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성장론 프레임

경제 말고 뭣이 중헌디?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가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한창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두 후보는 본격적으로 싱크탱크를 구성하면서 경제이슈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론이라는 경제프레임이 말만 바꾼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야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성장론’ 프레임이 쏟아지고 있다. 성장론이 줄을 잇는 이유는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낙수효과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와 격차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성장론에 국민, 공정, 동반의 키워드를 붙여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경제이슈 선점
싱크탱크 사활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 전 대표가 지난 6일, 싱크탱크를 출범하면서 ‘국민성장론’을 기치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창립총회 심포지엄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넘어선 ‘경제교체’가 필요하고,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 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조연설서 ‘국민 성장’에 대해 “국민 개개인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성장으로 생긴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부채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 성장’의 조건으로 공정·기회·미래투자·지역분권을 제시했다. 학벌, 지연, 인맥이 아닌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국민 성장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실패”라며 “두 정권의 실패는 오로지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이 정체 상태인 지지율을 제고하고 한계로 지적된 확장성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서민·중산층·자영업자·중소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함께 잘 사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야권뿐만 아니라 취약 지지층까지 지지층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근은 “문 전 대표가 계속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민이 잘 사는, 국민이 돈 버는 성장”이라며 “기본 콘셉트는 대표가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앞글자만 바꾼 성장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국민 성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대통령’과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라는 대선 슬로건의 아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약점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대선 경선이 시작될 때까지 국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경제행보를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안으로는 재벌개혁, 비과세감면 폐지, 누진세 완화, 난임시술 지원 등에 방점을 찍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대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화난 김종인
친문 죽이기?

일찍이 ‘공정성장’을 경제 화두로 내세운 바 있는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본인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를 출범시켰다.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최상용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냉전의 틀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내일’은 시대정신에 담긴 국민 요청을 정책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정치, 다른 정치, 바른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정치 주체를 바꾸고, 공정성장론을 제1의 경제기조로 삼고, 정치적으로 ‘합리적 개혁노선’을 따라 새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정성장론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목을 매는 경제는 이제 넘어야 한다”며 “개인도 기업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13총선에선 공정성장의 목표로 ▲공적·질적 성장 ▲일자리 개선 및 비정규직 대책 ▲불평등격차 해소 등과 같은 6개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아울러 공정성장 3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창업국가론’을 추가로 경제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성장론’에 선명성을 불어 넣고 있다. 아울러 SNS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창업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꽃피우고 성공으로 열매 맺을 때, 그 사회는 성장하게 되고 일자리도 저절로 창출된다”며 “청년층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성공신화가 곳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창업에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문 전 대표도 벤처기업과 벤처 투자업체를 방문해 안 전 대표의 ‘창업국가론’을 견제했다.

문·안 각각 국민 성장·공정 성장 띄우기
너는 틀리고 나는 맞고…서로 물고 뜯기

주목할 점은 안 전 대표와 달리 문 전 대표는 현 정부의 벤처 창업에 대해서는 다소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족한 게 희망과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취업이나 창업밖에 없다”면서 “벤처라는 게 어차피 많은 실패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실패한 창업자들도 다시 재기 기회를 얻고 칠전팔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선으로 물러난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서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와 전반적 성장정체 현상을 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유희로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를 앞세워 ‘문재인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계속되는 비판에 문 전 대표 측은 불만에 가득 찬 모양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회동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추석 전부터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국민성장론’에 관한 설명을 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 싱크탱크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국민 성장이라는 개념이라든지 방향이라든지 이런 것을 상세하게 말씀을 드린 바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조강연한 내용들과 김 전 대표가 얘기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들한테 와서 가르쳐도 주고 우리들도 말할 기회도 있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물고 뜯기
주도권 쟁탈

더민주 박영선 의원도 문재인, 안철수로 대변되는 ‘성장론’ 프레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제 비전에 대해 “국민 성장이라는 단어는 애매모호하다”며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불분명한 단어”라고 말해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또 안 전 대표가 주창하는 ‘공정 성장’과 맥을 같이하는 ‘창업국가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대변해줄 수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내년 대선 화두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성장론’을 새롭게 들고 나오면서 문 전 대표 및 안 전 대표와 색깔을 달리했다.

최근에는 ‘대동경제론’이라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들고 나온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장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복지 확대보다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해 “그동안 서울시장으로서 채무를 7조6000억 정도 줄이고 복지는 4조를 8조로 늘렸다”며 “복지라는 것이 보통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복지는 인간에 대한 투자이고, 사회에 대한 투자”라고 말해 야권 대선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99대 1의 불평등 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확대하느냐”며 “정말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는)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비대위워장 및 박 의원 등의 ‘성장론’ 비판의 이면에는 경제프레임의 주도권 쟁탈전이 숨어 있다. 경제프레임은 대선주자와 대선캠프에 있어서는 특히나 중요하다. 양극화에 지친 일반 서민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생계와 관련된 경제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들은 본인 만의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경제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경제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비주류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 주도의 ‘성장론’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야권서 쏟아지는 ‘성장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경제프레임에는 호평을 내린 반면,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유 의원은 지난 10일 SNS에 지난 9일 안 전 대표가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고 올린 글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 의원은 혁신성장론을 거론하면서 독자적 경제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안 의원이 그 동안 주장해 오셨던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책 아류?…선명성은 어떻게 하나
유승민-안철수 연대 속셈…중원 공약 포석

하지만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 대해서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야권의 성장론에서 성장의 진정한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유 의원의 엇갈리는 평가에 대해 정가에선 유 의원과 안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해왔다. 이에 유 의원이 중도층 표심을 노리고 안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유승민 연대는 줄곧 정가를 떠돌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고 유 의원이 국민의당에 흡수되는 모양새의 연대였지만, 최근에는 유 의원이 안 전 대표를 띄움으로써 중도층 표심을 자극해 여권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안 전 대표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비문진영이 문재인 제동에 나섰다면 안철수 사당화 논란이 일기도 했던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전 대표의 경제프레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의당 대선주자는 안철수라는’ 암묵적 공식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9일 “국민 성장이네, 공정 성장이네, 동반성장이네, 다 한가한 소리들”이라며 “성장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다. 경제를 살리는게 시급하다”며 “한국적 민주주의가 독재하자는 이야기였듯이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다 가짜”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국민 성장을 강조한 문재인 전 대표, 공정성장을 강조한 안철수 전 대표 등의 성장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선성장 후분배’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지는데, 국민, 공정, 동반을 입힌 성장론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안 전 대표측은 “당내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앞서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맞느냐’는 질문에 “글세,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유 의원 발언에 두둔하고 나섰다.

천 전 대표는 “아직 국민의당은 대선 룰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안철수 독주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더민주나 새누리당보다 좀 더 크고 역동적인 판을 만들려면 현재(안 전 대표 독주 체제)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 클릭 왜?
중원 공약

특히 야권 주자들이 앞 다퉈 성장론을 제시하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로 여겨진다. ‘성장’은 ‘효율’ ‘경쟁’ 등과 함께 전통적으로 보수의 어젠다를 대표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이 성장론을 강조하는 것은 ‘중원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면서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의 성장론
‘혁신성장’부터 ‘더불어성장’까지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벤처 창업, 4차 산업혁명 등 혁신을 통한 성장을 주장하고 있고, 유 의원은 과학기술 혁신,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 생산성 제고를 통한 성장을 주장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회 균등을 통한 공존과 상생의 성장을 의미하는 ‘공생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더불어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성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공존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성장’을 주장한다. 복지를 통한 빈곤과 불평등,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성장복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는 성장과 복지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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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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