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깨진 3당 집권전략 키워드

“지금 판으론 죽도 밥도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협치’를 부르짖던 국회에는 ‘파행과 정쟁’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극심한 대립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각 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 <일요시사>는 협치가 사라진 국회에서 여야가 내세우는 정권 쟁취 전략을 살펴봤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다. 대선을 1년여 남긴 현 시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근거한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 당의 대선주자 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권의 두 중심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대선 주도권?
뺏기면 안된다”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렸던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을 겪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대선주자로 거론 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3총선서 낙마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권도전을 시사했지만 당을 좌지우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의 지지세를 등에 업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대권주자 기근상태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하면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반기문 대망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끝내자마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그동안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경선은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기문 추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국민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후보들은 이를 파악해 치열한 경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반 총장이 멤버로 참여하면 기꺼이 환영하지만, 그분만의 카펫은 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공정한 대선 경쟁을 치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선 없이 대선을 치를 경우 표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 대표도 이에 보폭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룡 불모지 새누리…반 추대 없다?
반-문 있는데…공정한 경쟁 가능할까

'친문(친 문재인)'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당대표에 오르기 전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1등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를 의미하는데 일단 그의 논리는 더민주 내 주류인 친문계의 마음은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 대표에 오른 뒤 추 대표는 ‘공정한 경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추 대표는 “첫 번째는 공정한 경선 관리가 생명이다. 아무리 역동적이고 싶어도 공정성이 깨지면 의미 없다”며 “그 바탕으로 후보들이 노력했는데 실력이 엇비슷해 국민 주목도가 낮아지면 결선투표를 통해 관심 끌어올릴 수 있다.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중심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주류의 우려를 추 대표가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 대선 주자가 버티고 있다. 지난달 안 전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언급해 정가의 귀추가 주목됐다. 지난달 19일 그는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그 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대권 도전 의지를 보였다. 또한 공정한 경쟁하에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안철수 사당화 논란에도 일정 부분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수권정당 의지도 보였다.

이처럼 내년 대선서 승리해 집권을 노리는 3당은 공정경쟁에 방점을 찍었다. 3당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야만 표의 확장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불붙은 개헌론
대선주자 함구

대선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3당은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호남 민심과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이정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서 “영호남 지역주의 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서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한 석 차이고 영남에선 야당과 무소속이 합쳐 15석이 나왔다”며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지역주의를 넘은 것이 기적이고 국민통합을 이룬 우리가 위대한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과 호남이라는 지역이 연대를 한다. 개념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호남을 소외시킨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라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역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새누리당-호남 연대는 반기문-안철수 연대와 맥을 같이 한다. 반 총장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안 대표는 호남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최대주주다. 다만 이 둘의 연대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반기문- 안철수 연합의 가능성을 처음 거론한 사람은 ‘야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이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반기문·문재인·안철수)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반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작 당사자인 안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연대설에 대해 “다들 불안하신가봐요”라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는데, 양당의 공포감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말 돌파구가 안 보이는 양당에서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나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이 반철수 연합, 새누리당-호남 연대를 거론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면 더민주는 기본적으로 ‘야권연대’와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22일 추미애 당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당 통합과 세력간 지지자의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당대당 통합 프로그램을 바로 꺼내는 게 아니고, 분열과 분당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지지자부터 위로하는 게 더민주서 먼저 선행돼야 한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집 나간 한 분 한 분 모셔오겠다”며 야권 통합을 대권 승리 방정식의 ‘핵심 변수’로 규정했다. 더민주는 지난달 18일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의 신호탄을 쐈다.

추 대표는 통합을 선언하면서 “민주세력이 더 큰 통합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단결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의 함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실질적 대주주 안 전 대표는 더민주와의 연대는 거리를 두고 있다. 3자 대결까지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제주도 강연서 “양 극단 세력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며 “내년 대선 때는 절대로 양 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여야의 연대 시나리오 속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락가락
안철수 행보

최근에는 여권 주류인 친박계에서 개헌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진박(진실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여야 대권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은 기존 판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및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난색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현 여야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주류세력들이 개헌론에 함구하기 어렵게 됐다. 대선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개헌론이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권정당을 노리는 3당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책을 준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서 개헌론은 금기어로 통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란 발언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친박 내부서 개헌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유로는 새누리당에 반 총장 이외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개헌론이 정계개편 및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이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5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조건부 개헌론’도 최근 정치권의 기류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인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 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막한 새누리-호남
혼돈의 연대 시나리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개헌의 주체가 국민이 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은 멀리 남북통일까지 내다보고 나라의 미래를 담아내는 개헌으로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당도 개헌 바람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계개편과 정치혁신의 핵심고리가 개헌”이라면서 “대한민국의 판 자체가 민생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형성돼야 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는데, 개헌을 매개로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당초 개헌론 바람은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가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를 강조하고 있다.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강력한 통치권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빌미로 4년 대통령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만인지상의 권력욕에 갇혀버린 정치인이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고 제시하는 조삼모사의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민주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개헌론의 의도를 불순하게 여기며 개헌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판을 굳이 흔들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각제 주장
김종인 주목

개헌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에 야권의 한 정치인은 “권력구조 개편만이 아니라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분이 다음 정권에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파행일지
 2주에 한 번 꼴로 ‘휴업’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협치를 강조했던 여야가 정작 협치의 모습은 사라지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파행은 지난 8월 임시국회서 일어났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열린 임시국회에서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인 것. 여당이 끝까지 주요인물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맞았다. 추경안 처리는 회기기간을 넘긴 뒤에야 처리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행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재검토 관련해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추석을 기점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또 한 번 파행을 맞았다.

이후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감복귀 전제하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 났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백남기 문제 등과 관련해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 남아 있어 여야간 협치는 요원한 상황이다.

<기사 속 기사> 20대 총선 선거법 공소시효

지난 20대 총선 과정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및 범죄에 대한 기소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13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수백 건에 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이 수사의지가 미약하다”며 “혐의가 명백한 사건서조차도 공소시효 만료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기소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거대 여당과 거대야당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공명정대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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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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