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일낸 이재오

날개는 폈는데…비상이냐 추락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대 대선까지 13개월이 남았다. 정국은 빠르게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 선거에서 주류인 친박과 친문을 선택했다. 선택받지 못한 비주류들은 제3지대서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이 중도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여권발 제3지대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재오의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늘푸른한국당(이하 늘푸른당)이 지난 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준비에 들어갔다. 늘푸른당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서 이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을 창당준비위(이하 창준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늘푸른당 창당 발기인에는 1565명이 이름을 올렸다.

MB 등에 업고
다시 날개짓?

늘푸른당은 추석 연휴 이후 올해 말까지 17개 시도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지지자들을 비롯해 1000여명이 몰려 성황리에 치러졌다. 주최측서 준비한 좌석은 시작 전부터 이미 동이 났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엄홍길 휴먼재단 이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도 참석해 이 전 의원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사격했다.

창준위는 정의로운 국가’ ‘공평한 사회’ ‘행복한 국민3대 창당 목표로 제시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행정구역 개편’ ‘동반 성장’ ‘남북 자유 왕래4대 핵심정책도 발표했다. 이 전 의원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 권력과 내각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가와 행정까지 담당하고 있는 현 상황서 내치와 외치를 나누자는 주장이다.


대통령은 국가·외교·통일·국방만 책임지고, 내각은 그외 내정과 나라 안살림의 권한을 갖고 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 그 과정서 대통령이 외교나 통일문제를 잘 풀어가지 못할 경우엔 4년으로 끝, 잘 해나갈 경우엔 4년의 기회를 더 주자는 게 이 전 의원과 늘푸른당이 추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이 전 의원의 개헌 구상에 힘을 보탰다. 정 전 의장은 축사를 통해 다음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개인적으로 바란다내각제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보지만 아직 국회 수준이 신뢰받지 못하고 부족하기에 과도기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의원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역시 19대 국회 당시 이 전 의원과 함께 개헌 추진 의원 모임을 주도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늘푸른한국당 창당 준비 박차
싸늘한 시선 이겨내고 제3지대 무사히 안착?

이 전 의원은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나눠져 있는 현재 행정구역을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로 개편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를 줄이고 그에 맞춰 국회의원 숫자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 성장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육성에 협력해 동반 성장을 도모하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대기업이 초과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경영 목표치를 넘어선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에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기여도 등을 평가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늘푸른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두고 동반 성장을 얘기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강사로 초청한 것에 대해 강연자가 필요해 모셨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두 사람이 정치적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했다.

통일은 남북 자유 왕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북한 핵문제는 6자 회담으로 넘기고 남한과 북한은 자유 왕래를 하는 등 핵과 남북관계를 분리하자는 입장이다. 늘푸른당의 4대 정책을 보면 이 전 의원의 생각을 비롯해 그에게 힘을 보태는 인물들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발 3지대에 자리를 잡으려는 늘푸른당을 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신당이 창당되면 그 정치적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바로 지역, 인물 등 신당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기반의 유무가 그것이다.

지역, 인물…
신당 영향력은?

늘푸른당은 그 기준에 맞춰보면 여러 부분서 미달된다. 먼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창당했지만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다. 이 전 의원은 직접 대선에 나서기보다는 제3지대에 있는 인물을 모아 대선 후보로 만들어낼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지역 기반도 없고, 20대 국회 현역 의원도 없다. 원내 인사가 한 사람도 없이 원외 인사로만 구성된 신당이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총선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국민의당이 안철수라는 대선후보와 호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 전 의원이 늘푸른당을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인사의 영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전 의원은 대선주자급 무게감을 가졌지만 당내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먼저 손짓을 한 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를 두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면 다음 정권에선 시작하자마자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봤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나올 수 있는 혁명적 용기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보수나 진보 양극단을 배제하고 지속적으로 나라 발전이 가능한 정책을 구사하는 노선과 이념이 있으므로 손 전 고문이 과연 그런 이념에 동조할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친박들이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서도 3지대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나 손 전 고문 등 거론된 인물들이 이 전 의원의 러브콜에 화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여전한 MB의 남자이자 입
정의화·정운찬과 손잡나

김 전 대표의 경우 이 전 의원의 세력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당을 나가서 이 전 의원 측에 합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김 의원은 한국 정치사를 보면 대선을 앞두고 늘 정계개편 시도가 있었다. 3지대에 있는 분들은 인지도 제고나 구심점 확보 차원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항상 러브콜을 보낸다그러나 세력 확장을 위한 저인망식 사람 모으기가 될 경우 신당 창당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손 전 고문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손 전 고문이 독자세력화를 통한 정계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핵심 측근의 말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큰 정치적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를 흡수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친이(친 이명박)계가 정치적으로 몰락했고, 4대강 사업에 따른 비판적 여론이 잇따르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신당 곳곳에 새겨 놓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각에선 늘푸른당이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 전 의원은 ‘MB의 남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이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은 19646·3항쟁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과 중앙대 구국투쟁위원장으로 알게 됐다. 이후 15대 국회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의원이었던 이 전 대통령이 경부운하 건설을 제안한 것에 공감해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어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신승을 거뒀고, 이 전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전 의원을 말할 때 ‘MB정부의 2인자’ ‘정권 실세등의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4대강 사업
역시 걸림돌

이때만 두고 보면 이 전 의원이 인생이 매우 순탄했던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전 의원은 1945년 강원도 강릉시 묵호서 태어나 경북 영양군서 자랐다. 화려한 정치 행보와는 달리 가난한 유년부터 재야운동시절까지는 시위와 투옥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장의 부당 전보 발령에 항의, 전근 반대 운동을 주도해 유치장에서 20일간 구류 당한 게 그 시작이다. 이 전 의원은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결국 그 해 8월 학교서 제적당했다.

1973년에는 서울대 유신 반대 시위 배후 조종 및 내란음모죄로 수업 도중에 체포돼 치안본부 남산 대공분실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고문했던 사람은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였다. 이 전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씨에게 심한 고문을 당했던 1985년의 일을 영화화한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1977년에는 유신치하 인권 탄압을 풍자한 단막극을 연출했다는 이유로, 1979년에는 강연 중 대통령 딸을 비방하고 유신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다. 1989년에는 문익환 목사의 방북 배후로 지목돼 또 다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섯 차례에 걸쳐 10여년간 옥고를 치렀다.

정치의 시작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19902월 석방된 이 전 의원은 그해 11월 김문수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고, 199214대 총선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자신도 낙선, 정당도 전국 득표율 3%를 얻지 못해 해산됐다.

1996년 이 전 의원은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비로소 화려한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이 전 의원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15대 총선서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은평을에서만 내리 다섯 번 당선된다.

이 과정서 박근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서도 친박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200818대 총선 당시에는 친박계 공천 학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낙선 운동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후 문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이 전 의원은 재보궐 선거서 기사회생했다.

위기 끝에 재기했던 18대 총선 때와는 달리 20대 총선서의 낙선은 이 전 의원을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20대 총선 당시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당 내부의 친이계가 완전히 와해됐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친이계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을 두고 공천 학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은평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새누리당은 당시 김 전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그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더민주 강병원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그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 친이계가 소멸하다시피 한 것과는 별개로 이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발판삼아 다시금 재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음 대선 영향
미칠 수 있을까

최근 한 언론매체는 이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언급을 자주 했다며 핵심 측근의 말을 보도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했는데,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나라 안팎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등 여전히 ‘MB의 입다운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의원은 다시금 재기를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고 제3지대에 무사히 안착해 19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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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