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삭막한 대한민국 막전막후

끊긴 사람과 사람 사이 “정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벽이 세워질까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식당가는 한산했고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약속을 잡는 것조차 꺼렸다. 심지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사람을 ‘왕따’시키는 풍조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드디어 시작
앞서는 걱정

지난 2012년 제안된 이후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1월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2015년 3월 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해 3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변협, 기자협회, 인터넷 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이 헌재에 네 건의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6년 7월27일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으로 결정했다.

원래 제안된 법안에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여야가 막판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의결 대상서 제외됐다. 법안이 시행되면서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게 됐다.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행 공무원 행동 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3만원의 상한액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제정안은 또 공무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을 5만원으로 정했다. 기존 공무원 행동 강령에는 선물 비용에 대한 상한액은 없었다. 선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경조사 비용은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엔 민간인이라는 점을 고려,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식사와 선물 등 접대와 청탁이 모두 제재 대상이 됨에 따라 기존 접대 관행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는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정청탁이나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가 확립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혼란이 예상된다.

인간관계 악화…살벌한 사회 우려
애매모호 조항 소송 잇따를 전망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자 직격탄을 맞은 고급 음식점들의 폐업과 업종 전환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의 관공서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음식점이 문을 닫거나 더 싼 메뉴 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한정식과 일식집 등 고급 음식점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2만9900원짜리 ‘김영란 세트’를 준비해 뒀지만 손님들의 움츠러든 마음을 잡지는 못했다.

시행 첫날 한우고깃집, 한정식, 일식집 등 주요 고급 식당들은 빈 테이블이 곳곳에 넘쳐났다.

여의도의 한 고급 한정식 직원은 “예약 없이는 자리를 못 내드릴 정도였는데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라며 “런치에는 1인당 3만원을 넘지 않는 메뉴도 충분히 있지만 고급 이미지 때문에 점심 때조차 찾지 않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 ‘두마’가 폐업했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일식집 ‘학’도 문을 닫았다. 두마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무원들 접대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던 중 김영란법까지 시행돼 드나들던 공무원들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서민경제 타격
교육현장 삭막

서울 종로구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은 60년 만에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유정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고 단골손님들도 정년퇴직하면서 계속 적자를 봤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해 주메뉴와 상호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법 시행으로 회원업소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일반음식점과 유흥음식점들의 휴·폐업과 업종 전환이 꼬리를 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 현장의 분위기도 삭막하다. 대부분 입법 취지에 동감하며 법 시행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적용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각 지방 교육청으로 최근 청탁금지법에 대한 문의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운동회 등 학교행사 때 학부모들이 교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 음료수 등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사례집 등을 통해 불허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밖의 사례들에 대해서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 학부모, 교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실정이다. 청탁금지법에 대해 제기돼 온 다양한 우려들을 불식하기 위한 보다 명확한 법적 해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관련 가정통신문 발송 협조 요청, 법 내용 안내, 질의·응답 사례 안내 등의 공문을 전달했으며 관련 연수도 몇 차례 실시했다”며 “열심히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시행 전부터 예견되는 여러 문제에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학교 내 관계가 전반적으로 삭막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준 음료수를 거부하자 학부모로부터 “고마움의 표현인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왔다고 했다.


란파라치 극성
전문학원 호황

A씨는 “초등학교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너무 삭막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나 관련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교사로서 자긍심에 상처를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A씨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10년 전부터 업무 관련 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강력히 금지해 현장에선 거의 사라졌는데도 잠재적인 범죄집단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고로 인해 공익을 증진한 경우에는 포상금이,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증대나 비용의 절감을 가져온 경우에는 보상금이 신고자에게 지급된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직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국민이 조심할 것은 바로 이 법이 아니라 이 법의 시행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른바 ‘란파라치’라고 할 것이다.

김영란법을 위반한 경우는 형벌이나 과태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위반자에 대한 징계가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신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이미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기존 파파라치 학원들은 앞다퉈 ‘김영란법 특강’을 개설하며 수강생을 끌어모았다.

“누구 만나기가 두렵다”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이 오가는 현장을 적발해 한몫 챙기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학원들은 지금도 전단과 현수막을 통해 ‘월 300만원 안정적인 수입 보장’ ‘한 건 하면 억대 포상금’ 등으로 선전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국에 파파라치 양성 학원이 20곳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이론 3시간, 실무 4시간 교육을 공짜로 진행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료 특강을 미끼로 수강생들을 끌어모은 뒤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비싸게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수강생들은 지적한다. 10만∼50만원 상당 몰카를 한두 차례 강의와 묶어 100만∼200만원에 파는 식이다.

그동안 ‘식’파라치, ‘세’파라치 등으로 활동하던 이들도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란파라치’로 전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원의 불법 운영을 신고하는 ‘학’파라치로 활동해온 한 주부는 “학파라치의 포상금은 최대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란파라치는 한도가 2억원이라서 파파라치 업계에서 ‘로또’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무원과 교원들은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교육’을 하고 있다. 법원도 란파라치의 신고가 몰릴 것에 대비해 규정 위반에 대해 어느 정도 과태료가 적정한지를 연구하는 ‘과태료 연구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인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세부 규정을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파라치 학원들은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교원 등 총 400만명에 달하는 데다 법 위반자를 신고하면 최대 30억원 보상금과 2억원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상금(포상금 포함) 지급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신고자가 억대는 고사하고 100만원을 받을 가능성도 굉장히 낮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고 포상금을 받으려면 법을 위반한 사람들 이름과 직함, 근무 부서, 접대 및 수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알고 신고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 구체적 범죄 정보를 파악해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런 정보를 갖춰서 신고해도 부정한 자금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부작용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법 적용은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관계를 메마르게 하고 사회를 삭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애매모호한 조항 때문에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작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들보다 일반 서민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딱 부러지는 답변을 듣기도 쉽지 않다.

부작용 속출
국민은 혼란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이 국민들의 공감을 받고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사회 투명성과 청렴도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영란법은 필요하다”면서 “시행착오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국민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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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