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성장론 프레임

경제 말고 뭣이 중헌디?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가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한창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두 후보는 본격적으로 싱크탱크를 구성하면서 경제이슈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론이라는 경제프레임이 말만 바꾼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야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성장론’ 프레임이 쏟아지고 있다. 성장론이 줄을 잇는 이유는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낙수효과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와 격차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성장론에 국민, 공정, 동반의 키워드를 붙여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경제이슈 선점
싱크탱크 사활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 전 대표가 지난 6일, 싱크탱크를 출범하면서 ‘국민성장론’을 기치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창립총회 심포지엄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넘어선 ‘경제교체’가 필요하고,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 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조연설서 ‘국민 성장’에 대해 “국민 개개인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성장으로 생긴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부채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 성장’의 조건으로 공정·기회·미래투자·지역분권을 제시했다. 학벌, 지연, 인맥이 아닌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국민 성장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실패”라며 “두 정권의 실패는 오로지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이 정체 상태인 지지율을 제고하고 한계로 지적된 확장성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서민·중산층·자영업자·중소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함께 잘 사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야권뿐만 아니라 취약 지지층까지 지지층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근은 “문 전 대표가 계속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민이 잘 사는, 국민이 돈 버는 성장”이라며 “기본 콘셉트는 대표가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앞글자만 바꾼 성장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국민 성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대통령’과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라는 대선 슬로건의 아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약점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대선 경선이 시작될 때까지 국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경제행보를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안으로는 재벌개혁, 비과세감면 폐지, 누진세 완화, 난임시술 지원 등에 방점을 찍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대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화난 김종인
친문 죽이기?

일찍이 ‘공정성장’을 경제 화두로 내세운 바 있는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본인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를 출범시켰다.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최상용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냉전의 틀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내일’은 시대정신에 담긴 국민 요청을 정책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정치, 다른 정치, 바른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정치 주체를 바꾸고, 공정성장론을 제1의 경제기조로 삼고, 정치적으로 ‘합리적 개혁노선’을 따라 새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정성장론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목을 매는 경제는 이제 넘어야 한다”며 “개인도 기업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13총선에선 공정성장의 목표로 ▲공적·질적 성장 ▲일자리 개선 및 비정규직 대책 ▲불평등격차 해소 등과 같은 6개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아울러 공정성장 3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창업국가론’을 추가로 경제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성장론’에 선명성을 불어 넣고 있다. 아울러 SNS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창업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꽃피우고 성공으로 열매 맺을 때, 그 사회는 성장하게 되고 일자리도 저절로 창출된다”며 “청년층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성공신화가 곳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창업에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문 전 대표도 벤처기업과 벤처 투자업체를 방문해 안 전 대표의 ‘창업국가론’을 견제했다.

문·안 각각 국민 성장·공정 성장 띄우기
너는 틀리고 나는 맞고…서로 물고 뜯기

주목할 점은 안 전 대표와 달리 문 전 대표는 현 정부의 벤처 창업에 대해서는 다소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족한 게 희망과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취업이나 창업밖에 없다”면서 “벤처라는 게 어차피 많은 실패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실패한 창업자들도 다시 재기 기회를 얻고 칠전팔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선으로 물러난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서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와 전반적 성장정체 현상을 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유희로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를 앞세워 ‘문재인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계속되는 비판에 문 전 대표 측은 불만에 가득 찬 모양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회동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추석 전부터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국민성장론’에 관한 설명을 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 싱크탱크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국민 성장이라는 개념이라든지 방향이라든지 이런 것을 상세하게 말씀을 드린 바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조강연한 내용들과 김 전 대표가 얘기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들한테 와서 가르쳐도 주고 우리들도 말할 기회도 있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물고 뜯기
주도권 쟁탈


더민주 박영선 의원도 문재인, 안철수로 대변되는 ‘성장론’ 프레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제 비전에 대해 “국민 성장이라는 단어는 애매모호하다”며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불분명한 단어”라고 말해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또 안 전 대표가 주창하는 ‘공정 성장’과 맥을 같이하는 ‘창업국가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대변해줄 수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내년 대선 화두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성장론’을 새롭게 들고 나오면서 문 전 대표 및 안 전 대표와 색깔을 달리했다.

최근에는 ‘대동경제론’이라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들고 나온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장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복지 확대보다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해 “그동안 서울시장으로서 채무를 7조6000억 정도 줄이고 복지는 4조를 8조로 늘렸다”며 “복지라는 것이 보통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복지는 인간에 대한 투자이고, 사회에 대한 투자”라고 말해 야권 대선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99대 1의 불평등 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확대하느냐”며 “정말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는)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비대위워장 및 박 의원 등의 ‘성장론’ 비판의 이면에는 경제프레임의 주도권 쟁탈전이 숨어 있다. 경제프레임은 대선주자와 대선캠프에 있어서는 특히나 중요하다. 양극화에 지친 일반 서민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생계와 관련된 경제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들은 본인 만의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경제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경제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비주류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 주도의 ‘성장론’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야권서 쏟아지는 ‘성장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경제프레임에는 호평을 내린 반면,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유 의원은 지난 10일 SNS에 지난 9일 안 전 대표가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고 올린 글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 의원은 혁신성장론을 거론하면서 독자적 경제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안 의원이 그 동안 주장해 오셨던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책 아류?…선명성은 어떻게 하나
유승민-안철수 연대 속셈…중원 공약 포석

하지만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 대해서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야권의 성장론에서 성장의 진정한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유 의원의 엇갈리는 평가에 대해 정가에선 유 의원과 안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해왔다. 이에 유 의원이 중도층 표심을 노리고 안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유승민 연대는 줄곧 정가를 떠돌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고 유 의원이 국민의당에 흡수되는 모양새의 연대였지만, 최근에는 유 의원이 안 전 대표를 띄움으로써 중도층 표심을 자극해 여권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안 전 대표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비문진영이 문재인 제동에 나섰다면 안철수 사당화 논란이 일기도 했던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전 대표의 경제프레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의당 대선주자는 안철수라는’ 암묵적 공식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9일 “국민 성장이네, 공정 성장이네, 동반성장이네, 다 한가한 소리들”이라며 “성장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다. 경제를 살리는게 시급하다”며 “한국적 민주주의가 독재하자는 이야기였듯이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다 가짜”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국민 성장을 강조한 문재인 전 대표, 공정성장을 강조한 안철수 전 대표 등의 성장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선성장 후분배’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지는데, 국민, 공정, 동반을 입힌 성장론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안 전 대표측은 “당내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앞서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맞느냐’는 질문에 “글세,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유 의원 발언에 두둔하고 나섰다.

천 전 대표는 “아직 국민의당은 대선 룰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안철수 독주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더민주나 새누리당보다 좀 더 크고 역동적인 판을 만들려면 현재(안 전 대표 독주 체제)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 클릭 왜?
중원 공약

특히 야권 주자들이 앞 다퉈 성장론을 제시하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로 여겨진다. ‘성장’은 ‘효율’ ‘경쟁’ 등과 함께 전통적으로 보수의 어젠다를 대표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이 성장론을 강조하는 것은 ‘중원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면서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의 성장론
‘혁신성장’부터 ‘더불어성장’까지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벤처 창업, 4차 산업혁명 등 혁신을 통한 성장을 주장하고 있고, 유 의원은 과학기술 혁신,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 생산성 제고를 통한 성장을 주장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회 균등을 통한 공존과 상생의 성장을 의미하는 ‘공생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더불어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성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공존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성장’을 주장한다. 복지를 통한 빈곤과 불평등,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성장복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는 성장과 복지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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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