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깨진 3당 집권전략 키워드

“지금 판으론 죽도 밥도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협치’를 부르짖던 국회에는 ‘파행과 정쟁’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고 있다. 극심한 대립 이면에는 내년 대선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는 각 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 <일요시사>는 협치가 사라진 국회에서 여야가 내세우는 정권 쟁취 전략을 살펴봤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창출에 있다. 대선을 1년여 남긴 현 시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권 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에 근거한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 당의 대선주자 들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권의 두 중심축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내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략 구상에 한창이다.

대선 주도권?
뺏기면 안된다”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렸던 김무성 전 대표가 ‘옥새 파동’을 겪고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대선주자로 거론 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3총선서 낙마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권도전을 시사했지만 당을 좌지우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의 지지세를 등에 업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대권주자 기근상태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유력 대권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하면 새누리당과 반 총장의 ‘반기문 대망론’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임기를 끝내자마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그동안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경선은 공정하게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기문 추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국민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후보들은 이를 파악해 치열한 경쟁과 토론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반 총장이 멤버로 참여하면 기꺼이 환영하지만, 그분만의 카펫은 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공정한 대선 경쟁을 치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선 없이 대선을 치를 경우 표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 대표도 이에 보폭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룡 불모지 새누리…반 추대 없다?
반-문 있는데…공정한 경쟁 가능할까

'친문(친 문재인)'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당대표에 오르기 전 ‘1등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펴왔다. 1등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를 의미하는데 일단 그의 논리는 더민주 내 주류인 친문계의 마음은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당 대표에 오른 뒤 추 대표는 ‘공정한 경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서 추 대표는 “첫 번째는 공정한 경선 관리가 생명이다. 아무리 역동적이고 싶어도 공정성이 깨지면 의미 없다”며 “그 바탕으로 후보들이 노력했는데 실력이 엇비슷해 국민 주목도가 낮아지면 결선투표를 통해 관심 끌어올릴 수 있다.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중심으로 흐를 것이라는 비주류의 우려를 추 대표가 사전에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라는 유력 대선 주자가 버티고 있다. 지난달 안 전 대표는 공정한 경쟁을 언급해 정가의 귀추가 주목됐다. 지난달 19일 그는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해야 한다”며 “그 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대권 도전 의지를 보였다. 또한 공정한 경쟁하에 어떤 조건이든 수용할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안철수 사당화 논란에도 일정 부분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수권정당 의지도 보였다.

이처럼 내년 대선서 승리해 집권을 노리는 3당은 공정경쟁에 방점을 찍었다. 3당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야만 표의 확장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불붙은 개헌론
대선주자 함구

대선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3당은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호남 민심과의 연대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초 이정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서 “영호남 지역주의 벽은 무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서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한 석 차이고 영남에선 야당과 무소속이 합쳐 15석이 나왔다”며 “바다가 갈라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지역주의를 넘은 것이 기적이고 국민통합을 이룬 우리가 위대한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과 호남이라는 지역이 연대를 한다. 개념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호남을 소외시킨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라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역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거론한 새누리당-호남 연대는 반기문-안철수 연대와 맥을 같이 한다. 반 총장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안 대표는 호남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의 최대주주다. 다만 이 둘의 연대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반기문- 안철수 연합의 가능성을 처음 거론한 사람은 ‘야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이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반기문·문재인·안철수)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반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작 당사자인 안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연대설에 대해 “다들 불안하신가봐요”라며 선을 그었다. 안 전 대표는 “정치권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는데, 양당의 공포감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말 돌파구가 안 보이는 양당에서 이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나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이 반철수 연합, 새누리당-호남 연대를 거론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면 더민주는 기본적으로 ‘야권연대’와 ‘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22일 추미애 당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당 통합과 세력간 지지자의 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당대당 통합 프로그램을 바로 꺼내는 게 아니고, 분열과 분당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지지자부터 위로하는 게 더민주서 먼저 선행돼야 한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집 나간 한 분 한 분 모셔오겠다”며 야권 통합을 대권 승리 방정식의 ‘핵심 변수’로 규정했다. 더민주는 지난달 18일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의 신호탄을 쐈다.

추 대표는 통합을 선언하면서 “민주세력이 더 큰 통합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모든 민주개혁세력의 단결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의 함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실질적 대주주 안 전 대표는 더민주와의 연대는 거리를 두고 있다. 3자 대결까지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제주도 강연서 “양 극단 세력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며 “내년 대선 때는 절대로 양 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여야의 연대 시나리오 속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락가락
안철수 행보


최근에는 여권 주류인 친박계에서 개헌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헌법학자 출신으로 ‘진박(진실한 친박)’ 인사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원내외 개헌론자들을 모아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직 국회의장과 개헌에 적극적인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여야 대권주자 등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열 계획”이라며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개헌을 공론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은 기존 판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 및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난색을 표명해 왔다. 하지만 현 여야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더 이상 주류세력들이 개헌론에 함구하기 어렵게 됐다. 대선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개헌론이 대선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권정당을 노리는 3당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책을 준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서 개헌론은 금기어로 통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란 발언을 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친박 내부서 개헌론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유로는 새누리당에 반 총장 이외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개헌론이 정계개편 및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이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5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조건부 개헌론’도 최근 정치권의 기류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특정 정권이나 정당, 정치인이 주도해서 추진하는 정치헌법, 거래헌법, 한시 헌법은 안 된다”며 “이제는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막한 새누리-호남
혼돈의 연대 시나리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개헌의 주체가 국민이 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개헌을 통해 권력분점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은 멀리 남북통일까지 내다보고 나라의 미래를 담아내는 개헌으로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말해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당도 개헌 바람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계개편과 정치혁신의 핵심고리가 개헌”이라면서 “대한민국의 판 자체가 민생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형성돼야 집권의 길이 열릴 수 있는데, 개헌을 매개로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이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당초 개헌론 바람은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가 주도했다. 김 전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내각제를 강조하고 있다.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강력한 통치권력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빌미로 4년 대통령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만인지상의 권력욕에 갇혀버린 정치인이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고 제시하는 조삼모사의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민주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개헌론의 의도를 불순하게 여기며 개헌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판을 굳이 흔들어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각제 주장
김종인 주목

개헌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애매모호한 입장 표명에 야권의 한 정치인은 “권력구조 개편만이 아니라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분이 다음 정권에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파행일지
 2주에 한 번 꼴로 ‘휴업’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협치를 강조했던 여야가 정작 협치의 모습은 사라지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첫 번째 파행은 지난 8월 임시국회서 일어났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열린 임시국회에서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인 것. 여당이 끝까지 주요인물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맞았다. 추경안 처리는 회기기간을 넘긴 뒤에야 처리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행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재검토 관련해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추석을 기점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서 또 한 번 파행을 맞았다.

이후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감복귀 전제하 단식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 났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백남기 문제 등과 관련해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 남아 있어 여야간 협치는 요원한 상황이다.

<기사 속 기사> 20대 총선 선거법 공소시효

지난 20대 총선 과정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 및 범죄에 대한 기소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13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검찰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수백 건에 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이 수사의지가 미약하다”며 “혐의가 명백한 사건서조차도 공소시효 만료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기소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거대 여당과 거대야당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국민들이 신뢰할만한 공명정대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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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