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임 일성으로 전임 오세훈 시장의 토목공사를 중단시키겠다던 그가 최근에는 토목공사 사랑에 푹 빠져 그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2014년 6월,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올해 12월이 되면 민·관선을 통틀어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 된다. 오는 2018년 6월30일까지 서울시장 임기가 남아 있는 그는 1000만 도시 서울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대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9일에는 전주를 방문한 자리서 “(대선이 있는) 내년에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함께하실 거죠”라고 말했다. 정가에선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이면서 전주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대목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퓰리즘
최근 박 시장은 안전행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해당 국감장은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박 시장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안행위 소속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박 시장이 ‘대선을 준비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며 “대선 출마하시는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박 시장은 “당시 발언은 나라가 어려울 때 유력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한 것)”이라며 “서울시장으로서 짐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도 “대선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분명히 해달라”고 질문하자 박 시장은 “국가지도자는 소명과 역사적인, 시대적인 요구가 있으면 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저에게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박 시장의 대선 출마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박 시장의 서울 시정 행보가 일종의 치적 쌓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우선 청년수당은 이미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다.
박 시장이 추진한 청년수당제도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19∼29세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지난 8월3일 청년수당 대상자 3000명 중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첫 달 활동지원금 50만원씩 총 14억1550만원을 지급했다.
국감에서도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년수당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청년수당과 관련해 정부의 실비 지원제도가 있다”라며 “중복 문제가 있다. 서울시가 해야할 역할에 우선순위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청년수당 지원서 3300개를 6개 조가 550개를 봤다. 42.5초 만에 판단했다”고 꼬집으며 “부모가 연봉 2억에 7000만원 받는 청년들이 요리학원 다닌다고 청년수당을 줬다. 졸속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이번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설계됐다. 저희도 사례를 확인했고, 시정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토목공사 사랑? 치적 쌓기 지적
청년수당 등 하는 사업마다 뒷말
박 시장의 ‘포퓰리즘’ ‘치적쌓기’ 논란은 청년수당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 한국전력 부지 개발도 청년수당에 앞서 각계각층의 지적을 받아 왔다. 올해 국감에선 서울역 고가공원 조성 과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육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헌승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시가 고가공원 관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서 박 시장 캠프 출신 인사가 만든 사단법인 ‘서울산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서울산책’과 서울역 및 서울역 고가과 관련된 용역 등 총 1억6100여만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6건 체결했고, 이중 5건은 수의계약”이라고 지적했다.
고가공원 문제는 처음 언급됐던 지난해 국감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일각에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대통령 선거 전에 완성해야 하는 1712 프로젝트라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당시 경찰청과 문화재청이 해당 사업에 대해 심의를 보류하거나 부결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박 시장이 대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전 부지에 현대자동차 신사옥과 컨벤션센터 등 국제 교류, 관광 단지 조성을 계획·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현대차 부지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즉각 반발했다. 사전 협의도 없이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해 탄천주차장 폐쇄 이후 대체 주차장 건설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교계도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은 서울시의 졸속적인 개발허가로 재벌에 특혜를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105층 건물이 들어서면 봉은사 전역이 하루 중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 문화재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제2롯데월드는 29년이 지나서야 건축허가를 받았는데 옛 한전 부지는 매입 후 1년도 되지 않아 건축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서울시를 규탄했다.
아울러 박 시장의 도시계획에 35층 이상 건물의 신축허가는 허용치 않는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기준까지도 어긴 졸속행정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서울시라는 시정철학에 배치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내년 대선 출마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정책에 각을 세우면서 대권 입지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기재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해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 결정토록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용산미군 기지를 공원화하는 ‘용산공원’ 사업에도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해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출마 위해?
박 시장의 강공 행보에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감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박 시장이 대권 의지를 갖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국민들에게 어필하려 한다"며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우지 말라”고 비난했다.
더민주 윤후덕 의원은 박 시장에게 “남경필 도지사께 당내 경선 때 도지사직을 버리겠느냐고 물으니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경선하려는 모양”이라며 “서울시장직을 버릴 것인지 고민이 많겠다”고 비꼬았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물대포’ 박원순 생각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찰의 물대포(살수차) 소화전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시장은 ‘경찰 물대포 용수를 서울시가 공급해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화전 물은 화재 진압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며 “데모 진압을 위해 그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도 ‘서울시에서 소화전 사용 제한을 적그 검토해달라’는 더민주 김정우 의원의 발언에 “시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