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감> 한눈에 보는 핵심 쟁점

그곳에 살벌한 기운이 감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19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열린다. 사회적 이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국 주도권 쟁탈을 위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국정감사 시즌을 맞이해 상임위별 핵심 쟁점들을 모아봤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총 15개 상임위별로 국가기관, 시·도청, 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국정감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임위별 핵심 쟁점사항들이 대거 부각돼 정부와 국회, 여야 간 날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욕의 초선들

우선 모든 법안이 통과하는 최종 관문 역할로 ‘상원’으로 불리는 법사위는 검찰·법원·감사원 등을 감사한다. 법사위의 핵심 쟁점은 첫째 ‘법조비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법관 비리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경준 전 검사장부터 김형준 부장검사에 이르기까지 비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감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두 기관이 동시에 갖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 신설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설전도 예상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는 공수처 설치법 추진을 공언했고, 국민의당도 이에 공조할 방침이다. 다만 새누리당은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에 해당한다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사위·예결위와 함께 핵심 상임위로 통하는 운영위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에선 지난 7일, 국감 계획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서 여야의원 간 우 수석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우 수석의 증인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처가의 부동산 거래 및 아들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의혹에 대한 정당한 검증은 용인하지만 무분별한 공격에 대해선 ‘청와대 흔들기’로 규정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운영위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KBS 보도축소 압력 논란’에 대해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소관 8개 기관 등 총 43개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당국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 16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오는 27일과 29일로 예정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집중 감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와 특혜 지원 등 제기된 의혹 규명 차원서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서별관 회의의 맴버 중 한 명이다.

이 문제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로 이어졌지만 홍 전 회장이 출석을 거부해 '수박 겉핥기'로 끝난 바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얼마 전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1차였다면 이번 국정감사를 2차 청문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혀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했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총 56개 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산자위에선 원전 문제와 누진세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9일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해 인근에 위치한 원전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다.

20일간 공포의 레이스 스타트
사드·지진 등 각종 의혹 털기

다음달 10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원자력연료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 있어 의원들이 원전 안전문제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여름 논란이 됐던 전기요금 ‘누진세 개편 방안’도 점검 대상이다. 특히 야당은 매년 여름 전기요금 개선 요구가 반복돼 온 만큼 이번 국감을 통해 누진세 개편안을 확실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 32곳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복지위는 콜레라·C형간염, 청년수당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국감에선 15년 만에 국내 환자가 발생한 콜레라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 미비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간 갈등을 겪은 청년수당 문제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에선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에선 실업 상태가 길어지는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문위에서는 누리과정 예산과 최근 불거진 미르재단·K스포츠 법인 설립 의혹이 집중 감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야당 의원들은 법인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과 재단설립 과정서 문광부의 특혜가 없었는지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재단과 관련해 청와대서 한명의 증인도 출석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관련자의 증인 채택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추경안 심사 시작과 동시에 불거지면서 파행의 최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국감서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정부가 내놓은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야당의 공세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간 교육세를 분리해 누리과정 등 특정 용도로 사용토록 하는 방안이다.
 

정국을 강타하며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사드문제 관련해선 국방위와 외통위서 여야 의원 간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사드배치를 놓고 새누리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반대에 가까운 견해를 밝히고 있고, 국민의당은 반대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사드를 놓고 야권에서는 외교 갈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부각해 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대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는 과정의 전제는 보수정권 9년 사이에 경제가 얼마나 파탄났는가에 대해서 점검하는 일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그에 따라 우리의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선실세 주목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야당은 일부 상임위서 특정 기업인에 대한 군기잡기식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며 “19대 국회서 증인으로 나와 5분 미만의 답변이 76%였고, 12%는 답변 기회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글로벌 무대를 뛸 기업인이 앉아만 있거나 망신만 당하면 국회, 국가 신인도에도 문제라며 신중해달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감기관 표정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 요청에 울상을 짓고 있다. 다시 피감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의 중복 자료 요청, 과도하고 불명확한 자료 요청으로 인해 국감 기간때만 되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무위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회의자료 일체 등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번 회의를 하면 그 분량만 500페이지에 달하는데 이를 다 모으면 1만페이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을 길들이기 위해 100여건의 자료를 1∼3일 만에 제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피감기관 입장에서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불평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감 당일 피감기관장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불필요한 증인의 과도한 출석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