고, 여론이 큰 정당이기 때문에 떼어 주라고 해서 떼어 준다면 그것이 국민의 뜻에 맞고 유권자의 권리에 충실한 야권 연대의 방식인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순천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도 “공천 양보는 순천 지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의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연대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 의원 들썩
역풍으로 불어올까

이들 중 일부는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도 지난달 22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4·27 순천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이른바 ‘순천 무공천’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히며 손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박 지사는 “정당의 존립 근거는 당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고, 선거는 이를 추구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정당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경쟁하다 필요하면 (야권 연대나 DJP처럼) 연합할 수도 있지만, 대선에서의 연합과 이번 사안은 다르다. 지역민,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일을 굳이 할 필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6월 지방 선거 설거지냐 vs 총선·대선 노림수냐
손학규 대권 전략 중대 고비 넘길 벼랑 끝 전술?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박은 아니”라며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역민과 정치권의 뜻에 어긋난 무공천은 자칫 반발성 탈당과 항명에 따른 징계 등을 불러올 수 있어 결국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손 대표가 결단을 내리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3곳의 국회의원 선거와 강원도지사 선거 1곳 중 3곳이 민주당의 자리였던 만큼 ‘잘해 봐야 본전’이다. 강원도는 이광재 전 지사의 당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아 왔고 경기 분당을 또한 한나라당의 세가 강하다. 김해을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가까이에 있는 곳이고 순천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 중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하는 곳은 순천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당에 양보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좋은 곳이 순천과 김해을”이라면서 “양보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곳을 양보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라’고 등을 떠미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1년여 후면 총선”이라며 “야권 정당들의 차기 총선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은 김해을 재보선과 관련, 히든카드를 잃었다. 이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이 김해을 양보를 바란다면 승산이 있는 승부처 2곳을 내주는 것이 돼 출혈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천 무공천’ 등 ‘통 큰 정치’가 손 대표의 차기 대권전략 중 한 부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4월 재보선 이후 연말이 되기 전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경우 양보와 희생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한 ‘판’을 짜 뒀다는, 야권 연대·야권 통합의 밀알이 됐다는 부분이 ‘잘해야 본전’인 4월 재보선의 결과보다 그의 ‘치적’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당장의 상황만을 본다면 4월 재보선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 일부 지역을 야권에 넘기면서 힘든 싸움이 예상되지만 물러설 수 없는 곳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 것. 

 그렇게 선택된 곳이 강원도지사 선거다. 손 대표는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을 찾아 최고위원회·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 특위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대권 큰 그림 완성?

그는 이 자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간 많은 노력해 오고 구체적 노력을 실천하던 이광재 지사가 안타깝게 그 직을 내놓게 되어 동계 올림픽 유치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전 지사의 빈 자리가 너무 크지만 민주당이 뜻을 모아, 힘을 모아 그 자리를 채우고 반드시 동계 올림픽 유치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손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4·27 재보선의 향배와 그 후폭풍이 어디서 어떻게 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손 대표가 쏜 화살이 다시 그에게 되돌아 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태의 추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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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