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삭막한 대한민국 막전막후

끊긴 사람과 사람 사이 “정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벽이 세워질까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식당가는 한산했고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약속을 잡는 것조차 꺼렸다. 심지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사람을 ‘왕따’시키는 풍조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드디어 시작
앞서는 걱정

지난 2012년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1월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해 3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변협, 기자협회, 인터넷 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이 헌재에 네 건의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6년 7월27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으로 결정했다.

원래 제안된 법안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여야가 막판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의결 대상서 제외됐다. 법안이 시행되면서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행 공무원 행동 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3만원의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제정안은 또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을 5만원으로 정했다. 기존 공무원 행동 강령에는 선물 비용에 대한 상한액은 없었다. 선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경조사 비용은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엔 민간인이라는 점을 고려,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식사와 선물 등 접대와 청탁이 모두 제재 대상이 됨에 따라 기존 접대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는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정청탁이나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가 확립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혼란이 예상된다.

인간관계 악화…살벌한 사회 우려
애매모호 조항 소송 잇따를 전망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자 직격탄을 맞은 고급 음식점들의 폐업과 업종 전환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의 관공서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음식점이 문을 닫거나 더 싼 메뉴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한정식과 일식집 등 고급 음식점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2만9900원짜리 ‘김영란 세트’를 준비해 뒀지만 손님들의 움츠러든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시행 첫날 한우고깃집, 한정식, 일식집 등 주요 고급 식당들은 빈 테이블이 곳곳에 넘쳐났다.

여의도의 한 고급 한정식 직원은 “예약 없이는 자리를 못 내드릴 정도였는데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라며 “런치에는 1인당 3만원을 넘지 않는 메뉴도 충분히 있지만 고급 이미지 때문에 점심 때조차 찾지 않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 ‘두마’가 폐업했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일식집 ‘학’도 문을 닫았다. 두마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무원들 접대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던 중 김영란법까지 시행돼 드나들던 공무원들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서민경제 타격
교육현장 삭막

서울 종로구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은 60년 만에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정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고 단골손님들도 정년퇴직하면서 계속 적자를 봤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해 주메뉴와 상호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법 시행으로 회원업소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일반음식점과 유흥음식점들의 휴·폐업과 업종 전환이 꼬리를 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현장의 분위기도 삭막하다. 대부분 입법 취지에 동감하며 법 시행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적용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각 지방 교육청으로 최근 청탁금지법에 대한 문의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운동회 등 학교행사 때 학부모들이 교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 음료수 등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사례집 등을 통해 불허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밖의 사례들에 대해서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 학부모, 교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실정이다. 청탁금지법에 대해 제기돼 온 다양한 우려들을 불식하기 위한 보다 명확한 법적 해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관련 가정통신문 발송 협조 요청, 법 내용 안내, 질의·응답 사례 안내 등의 공문을 전달했으며 관련 연수도 몇 차례 실시했다”며 “열심히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시행 전부터 예견되는 여러 문제에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학교 내 관계가 전반적으로 삭막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준 음료수를 거부하자 학부모로부터 “고마움의 표현인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왔다고 했다.


란파라치 극성
전문학원 호황

A씨는 “초등학교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너무 삭막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나 관련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교사로서 자긍심에 상처를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A씨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10년 전부터 업무 관련 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강력히 금지해 현장에선 거의 사라졌는데도 잠재적인 범죄집단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고로 인해 공익을 증진한 경우에는 포상금이,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증대나 비용의 절감을 가져온 경우에는 보상금이 신고자에게 지급된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직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국민이 조심할 것은 바로 이 법이 아니라 이 법의 시행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른바 ‘란파라치’라고 할 것이다.

김영란법을 위반한 경우는 형벌이나 과태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위반자에 대한 징계가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신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이미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기존 파파라치 학원들은 앞다퉈 ‘김영란법 특강’을 개설하며 수강생을 끌어모았다.

“누구 만나기가 두렵다”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이 오가는 현장을 적발해 한몫 챙기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학원들은 지금도 전단과 현수막을 통해 ‘월 300만원 안정적인 수입 보장’ ‘한 건 하면 억대 포상금’ 등으로 선전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국에 파파라치 양성 학원이 20곳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이론 3시간, 실무 4시간 교육을 공짜로 진행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특강을 미끼로 수강생들을 끌어모은 뒤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비싸게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수강생들은 지적한다. 10만∼50만원 상당 몰카를 한두 차례 강의와 묶어 100만∼200만원에 파는 식이다.

그동안 ‘식’파라치, ‘세’파라치 등으로 활동하던 이들도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란파라치’로 전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원의 불법 운영을 신고하는 ‘학’파라치로 활동해온 한 주부는 “학파라치의 포상금은 최대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란파라치는 한도가 2억원이라서 파파라치 업계에서 ‘로또’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무원과 교원들은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교육’을 하고 있다. 법원도 란파라치의 신고가 몰릴 것에 대비해 규정 위반에 대해 어느 정도 과태료가 적정한지를 연구하는 ‘과태료 연구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인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세부 규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교원 등 총 400만명에 달하는 데다 법 위반자를 신고하면 최대 30억원 보상금과 2억원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상금(포상금 포함) 지급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억대는 고사하고 100만원을 받을 가능성도 굉장히 낮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고 포상금을 받으려면 법을 위반한 사람들 이름과 직함, 근무 부서, 접대 및 수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신고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 구체적 범죄 정보를 파악해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런 정보를 갖춰서 신고해도 부정한 자금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부작용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법 적용은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관계를 메마르게 하고 사회를 삭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애매모호한 조항 때문에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작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들보다 일반 서민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딱 부러지는 답변을 듣기도 쉽지 않다.

부작용 속출
국민은 혼란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국민들의 공감을 받고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사회 투명성과 청렴도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영란법은 필요하다”면서 “시행착오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국민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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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